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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행복의 속도' 삶의 무게와 속도에 대한 차분한 고찰

“처음에는 체력으로 짐을 버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사히 산장 까지 전달한다’란 마음이 짐을 떠받치게 되었죠.” 영화의 주인공 이가라시 히로아키와 이시타카 노리히토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일본 오제국립공원에서 80kg에 육박하는 짐을 나르는 ‘봇카’다. 일주일에 6일, 지게를 지고 오제를 걷는 두 사람은 “매일 달라지는 오제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오제의 자연은 고단한 노동의 틈새로 작은 기쁨을 선물하고, 이들의 뜨거운 땀방울과 가쁜 숨소리는 어느새 풍경의 일부로 스며든다.

<행복의 속도>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품은 습원 지대에서 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의 고된 발걸음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데뷔작 <춘희막이>에서 두 할머니의 일상을 담담히 포착했던 박혁지 감독이 이번엔 일본의 짐꾼 봇카의 나날을 카메라에 담았다. 봇카를 알게 된 뒤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이들의 생과 노동을 통해 행복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고 담백하게 이끌어낸다. 굳은살이 박인 부모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이들의 생기, 삶의 무게와 속도에 대한 차분한 고찰 등 영화가 간직한 온기 어린 시선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걷고 있는 많은 이들을 뭉근하게 위로할 듯하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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