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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표현처럼 많은 연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말이 또 있을까. 아마도 현실의 사랑이 국경은커녕 주위사람들의 게딱지만한 편견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버리는 게 우리네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형화된 사랑의 틀’은 대개 관습과 상식의 거죽을 두르고 우리에게 묻는다. “이 사랑은 맞아, 틀려”라고.
이 물음에 작가 노희경과 피디 표민수가 답을 던진다. 오는 21일부터 안방을 찾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드라마 <고독>(월·화 밤 9시50분)을 통해서. 아무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의 가슴 저미는 사랑을 담아낸 <바보같은 사랑> 이후 2년만의 재결합이다. 이번에는 40살 먹은 미혼모와 25살짜리 총각의 15년 세월을 넘어선 사랑이야기이다. 미혼모는 영화 <정사>에서 동생의 연인인 이정재와 격렬한 정사신을 벌여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미숙이다.
사랑받는 난 고독하다... 이미숙
경민은 기업이미지컨설팅 회사의 이사로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동시에
드라마 <고독>에서 류승범과 사랑하는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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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이 <아리랑>이란 영화는 과거의 조선의 영화를 모조리 불살라버리고 이 돈 없고는 살 수 없고 한숨 많은 이 땅 위에서 슬피 대공(大空)을 울리어 그 무엇을 광호(狂呼)하는 한개의 거상이다 ”「라디오, 스포츠, 키네마」, 승일, <별건곤> 1926년 1월호나운규의 <아리랑>은 일대 ‘사건’이었다. 단성사 앞에 장사진을 친 조선 인민들의 울분은 일제 기마병들의 말발굽 위세에도 꿈쩍 안 했다. 행렬은 더욱 늘어났고, 끊이질 않았으며, 그러는 동안 <아리랑>은 단성사가 아닌 전국 방방곡곡 수천개의 고개를 넘었다. 미치광이의 목을 빌려 <아리랑>을 불러젖혔던 나운규. 그는 지금껏 투사였다. 대한제국 대신 조선을, 한성 대신 게이조를 이식당한 이 땅의 비극 안에서, 그는 언제나 투사여야만 했다. 동시에, 잊고 있었다. 활동사진이 아니라, 본연의 영화가 생체적으로 지니고 있던 운동성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한 이가 바로 그였다는 사
탄생 100주년 맞은 <아리랑>의 나운규,서른여섯해 삶과 영화세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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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열혈청년의 데뷔작반항적인 성격에다 일찌감치 연애질에 빠져 학교를 쫓겨나다시피 했던 어떤 소년이 고향인 함경도 회령을 떠나 만주로, 러시아로 흘러다니다가 다시 조선으로 슬며시 숨어든 때가 대략 이 무렵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일찍 깨우쳤던 청년을 사로잡은 것은 영화였다. 형 나시규의 이름으로 대리 등록한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는 밤낮으로 노트 한권 들고 극장에 들어가 메모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독립운동 전력이 들통나 2년간 옥살이를 했고, 1924년에 조선 최초의 영화제작사가 부산에 생겼단 소식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부산으로 달려갔다. 거물 나운규가 <운영전>이라는 영화에서 가마를 들쳐멘 단역의 모습으로 우리 영화에 등장하기까지의 사연이 대략 이러했다.1902년생, 그러니까 당시 스물네살이던 한 청년이 자신의 데뷔작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기 전에,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조선 극영화는 단 한편도 온전히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먼저 말해야
탄생 100주년 맞은 <아리랑>의 나운규,서른여섯해 삶과 영화세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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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순종 아니 혼종!나운규는 <아리랑>이 “외국영화를 흉내낸” 것이라고 말했다. 1936년에 쓰여진 글이라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성찰적인 거리를 유지하게 된 시점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글로부터 강하게 감지되는 맥락은 당시에 쏟아져들어온 새로운 종류의 서양영화들이 관객의 취향을 바꾸었고 이에 따라 나운규 또한 관객의 새로운 취향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구상하고 만들어나갔다는 점이다. <아리랑>이 매력적으로 수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민족의 현실을 고발하는, 비장하고 장엄한 리얼리즘 양식뿐만 아니라 “빠른 액션, 우스운 코미디, 쓰라린 감정을 고루 건드리는” 작품이라는 점, 즉 ‘대작 양화(洋畵)’에 상응하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이다.<아리랑>에 대한 모든 평문들이 절대로 빠뜨리지 않는 이른바 ‘심리적 몽타주’에 관해서도 해석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아리랑>이 예술영화로 받아들여진 가장 큰
