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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키워드로 미리 보는 '모가디슈'
김성훈 2021-07-28

대한민국 외교사상 가장 극적인 탈출극

류승완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전작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의 컴백이다. 알려진 대로 <모가디슈>는 30년 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남한과 북한이 손을 맞잡은 채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뚫고 사막을 탈출하는 이야기로,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류승완 감독이 영화로 재구성했다. 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던 탓에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고, 배우 김윤석·조인성·허준호·구교환 등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7월 28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은 지난해 3월 모로코에서 <모가디슈>를 촬영 중이던 류승완 감독과 나눈 대화와 김동식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이재혁 조명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이희경 특수효과 감독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6가지 관전 포인트로 재구성했다. 이 글이 <모가디슈>가 어떤 영화인지 이해하는 데 작은 단서가 되길 바란다.

총알 세례를 뚫고 사막을 질주하는 자동차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다. 1990년 12월 30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 반군이 쏘아올린 대포알 하나는 소말리아를 순식간에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여전히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던 남과 북은 손을 맞잡은 채 총알 세례를 뚫고 사막을 질주하며 모가디슈를 탈출했다.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로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선택한 것도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에서, 그것도 낯선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동고동락한 사건에서 단순한 흥미 이상의 감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생지옥에서 남과 북이 이데올로기를 넘어 생존이라는 배를 함께 탄 광경은 상상만 해도 긴박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줄거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장르적으로 <모가디슈>는 탈출 서사의 형태를 갖춘 영화다. “자동차 한대가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사막을 질주하는 이미지에서 출발”했다는 류승완 감독의 귀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가디슈>의 탈출극은 속도감이 빠르고, 자동차 액션의 비중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극적인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류승완식 휴머니즘이 제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샬라> 이후 처음 도전하는 아프리카 로케이션

이야기의 무대는 소말리아지만 촬영은 모두 아프리카 모로코의 에사우이라에서 진행됐다. 에사우이라는 모로코와 사하라 내륙을 세계 각지로 연결하는 무역항이자 예술의 도시로 유명하다. “지중해에 맞닿은 북아프리카라 밤에는 전기장판을 깔고 자야 할 만큼 춥다”는 류승완 감독의 설명대로 전형적인 사막기후와 다르다. 한국영화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촬영한 것은 <인샬라>(1996) 이후 24년 만이고,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된 것은 <모가디슈>가 처음이다.

<모가디슈> 제작진이 ‘1990년 소말리아’를 모로코에 재현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제작을 진행한 김동식 프로듀서는 “날씨 변화가 많지 않아 안정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고, 이슬람 국가이기에 소말리아와 유사한 환경이었고, 치안이 좋은 데다 촬영 인프라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로코는 <글래디에이터>(2000), <블랙 호크 다운>(2001), 최근의 <블랙 위도우>(2021) 등 많은 할리우드영화를 유치해 공동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국가로 유명하다.

<모가디슈> 제작진은 모로코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장소 헌팅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에사우이라를 촬영지로 선택했다. “에사우이라가 1990년대 소말리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모가디슈처럼 바다가 인접한 도시”였다는 게 김동식 프로듀서의 얘기다. 미술팀과 시각특수효과(VFX)팀이 이곳을 당시 모가디슈로 재탄생시켰고, 류승완 감독은 “황량하고 무더웠던 당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로케이션 전체에 흙먼지를 깔아 흙바람의 효과를 일으켰고, 의상과 분장으로 무더위를 표현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한국영화 속 아프리카가 어떤 풍경일지 기대된다.

1990년대 소말리아를 재현하라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30년 전 모가디슈로 재현하는 건 미술팀에 주어진 중책이었다. 실화를 재구성한 이야기인 만큼 낯선 아프리카에서 세트 프로덕션을 꾸리고, 내전을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건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았다. 류승완 감독과 첫 작업인 김보묵 미술감독(<사냥의 시간>(2020)>이 내린 결론은 영화 속 공간이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라는 거였다. 프리프로덕션 때 “고증 작업에 집중”한 것도 그래서다.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 내전을 겪는 국가를 상세하게 다룬 책이나 1990년대 초 한국과 북한의 정세를 설명한 자료를 참고하며 공간을 상상”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증과 검증 작업을” 했다.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만큼이나 영화 속 상황을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것 또한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였다. 내전의 진행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세하게 표현한 것도 그의 솜씨다. “내전이 일어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니 테러가 먼저 터지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동요하고, 그사이 군부 세력이 국가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더라. 내전으로 인해 공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게 김보묵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아프리카의 빛을 애너모픽렌즈에 담아라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등장한 적 없는 공간인 만큼 빛 또한 새롭다. 촬영 전 류승완 감독이 모로코 헌팅을 다녀온 뒤 “아프리카의 풍광에 매료됐고, 그 풍광 모두 카메라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을 정도다. <베를린>(2012), <베테랑>(2014) 등으로 류승완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최영환 촬영감독과 <블랙팬서>(2017), <옥자>(2017) 등을 작업한 이재혁 조명감독은 “시간대별 광량과 빛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체크”했고, “감독이 원하는 빛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시간대별로 촬영을 진행”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로코의 낮과 밤 장면 대부분 자연광을 활용했다. 특히 밤 장면은 횃불, 촛불, 등불 등 인위적이지 않은 조명을 적극 활용했다. 최영환 촬영감독이 레드 제미니를 카메라로 선택한 것도 “어두운 장면을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서”다. “아프리카 특유의 쨍한 빛을 담아내기 위해 쿠크 SF 애너모픽렌즈”를 선택했고, “30년 전 소말리아의 풍경을 표현하기 위해 따뜻한 색감을 구현하는 빈티지 렌즈인 자이스 스탠더드 프라임을 골랐”다고 한다.

