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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윅스튜디오 박관우 대표, 메타버스의 핵심은 결국 IP다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21-08-24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영화·게임 CG와 시각효과(VFX), 콘텐츠 사업과 버추얼 스튜디오 운영에 이르기까지 위지윅스튜디오는 지금 메타버스의 미래를 아우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5월 국내 최초로 디즈니 공식 협력사로 선정돼 <캡틴 마블> <앤트맨과 와스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작업한 데 이어 올해 손자회사인 메리크리스마스의 배급작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넷플릭스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제작사, 장르물 출판사, XR 스튜디오 등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 행보를 통해 기술과 콘텐츠 확보에 나선 위지윅스튜디오는 다가올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독보적인 원천 콘텐츠(IP)에 있다고 믿는다. <구미호>(1994), <은행나무 침대>(1996) 등에 참여한 한국 VFX 1세대에서 메타버스 사업의 선두주자로 나선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만났다.

<승리호>(제작 영화사비단길, 배급 메리크리스마스)

-메타버스 사업의 원천 기술과 다방면의 IP를 보유한 위지윅스튜디오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은 눈에 보이는 VR, AR 콘텐츠를 편의적으로 메타버스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데이터를 소비하는 단말기의 형태 혹은 눈에 보이는 비주얼의 일부일 뿐이지 메타버스는 그것을 포괄하는 훨씬 더 방대한 컨셉이다. 지금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앞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는 점점 손과 시야가 자유로워지는 고글 형태로 정착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인터페이스 내부에 실시간으로 콘텐츠가 따라붙을 거란 예상이 가능한데 특히 ‘스토리 드리븐(Story-Driven) 콘텐츠’들이 가지각색으로 진화될 거라 기대한다.

-스토리 I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메타버스 세상에서 보다 각광받으리라 예상되는 콘텐츠가 있나. 가령 단순히 연상해보면 SF 장르 콘텐츠인 <승리호>는 영화와 웹툰은 물론이고 여타 메타버스 사업화에도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장르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승리호>가 유리한 지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80% 이상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니까 메타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에셋이 이미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좋다. 또 우주 공간이라는 점이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과도 컨셉적으로 맞닿아 있다. 앞으로 프리퀄, 시퀄 등 세계관이 확장된다면 메타버스상에서 <승리호>의 세계에 접속하길 원하는 관객이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토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보여지는 형태에 있어서는 기존의 영화 개념이 차츰 무너지리란 예상도 가능하다.

=콘텐츠가 플랫한 이미지가 아니라 볼륨 형태로 만들어지고 전달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지금까지 말해온 3D는 볼륨 형태의 디지털 에셋들을 만든 뒤, 다시 플랫한 이미지로 렌더링해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볼류메트릭 캡처라고 해서 수십대의 카메라로 3D 비디오를 합성해 그 데이터를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했다. 영화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평면적인 사면의 프레임을 갖게 된 것이라면, 앞으로는 그 프레임 자체가 꼭 필요한 것인가 질문할 시점이다. 디바이스만 있다면 관객이 어떤 스토리든 그 안에 직접 들어가서 직관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한 형태로 변주되기 알맞은 스토리가 더 각광받게 될까.

=이야기의 문법이 많이 바뀌리라 본다. 하나의 스토리가 여러 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 누군가는 감독이 설정한 카메라, 컷, 편집 중심으로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난 프레임 필요 없어, 그 공간 안에 들어가서 옆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겠어’ 하는 식이다. 그래서 치정극 같은 콘텐츠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영화도 마치 게임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번 플레이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감독 버전, 관객 버전, 타 관객이 재편집한 버전, 그리고 등장인물의 시점이 되어 체험하는 방법 등이다.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가 위지윅스튜디오에 올해 450억원대의 투자를 감행해 양사의 협업이 기대된다. 위지윅스튜디오 또한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 장르물 출판사 고즈넉이엔티 등 공격적인 인수와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과 영화가 평행선으로 가다가 이제 컨버전스되려는 그 지점이 바로 메타버스가 아닌가 한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를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화하려는 중이고 우리 역시 갖고 있는 IP 중에 게임화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시도 중이다. 더 나아가 원천 IP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드라마, 소설 등의 분야를 아울러 트랜스 미디어 전략을 쓰려고 한다. 어떤 IP가 잘되면 다른 매체로 확장하는 식인 기존의 원소스 멀티유즈(OSMU)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분야별 콘텐츠의 가치를 올려야 하고, 이때 결국 누가 IP를 홀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영화-시리즈-드라마-게임이 서로 시너지를 내서 마케팅이 되도록 하는, 트랜스 미디어 전략이 앞으로 메타버스 콘텐츠의 핵심이 될 것이다. 콘텐츠와 플랫폼, 기술이 독자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콘텐츠망을 만들자는 게 목표다. 위지윅은 현재 30여개사에 투자하고 7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메타버스는 주로 가상의 아바타, 버추얼 캐릭터로 대변되어왔다. 애니메이션 IP가 사업적으로 적용하기 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데이터화가 다 되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적용이 쉽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 개념이 사라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승리호>는 80% 가까이 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게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버추얼 캐릭터가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면 실존하는 배우가 하나의 IP가 되어 가상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겠다.

=배우가 매우 중요한 IP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송강호나 전지현 배우가 디지털 에셋으로 거의 현실에 가깝게 재현되어 직접 출연하지 않고도 활동하는 형태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구분할 수 없거나, 구분되더라도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입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배우들을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 수는 있다.

-영화계에서 메타버스 콘텐츠에 적합한 아이템이나 눈여겨보는 감독이 있다면.

=할리우드와 협업하게 된다면 단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정작 CG를 활용하지 않고 아날로그하게 물리적으로 많은 것들을 구현해 작업하고 있지만, 그가 품은 세계관 자체는 놀랍도록 메타버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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