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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해진 정치 풍자쇼 'SNL 코리아 시즌2'
배동미 2022-01-21

고품격 정치 풍자는 이렇게 탄생한다

이병헌, 조정석, 신혜선 등 매주 새로운 스타가 호스트가 되어 쇼를 이끈다. 인턴 기자 캐릭터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을 찾아가 “다음 선거에서 붙는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이도 어리고 하는 행동도 어린 후보 VS 하는 일 없는데 지지율은 높은 후보”라고 질문하며 현 정치판을 반영한 정치 풍자를 선보인다. 지상파방송에서 그나마 점잖은 개그맨 신동엽의 19금 개그가 이 무대 위에선 제한선 없이 자유로워진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라고 외치며 시작하는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서만 가능한, <SNL 코리아>이기에 가능한 볼거리와 코미디다. 시즌9을 끝으로 2017년 종영한 tvN의 <SNL 코리아>가 2021년 9월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유튜브 조회수 600만회를 돌파한 ‘인턴 기자 주 기자 ’, 400만 조회수의 ‘AI 시리즈’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시즌2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SNL 코리아>의 인기 요인을 분석한 기사와 함께 AI 시리즈를 이끄는 ‘기가후니’ 정상훈과 ‘주 기자가 간다’의 주역 주현영의 인터뷰를 옮긴다.

부동산으로 꾸며진 무대 위, 진보를 상징하는 왼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연기하는 권혁수 배우가, 오른쪽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2 대 8 가르마를 따라 한 김민교 배우가 서 있다. 두 사람은 청와대를 연상시키는 “광화문 뒤쪽”에 있는 “파란 지붕”을 가진 부동산 매물을 두고 경쟁하며 기싸움 중인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보이는 정상훈 배우까지 합세한다. 전주까지만 해도 등판하지 않았던 안 후보 캐릭터까지 지지율에 힘입어 등판했다. <SNL 코리아 시즌2>는 시즌1 때와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한 ‘콜드 오프닝’으로 무대를 열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지고 ‘정치 풍자’도 자취를 감춘 지금, OTT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는 ‘콜드 오프닝’에서 현 정치 상황을 반영한 풍자극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 ‘콜드 오프닝’이란 시트콤이나 드라마의 타이틀이 뜨기 전, 짧은 에피소드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출 기법으로, <SNL 코리아>의 원작 포맷인 미국 <NBC>의 <SNL>에서부터 이용하던 문법이다. 프로그램이 시작한 1975년 이래 줄곧 ‘콜드 오프닝’ 문법을 구사한 <SNL>은 보통 일상에서의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 ‘콜드 오프닝’을 꾸리지만, 대선 기간만 되면 고급 정치 풍자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NBC>의 <SNL>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기가 막히게 모사하는 짐 캐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 하는 앨릭 볼드윈의 ‘콜드 오프닝’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끊기’로 난장판이 된 대선 TV 토론 장면을 두 배우가 그대로 재현했는데, 정치 현실이 난장판일수록 <SNL>의 풍자는 더 재밌어진다.

신인작가, 신인배우의 힘

<SNL 코리아 시즌2>의 풍자와 웃음은 작가들의 창의력으로 탄생한다. 현재 <SNL 코리아> 제작에 투입된 작가는 16명, PD는 14명에 달한다. 약 30명의 제작진이 A팀, B팀으로 나뉘어 한주씩 돌아가며 에피소드를 꾸리고 있는데, 젊은 감각을 요하는 대본은 주로 젊은 작가들이, 정치를 다루는 대본은 연령이 있는 작가진이 맡고 있다. ‘콜드 오프닝’의 경우 tvN 시절부터 <SNL 코리아>를 이끈 안상휘 본부장이 쓰고 있다.

안상휘 본부장은 <SNL 코리아>를 기획하면서 “작가진을 제일 먼저 꾸렸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정치 상황을 읽어내고, 이를 젊은 감각으로 표현할 작가진을 잘 꾸리는 게 이 코미디쇼의 성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기성작가 40%에 ‘새로운 피’ 신인작가 60%의 비율로 작가진을 구성해 대본의 참신함을 높였고, 가장 어린 작가가 23살이며,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신혜선 형사가 ‘어쩔티비’, ‘홀리몰리 과카몰리’ 등 신조어를 몰라서 MZ 특훈을 받는다는 내용의 ‘열일곱이지만 서른입니다’ 디지털 숏은 젊은 작가들의 저력으로 유튜브 조회수 500만회를 돌파할 수 있었다.

<SNL 코리아 시즌2>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코너는 대선 정국을 MZ세대의 감성으로 접근한 ‘주 기자가 간다’이다. 주현영 배우가 연기하는 주 기자는 시즌1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만나고, 시즌2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곤란한 선택지를 던지면서 현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밸런스 게임을 벌였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탄핵 결의 사건 직전 이 대표를 만난 주 기자는 “내가 대통령 되기 VS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되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해서 “내가 되는 게 좋죠. 남의 선거 돕는 것보다는 내 선거가 되는 게 좋죠. 저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도 돼봤으면 좋겠어요”라는 이 대표의 답을 이끌어냈다. 주 기자는 이에 “지금 윤석열 후보를 도와줄 때 조금 내키지 않으실 수도 있겠어요”라고 윤 후보와 갈등하던 이 후보의 상황을 콕 집어 말해 그를 당황시켰다.

<SNL 코리아> 시즌1 초기, 의욕은 넘치지만 경험 부족으로 순발력이 떨어지는 주 기자를 두고 “MZ세대 비하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시청자의 의견을 빠르게 받아들인 제작진은 선배 앵커에게 혼나자 울먹이던 주 기자 캐릭터를 거물 정치인을 만나더라도 할 말은 하는 MZ세대 캐릭터로 발전시켜나갔다. 자칫 민폐처럼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던 주 기자는 시청자들이 불쾌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웃음과 인기를 얻었다. 풍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사회적 약자인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정치인과 같은 강자들이기 때문이다.

풍자와 사회현상은 결국 시대 공감

<SNL 코리아>가 추구하는 웃음은 결국 ‘시대 공감’이다. <SNL 코리아>는 딱딱한 정치뉴스를 풍자로 꼬집고,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문제를 코미디 스케치로 풀어낸다. 오랫동안 <SNL 코리아>를 이끌어온 안상휘 본부장 역시 “<SNL 코리아>를 통해 우리가 지금 정신없이 살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라고 쇼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상파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는 현실 중고등학생들의 말투와 유행어는 <SNL 코리아>의 소재가 되어 자식 세대가 문제를 내고 부모 세대가 맞히는 ‘MZ퀴즈’ 스케치를 탄생시켰고, 요즘 곳곳에서 들려오는 키워드인 AI와 알고리즘, 메타버스도 매회 디지털 숏과 스케치를 위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코미디가 손쉽게 이용한, 외모 비하와 상대에 대한 희화화에서 벗어나, 시대의 공기를 예민하게 포착해 강조하고 의외성을 이끌어낼 때 지속적인 고품격 코미디가 가능해진다. 결국 ‘시대 공감’이 코미디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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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