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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스튜디오스 김세규 대표, 한국이 아카데미에서 특수효과상도 받았으면
김소미 글·사진 오계옥 2021-08-24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인터뷰

요즘 메타버스 사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LED 벽면으로 둘러싸인 버추얼 스튜디오다. 그린스크린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히는 기존의 크로마 월 방식에 비해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배경을 구현하므로 제작 과정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한국과 아시아 최초로 LED 버추얼 촬영에 필요한 자체 통합 솔루션을 개발해 비트(VIT, ViveStudios Immersive Technology)라 이름 붙인 회사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전시에서 선보인 단편영화 <더 브레이브 뉴 월드>, 선댄스영화제 VR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던 <볼트>, 방송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브스튜디오스의 김세규 대표를 만났다.

비브스튜디오스 곤지암 버추얼 스튜디오.

-LED 벽면으로 이루어진 버추얼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카메라와 빠르게 연동 가능한 언리얼 엔진 기술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궁금하다.

=LED 버추얼 스튜디오의 원리는 배경 화면에 일반 영상을 단순 매핑한 것이 아니다. 언리얼 게임 엔진을 활용한 리얼타임 3D를 매핑해서 특수장비를 단 카메라에 동기화시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촬영감독이 카메라의 심도를 조절했을 때 배경도 실시간으로 반응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 로케이션에서 배우와 공간을 촬영할 때 촬영감독이 고려하는 미장센적인 부분을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눈앞에서 가상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배우들도 이전과는 감각적으로 사뭇 다른 환경을 접하게 되겠다.

=그린스크린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땐 상상력에 의존해서 연기를 해야 하지만,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촬영하게 되면 실제로 자기가 연기하고 있는 환경을 생생하게 접하고 카메라에 따라서 환경도 실시간으로 변하니 더욱 풍성하게 몰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한국 실감콘텐츠 전시에서 단편영화 <더 브레이브 뉴 월드>를 공개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을 제작한 김호성 전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현 잉크스팟 대표)와 공동 연출했다. 우리나라에서 CG가 가장 많이 들어간 영화 제작에 참여한 분이니, 믿을 만한 증인에게 검증받는 심정으로 함께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LED 월 촬영에 필요한 온갖 정보들을 통합제어 솔루션을 통해 빠르게 불러내는 기술력이다. 카메라의 정보값, 신(로케이션)의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리얼타임 3D, 조명과 미장센, LED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통합해 신이 전환될 때마다 빠른 속도로 불러낼 수 있게 되면 온갖 로케이션을 하루에 다 찍을 수 있다. 우리는 이 통합 솔루션을 비트라 부른다. 후반 공정을 줄이고 적은 인력과 회차로 프로덕션을 압축할 수 있으니 영화·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까 한다. 컴퓨터에 저장해둔 파일을 로딩해오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외 유명 감독과 실질적인 협업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다음 행보로서 중요한 시점인 듯 보인다.

=기술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인 감독님과 버추얼 프로덕션에 걸맞은 장르, 특히 SF와 판타지 시리즈물을 작업해보고 싶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하나의 세계관과 공간이 계속해서 쓰이는 컨셉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이 빛을 발할 것이다. 현실이라면 세트를 짓고 또 부수어야 하지만 LED는 언제든 정보값을 불러낼 수 있다. 봉준호 감독님이면 어떨까? (웃음) 한국이 아카데미에서 기술상, 특히 특수효과상도 받았으면 하는 시대다. 한국은 LED를 만드는 회사를 두곳(삼성, LG)이나 보유하고 있고 통신 기술까지 앞서 있다. 이런 인프라는 흔치 않다.

-LED 배경은 기술적 조건도 흥미롭지만 콘텐츠의 관점에서 메타버스 사업의 주요 IP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영화를 위해 구현한 LED 배경이 곧 하나의 메타버스가 되는 셈이다.

=맞다. 한편의 영화가 OTT 플랫폼에서 흥행해서 팬덤이 생기면, 그 영화의 세계를 온라인에 테마파크처럼 열어두는 모델을 준비 중이다. 관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세계관을 즐기기 위해 메타버스를 찾고, 그곳에서 또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유기적인 확장이 이어진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가 만든 영상 기반의 테마파크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비버스라는 이름의 온라인 테마파크를 여는 것이 목표다.

-하나의 IP로 영화-게임-테마파크가 동시에 공개될 수도 있을까.

=극장이나 OTT 플랫폼에서 상영함과 동시에 관련된 게임을 온라인에서 공개하는 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6G 이상의 어마어마한 통신망이 왔다갔다하는 시대에는 하나의 IP가 단계별로 생산되는 것이 아닌 원천소스로부터 여러 매체가 동시에 론칭되는 사례가 주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통신 기술과 디바이스의 한계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5G가 LTE의 20배라고 하지만 아직 초창기라 그 속도를 우리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통신 속도로는 우리가 꿈꾸는 메타버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실현되기 어렵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제페토’ 같은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다. ‘나’를 대체하는 극사실적 아바타, AI로 학습된 디지털 휴먼들이 실제 우리 세계처럼 공존하는 메타버스는 6G로 넘어가는 시점이 되어야만 가능하겠고, 앞으로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하드웨어는 클라우드 컴퓨터가 대체하리라 내다본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력하는 클라우드 사업은 점점 확장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고 있는 것이 게임을 다운로드받지 않고 OTT 플랫폼처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인데, 그게 바로 메타버스 아닌가.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VR 기술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층도 죽은 딸을 다시 만난다는 코드에 반응했다. 메타버스 콘텐츠가 반드시 미래나 허구의 것을 지향할 필요는 없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도 <너를 만났다>를 제작하면서 아직 일반인에게 시도하기엔 윤리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느꼈다. 좋아해주신 분들도 많았지만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 엔터테이너들에 한해서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계획했던 것이 고 장국영, 신해철님을 복원한 라이브 공연이었다.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해서 고척돔에 공연을 열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지난해에 갑자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세를 탔고 언택트 라이브 개념도 생소했던 초창기라 무산이 됐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세계를 통해 추모의 방식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아직 대외비라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선 영화 <해적2> <소방관> 등의 시각효과(VFX) 작업 중이다. 이프랜드 등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의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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