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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여름의 시간>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21-07-20

한새마, 김재희, 류성희, 홍선주, 사마란, 황세연, 홍성호 지음 / 나비클럽 펴냄

여름밤엔 미스터리 소설이다! <여름의 시간>을 집어 들고 에어컨을 켜고 최고로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독서를 시작했다. 7편의 앤솔러지 중 2편을 읽었을 때 어느새 등을 곧게 편 정자세로 고쳐 앉아 조급히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지만.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무섭진 않아도, 주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과 사건들이 이어져 눈을 뗄 수가 없는 이야기들. 여름날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은 독서의 즐거운 정석이다. 실은 네 번째 수록작 <능소화가 피는 집>을 다 읽을 때까지도 이 소설집이 ‘사랑’이라는 테마와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한 단편소설 모음집이라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보다는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 충만한 행복감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비밀, 그래서 누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와 같은 사건 당사자의 증언이 압도하는 흥미진진한 구성 때문이었다. 7명의 작가가 쓴 각 작품은 사건 전개 방식과 소재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사랑과 집착, 서로 감정의 질량이 맞지 않는 연애의 비밀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7편의 소설 모두 지금 당장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연애의 참견> 같은 방송에 사연으로 나와도 될 법한 기구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다음날 연예 뉴스 창에는 이런 기사가 뜰 것이다. “학벌, 재력, 외모, 완벽한 여친의 취미 생활은?” “누가 훔쳐가야만 희열을 느낀다? 동창생의 폭로.” 클릭해서 읽어보면 결혼까지 염두에 둔 애인의 취미가 구남친의 결혼식장에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는 상담 내용이 이어진다. 두 번째 수록작 <웨딩 증후군>의 이야기다.

여섯 번째 수록작 <환상의 목소리>도 황색 언론풍의 제목으로 뽑아보자. “옆집 여자 스토킹하던 남자, 화장실 벽에 귀를 대고 숨져.” 물론 이 소설들의 정수는 사건보다는 감정의 묘사에 있다.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끝내 상대의 일부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어쩌면 연애만큼 미스터리 장르에 적합한 소재도 없을 것이다. 7명의 개성 있는 작가들이 미쳐 날뛰는 사랑을 주제로 그려낸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 긴 여름밤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동화

-엄마는 왜 숲속에 헨젤과 그레텔을 버렸을까?

-…먹을 것이 없어서….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라니까! 동화는 너무 어렵습니다. 항상 ‘진짜 이유’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엄마 말을 듣지 않아서 버린 거야. 우리 애기는 말 잘 들을 거지?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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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여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