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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 이광수, 폭소의 치트키
조현나 2022-01-28

“실제로는 바다 위에서 촬영하지 않은 신이라 밧줄에 매달린 사람이 난 줄 몰랐다. ‘누구지?’ 하고 봤는데 그게 나였다. (일동 웃음)” 배우 이광수의 말 한마디에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밝아진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막이가 그랬듯 배우 이광수 역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봉한 <싱크홀> <해피 뉴 이어>에 이어 2022년, 이광수가 관객을 맞이할 첫 작품은 김정훈 감독의 <해적: 도깨비 깃발>이다. 그는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단의 막내 ‘막이’를 연기한다. 바다에서 나고 자랐으며 유년기를 왜구선에서 보낸 막이는 충실하게 해적단 막내로서의 소임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해적왕이 되고 싶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바다에 숨겨진 왕실 보물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쥔 채, 막이는 해적단과 함께 긴 여정을 떠난다.

제작보고회에서 막이를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와 잘 붙는 캐릭터”라고 이야기했던 이광수 배우. “지금 생각해보니 전생이란 표현은 과했다”라고 웃으면서도 그는 막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막이가 그토록 해적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그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언제까지 막내로 살다가 죽을 순 없다. 해적왕 한번 돼보고 죽어야지”라는 막이의 대사를 근거로 설명한다. “막이의 결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다. 막이가 탐욕스럽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심을 조금 극대화해 표현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대본에서 내가 느낀 점을 잘 그려낸다면 관객이 막이의 솔직한 모습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잔머리를 굴리는 막이가 마냥 얄미워 보이지 않았던 건, 그가 막이의 욕심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로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효주의 말대로 “막이를 대본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연민마저 들게 한 건 오롯이 이광수의 노력 덕”이다.

막이는 극중 성장과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원하던 대로 해적왕이 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덩달아 의상도 화려해진다.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막이의 성장을 잘 그려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런 와중에 막이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건 바로 자신의 칠부바지다. “어릴 때부터 입던 바지를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입어서 결국 칠부바지가 됐다는 설정이다. 의상팀과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며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한편으로는 막이의 외골수다운 고집과 자기 신념이 잘 드러난 의상이기도 하다.” 이광수는 영화에 그려지지 않은 전사까지 성실하게 구축해나가며 “현장에서 이미 막이로 보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았다”(김정훈 감독)는 평을 받았다.

이광수가 <해적: 도깨비 깃발>에 출연을 결심한 건 “시나리오가 재밌게 읽히는 와중에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파도, 바다, 불기둥 같은 부분이 CG로 구현이 됐지만 현장에서 미술팀, 특수효과팀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실제로 1t에 가까운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졌고 또 배가 부서지거나 번개가 치는 등의 상황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상황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다.” CG로 구현된 파도와 바다만큼이나 그가 기대한 건 막이와 조우하는 펭귄의 모습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재밌다고 생각한 신이었다. 막이와 펭귄의 모습이 최종적으로 영화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했고 둘의 케미를 잘 살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이광수는 볼링핀 형태의 파란색 인형을 품에 안고 촬영했다. “당연히 CG로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내가 인형을 움직여줘야 하더라. 펭귄이 막이의 엉덩이를 쪼는 신에서는 연출부 스탭이 파란색 장갑을 끼고 펭귄의 대역을 해주었다. 펭귄의 움직임이 충분치 않아 엔지가 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재밌는 현장이었다. (웃음)” 기자회견 당시 배우들 사이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줄 수 있다면 이광수와 펭귄에게 주고 싶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그는 오로지 상상으로 구현해야 했던 펭귄과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그 밖에 “카메라의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수중촬영”을 가장 힘들었던 현장으로 언급했는데, 이광수의 말을 들은 한효주는 “그럼에도 힘들다는 내색 한번 없이 성실하고 진지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나리오만 좋다면 악역이든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막이처럼 재미를 주는 유쾌한 역할이든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이광수의 차기작은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이다. 2018년 출연한 드라마 <라이브> 이후 오랜만에 긴 호흡의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이광수가 연기하는 대성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부모가 운영하는 마트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기억력이 비상해 손님들의 쇼핑 목록을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잘 준비해서 배우 이광수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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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