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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고 든 단상
이주현 2022-02-11

올림픽과 월드컵 시즌이 되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마침 6개월차로 열린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모두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열려 요즘은 시차로 인한 피로 없이 실시간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수영의 황선우 선수,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가 높고 단단한 벽을 깨부수고 신기록을 써내려갔을 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지난 2월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도 벅찬 감동과 환희의 금빛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남자 쇼트트랙의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선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과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1000m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말하는 심판의 창의적 해석에 분노를 느끼고 훼손된 올림픽 정신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격은 선수들이 제일 컸을 텐데, 이틀 뒤 세 선수는 보란 듯이 모두 1500m 결승에 올랐고, 황대헌 선수는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완벽히 구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 선수의 금메달은 아름다운 증명이었다.

차원이 다른 자기 증명의 순간은 또 있었다. 네덜란드의 이레인 뷔스트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위를 하며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5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5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이라니. 말도 안 되는 업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승전이었다. 0.01초까지의 기록을 다투는 게 아니라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를 겨루는 종목의 특성 때문인지, 참가 선수들은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경쟁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축하를 건넸다. 이 종목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조이 사도스키 시노트 선수가 완벽한 경기를 마치고 슬로프를 내려왔을 때, 밑에서 지켜보고 있던 2위와 3위 선수들은 시노트 선수에게 달려가 그녀를 얼싸안고 축하 세례를 퍼부었다. 올림픽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그리고 다 함께!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즐기는 과정 속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여자 스노보드의 전설 제이미 앤더슨은 “메달이나 결과에 내 행복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호 <씨네21>의 커버스타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통해 연기 신고식을 치른 강다니엘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세상의 모든 배우들에게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비슷한 마음으로, 한계에 도전하고 도전을 즐기는 모든 스포츠 선수들을 나는 존경한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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