최영환 촬영감독은 “한국에 있는 모든 카메라를 테스트했다. 1990년 소말리아와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니 전력 상태가 좋지 않아 정전이 자주 일어났고, 내전이 벌어진 뒤로는 전력이 끊겼다고 하더라”며 “류승완 감독이 하이라이트를 크게 주는 달빛 조명도 쓰지 말고, 가로등도 다 끄고 진짜처럼 찍고 싶다고 주문해서 미술팀이 제작한 횃불이나 촛불, 특수효과팀의 손을 거친 불에 탄 자동차 등으로 자연스럽게 조명을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영환 촬영감독과 이재혁 조명감독이 빛을 설계할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도록 조명을 풀 세팅하는 것”이었다. 이재혁 조명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루 1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빛을 미리 세팅하는 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최영환, 이재혁 두 콤비가 모로코의 아름다운 자연광을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주인공, 올드 벤츠를 공수하라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모가디슈를 탈출할 때 이용하는 수단은 자동차다. 인물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면 자동차는 카 체이스 신에서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장르적 역할뿐만 아니라 인물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은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모델인 벤츠 두대, BMW 왜건 한대, 볼보 한대 등 총 4대의 자동차에 나눠 탄다. 자동차의 비중이 큰 만큼 모로코에서 자동차를 공수하는 게 제작진의 과제였다.

김동식 프로듀서는 “전쟁에서 잘 버티려면 자동차의 컨디션이 중요한데 모로코에는 오래되고 노후된 자동차밖에 없었다”라며 “일부는 모로코에서 구해서 부품을 새로 세팅하고, 또 일부는 유럽에서 1990년대 타고 다니던 차 중에서 현재까지 잘 관리되고 있는 차와 부품을 사서 모로코로 공수했다”고 말했다. 연식이 오래됐고, 온갖 장애물을 뚫고 질주하는 장면이 많은 까닭에 웬만한 배우 못지않게 세심한 관리를 거쳤다고 한다. 김 프로듀서는 “정비사들이 촬영 현장에 상주해 매컷 응급처치를 했고, 촬영이 끝나면 자동차를 정비소로 보내 촬영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했다”고 말했다.

내전을 생생하게 연출하라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게 총격 신, 차량 추돌 신, 최루탄과 화염병이 대거 투입된 전쟁 신 등 난이도가 높은 액션 신이 적지 않다. 윤대원 무술감독이 정한 액션 컨셉은 ‘리얼’이었다. “실화가 기반이라 자연스러운 액션을 선보이는 게 관건”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군과 소말리아 정규군이 벌이는 총격 신을 생생하게 연출하기 위해 현지인들로 무술팀을 구성했다. 촬영 시작 한달 전부터 모로코에서 현지인 20여명을 선발해 직접 훈련을 시켰다.

윤대원 무술감독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트레이닝하면서 호흡을 맞췄다”고 전했다. 차량 추돌 신 또한 “남북 대사관 직원을 나눠 태운 차량 네대가 총알과 화염병 공격을 뚫고 질주하는 게 관건”이라 “류승완 감독과 함께 설계”했다. 총격 신과 차량 추돌 신 등 여러 액션 신을 생생하게 연출하려면 특수효과팀과의 협업이 필수였다. 내전 상황에 따라 “연기, 불, 화약 등 여러 특수효과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리얼한 상황을 연출하는 게 중요”했다. 이희경 특수효과 감독은 “특수효과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보다 영화 속 상황에 맞게 선보이기 위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촬영 정보

화면비율 2.35:1

사용한 카메라 레드 제미니(Red GEMINI)

서브 카메라 블랙매직 포켓 시네마 카메라 6K(Blackmagic Pocket Cinema Camera 6k)

즐겨 쓴 렌즈 쿠크 SF 애너모픽(Cooke SF Anamorphic), 자이스 스탠더드 프라임(Ziess Standard Prime), 아리 알루라 줌렌즈(15.5-45mm, 18-80mm, 45-250mm), GL 옵틱스 (11-16mm, 16-28mm, 70-200mm, 100mm Macro), 캐논 EF 16-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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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