탄생 100주년 맞은 <아리랑>의 나운규,서른여섯해 삶과 영화세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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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크리파 제로>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쌍둥이 왕자들이 나락왕의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승자에겐 왕관이 주어지지만 패자는 목숨을 빼앗긴다. 플라티나와 알렉, 게임은 두 왕자의 시점을 각각 다루는 시디 두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물론 이 심각한 주제는 주인공들의 연애 행각을 풀어놓기 위한 최소한의 큰 틀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전형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인 이 게임의 특징이라면, 왕자들이 사귀는 게 전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데 있다. 이 게임은 이른바 야오이다. 야오이는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다. 하지만 동성애와는 다르다. 주인공이 아름답지 않으면 야오이가 아니다. 당장 여자 옷을 입고 나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남자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쪽 장르에 넣을 수 없다. 퀴어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난호에 설명했던) 미소녀물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야오이의 소비자는 99.9% 여자다. 이렇게까지 남자들에 대해 배타적인 장르는 또 없을 것이다
남자들은 모르는 남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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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오몽녀>, 하나의 정점!나운규는 인간적으로도 곡절이 많은 사람이다. 바구니로 긁어 담을 만큼 돈을 벌 때조차 동료나 가족에 대해서 무책임한 행각을 일삼아 죽마고우인 윤봉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때로는 비굴한 모습을 암시하는 기록도 보인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나운규는 10여년에 걸친 영화활동에 획을 그을 만한 전혀 새로운 작품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1937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요절하기 전에 나운규는 심혈을 기울여 <황무지>를 준비했다. 1936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부전고원을 무대로 촬영하기 위해 현지 헌팅을 비롯한 촬영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나운규의 건강 이 이미 로케이션 촬영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의사와 친구들이 <황무지> 촬영을 극력 만류했다. 이에 따라 나운규는 <황무지>를 중단하고 <오몽녀>를 각색하여 영화를 마무리한다. 그러므로 현재 남아 있는 <황무지> 시나
탄생 100주년 맞은 <아리랑>의 나운규,서른여섯해 삶과 영화세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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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어린 소녀들의 눈동자는 공허한 듯 맑다. 희로애락에 연연하지 않는 듯 무표정한 얼굴은 세상과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나 긴장감 등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대강의 스케치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캔버스에 붓을 대고 그려낸 담백하고 부드러운 선과 맑은 색채, 하얀 여백의 트라이앵글이 만들어낸 맑은 시정은 그대로 보는 이를 어린 날 추억의 한 모퉁이로 데려갈 듯 생생하다.<작은 새가 온 날>과 <이웃에 온 아이>는 일본의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와사키 치히로의 시화집 가운데 1차분으로 발간된 책. ‘치히로 아트북 시리즈’는 1968년부터 1974년까지 그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일본의 메이저출판사인 지광사를 통해 1년에 1권씩 발표했던 창작그림책이다. ‘어린이처럼 투명한 수채화의 화가’라는 애칭에 걸맞게 그녀의 작품들은 스케치와 유화 등 서양식 기법과 수묵담채, 서예 등 동양식 기법이 접목해 만들어진 독특한 질감과 색감이 돋보이는
이와사키 치히로 시화집 <작은 새가 온 날> <이웃에 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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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풍년가>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인데 초라하게 찍긴 싫었어. 고집피웠지. 하루에 1원씩 준답시고 800명을 모았어. 근데 통솔이 돼야지. 오전에 집합해도 의상이 튀는 사람들 골라내려면 반나절이 후딱 가는데. 어찌해서 군중을 십여대(隊)로 나눈 다음 한숨 돌리는데 불현듯 기발한 착상이 떠오르는 거야. 춤추려면 머쓱할 것 아닌가. 그래서 술과 술국을 돌렸어. 그게 화근이 될 줄 알았나. 공술인데 한잔 걸치고 물러날 사람이 있었겠어. 누군 코골고 자고, 어디는 주먹다짐이 오가고 난장판이 됐지.”약조를 받아내기까진 그닥 어렵지 않았다. 선생도 적적했으리라. 생자(生者)와 면한 지도 벌써 육십년이 훌쩍 지나지 않았나. 뵈올 수 있냐는 간청을 올렸을 때 선생이 종로통 옆골목에서 선술 팔던 ‘납작집’에서 보자고 흔쾌히 기별을 준 것만 봐도 그랬다. 더구나 그곳이 어떤 곳인가. 음주를 즐겨하지 않는 그이지만, 활동사진 박는답시고 어울려 나섰던 친우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곳 아닌
나운규 감독 가상인터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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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800여명의 엑스트라를 모았던 것도 스펙터클을 제공하겠다는 판단이었나요.= 그렇지. 농민들이 <풍년가>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인데 초라하게 찍긴 싫었어. 고집피웠지. 하루에 1원씩 준답시고 800명을 모았어. 근데 통솔이 돼야지. 오전에 집합해도 의상이 튀는 사람들 골라내려면 반나절이 후딱 가는데. 어찌해서 군중을 십여대(隊)로 나눈 다음 한숨 돌리는데 불현듯 기발한 착상이 떠오르는 거야. 춤추려면 머쓱할 것 아닌가. 그래서 술과 술국을 돌렸어. 그게 화근이 될 줄 알았나. 공술인데 한잔 걸치고 물러날 사람이 있었겠어. 누군 코골고 자고, 어디는 주먹다짐이 오가고 난장판이 됐지. 그때 이명우군이 국솥에다 모래를 뿌리기까지 했는데도 그치질 않더구만. 해는 벌써 기우는데 난 나대로 목이 쉬고 가슴이 미어지고. 느지막이 자동차 타고 왔던 전주(錢主)는 그 광경을 보고 발을 구르지. 찍지 못하면 하루 1천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니까. 그러던 참에 참다못한 단성사 사람들이 중
나운규 감독 가상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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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덥던 여름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거리에는 가을의 풍경이 가득하다. 차가워진 바람에 붉게 물든 낙엽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있는 가을. 극장가에 내걸린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야기는 깊어가는 가을의 또 다른 모습이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의 사랑은 달콤한 사랑에서 치열한 사랑까지 다양하다. 일상생활 속에 마주친 사랑을 가벼운 터치로 다룬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면금지된 사랑을 소재로 해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타난 사랑의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는영화들은 또 다른 사랑이야기다.금지된 사랑을 다룬 영화는 올 가을 유난히 많다. 형수와 시동생간의 사랑이 소재인 <중독>과 결혼한 남녀의 불륜을 다룬 <밀애>는 비교적 무난한 편.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혼이 들어간 딸의 로맨스 <비밀>과 사형수의 아내와 사형집행관의사랑 <몬스터 볼>과 동성애를 다룬 영화 <로드무비>까지 평범하지 않을수록 치열한 사랑을 보여준다.▲
가을 극장가 사랑의 두 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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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는 없으셨는지요. 특히 배우로서 선생의 용모가 적격은 아니었다는 평가는 꽤 많은데요.= 동무 하나가 그러드만. 거울을 연인 삼았냐고. 밥먹을 때도 거울과 마주앉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맨 먼저 방 안을 두리번거린 뒤 거울을 정면하여 앉는 버릇이 있었다네. 내가 내 얼굴 모르겠나.(웃음) 괴벽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겠지. 각선은 꾸부정하고, 키는 5척이 안 될 만큼 작고, 목소리 또한 깔깔했고, 거기다 호흡은 씩씩거리기 일쑤였고. 심술궂고 변덕스럽고 표독스런 인물의 형상이니. 스마트한 선남형이나 노블한 신사형하곤 거리가 멀었지. <해의 비곡>이 제작될 당시 배우를 지망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경손 감독이 앞으로 악역할 사람이 없으면 정말 곤란할 것이라고 일본인 제작자를 설득해서 겨우 통과시켰다고 하더만. 내 영화에선 평범한 사람보단 미치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잖아. 그거, 내가 주연하려고 그런 거야.(웃음)<벙어리 삼룡>에선 커다란 화염이 등장해야
나운규 감독 가상인터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