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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잔디밭에서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우리 아줌마들이 팥주머니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기다란 사각형 안에서 서른명의 사람들이 팥주머니를 피해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나라별로 부스도 만들었다. 공원에 놀러나왔다가 만나는 구경거리다. 그 부스를 돌며 하얀 손수건에 아시아 각 나라 글씨로 사인도 받는다. 준비해둔 그 나라 음식들도 한점씩 맛본다.외국인 노동자들의 운동회날이다. 중앙의 무대에선 나무판과 스티로폼으로 네모난 방을 하나 후닥닥 만들어 놓는다. 일일 감옥 체험프로그램이라도 하려나. 구경꾼이 구경을 놓칠 리 없다. 영화상영을 합니다. 집을 짓던 엉터리 목수가 잡는다. 무슨 영화? <데모크라시 예더봉>일까, 한국에서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하는 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으니까 이런 데서 어울리긴 하겠네. 영화를 튼다는 방송이 나가자 아이들 대여섯이 신이 나서 달려든다. 그런 게 아니구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찍은 겁니다.엔지 필름을 잘라내지도 않은, 찍힌 순서대로
카메라 예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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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라는 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체로 주의를 요한다. 입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외모가 별로 아니라서 찍히지 않게끔 역시 주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몸조심을 더 해야 한다. 모두 현장에서 뼈대가(아니 어깨가) 굵은 경우라 술김에서 어영부영 시비걸다가는 얻어맞고도 동정은커녕 미련하다는 핀잔듣기 십상이다. 하여, 신문사를 가는 일이 있으면 빈자리가 있더라도 혹시 사진기자, 특히 사진부장 자리가 아닌가 꼭 확인해보고 앉는 게 좋다.박용수(한글문화연구회 회장)는 그 이름도 전설적인 허바허바사진관 사진사 출신으로 노조운동을 하다 쫓겨난 뒤 70년 말부터 데모와 단식, 그리고 분신자살 현장을 누비며 스스로 옥고도 치르면서 사진을 찍어왔으니 정말 사진기자 중 사진기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개)민주화운동 사진 중 50% 이상이 그의 손과 눈을 거쳤다. 청각장애인에 고희가 코앞인데 경찰과 사복형사들의 만류를 어영부영 못 들은 척(사실 못 듣는다
박용수 상 받던 한글날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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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영화 영상학과의 N세대 문화연구인력 양성팀(팀장 정재형 교수)은 교육부와 공동으로 오는 26일 오후 1시 동국대학교문화관 제3세미나실에서 ‘영화로 쓴 반역사:공식기억의 균열’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진행될 세미나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남북한 춘향전 비교연구」, 「선전선동에서 리얼리즘으로」, 「민족과 운명 '로동계급편'」 등 세 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남북한 영상이미지 비교 연구 부분. 「남북한 춘향전 비교 연구」는 남북의 춘향전을 비교 분석해 같은 소재가 남북의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가를 보여주며 동시에 남북이공유하는 문화적인 공통점을 찾아보는 논문으로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재중동포 유학생 왕순녀씨의 연구논문이다.세미나에는 이밖에도 「영화역사읽기:대중기억과 공식기억의 갈등」, 「한류:상품에서 문화로」, 「칼라큘라:N세대의 영화만들기/보기」, 「<영자의 전성시대>를통해 본 1970년대 여성
영화통해 N세대 연구 -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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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영화제라는 이름은 아직도 생소하다. 지난해 12월 초 광주국제영상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을 때 사전홍보도 잘 안 됐고, 행사운영에도 많은 차질이 있었다. 상영작 60편 남짓의 소규모 행사에 전체 관객 수도 8천명 남짓했다. 그러나 영화제를 찾았던 이들에게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작고 알찬 영화제’의 기억을 또렷이 남겼다. 거기엔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들, 새로운 감독과 경향을 알게 해주는 영화들이 가득했다.올해는 기간을 조금 앞당겨 10월25일부터 11월1일까지, 명칭을 광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양형일 조선대 총장)로 바꿔 2회 행사를 연다. ‘영상축제’에서 ‘영화제’로 이름을 바꾼 데에는 나름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예산이 3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었고, 프로그래머 시스템을 도입해 서울시네마테크 대표이기도 한 임재철 프로그래머가 전체 상영작 60여편을 일관된 기획 취지 아래 선정했다.올해 프로그램도 ‘작고 알찬 영화제’의 명맥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보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10월 25일-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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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아카데미는 11월 1∼6일 서울 신문로아트큐브에서 ‘폴리틱 온 더 필름(Politics on the Film)’이란 주제 아래 제2회 대화영화제를 연다. 프랑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축제는 시작된다>, 7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미디어 정치가 등장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 독일의 신문왕 알프레드 휴겐베르크의 일대기를 그린 <잊혀진 지도자>, 팔레스타인의 시각을통해 이스라엘을 관찰한 <이너 투어>, 이란 사회의 여성 억압을 폭로한 <하지의아내들> 등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무료로 상영된다.
11월 1일 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열리는 ‘미디어 권력과 정치권력’ 주제의토론회에서는 임영호 부산대 교수와 김창룡 인제대 교수가 주제발표에 나서고 행사기간 내내 아트큐브 로비에서는 국내의 역대 대통령 선거관련 영상자료를 모아 상영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치와 미디어 주제로 대화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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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La Cienaga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 ┃ 출연 메르세데스 모란, 그라시엘라 보르헤스 ┃ 2001년 ┃ 아르헨티나 ┃ 103분찌는 듯한 여름을 맞아 도시에 사는 탈리네 식구들은 교외에 있는 탈리의 사촌 메차의 집으로 놀러온다. 각각 네명의 자녀를 둔 이 두 가족은 여느 가정 못지않게 속사정이 번잡하다. 메차의 집안은 몰락해 풀장의 물이 썩어가지만, 메차는 부르주아 조상의 습성이 남아 하녀에 대한 불만을 남발한다. 딸은 하녀와 사랑하는 사이이고, 남편의 정부는 아들과도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암시된다. 탈리의 가정은 그보다는 덜하지만 두서없기는 마찬가지다. 두 가족 구성원 각자가 겪는 며칠 동안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렇다할 인과관계가 없다. 불균질하면서도 사실적인 디테일들을 엮어 그곳 중산층 가정의 내면을 서늘하게 중계하는 어법이 독특하다. 단편과 TV시리즈를 만들었던 루크레시아 마르텔(36)의 장편 데뷔작으로 98년 선댄스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돼 일본과 프랑스
영시네마:주목할 만한 신예감독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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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 촬영 중> Silence… We’re rolling감독 유세프 샤인 ┃ 출연 라티파, 아메드 베디르 ┃ 2001년 ┃ 이집트 ┃ 102분중년의 여배우 말락은 제작자, 감독을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스타다. 그러나 가정은 말썽으로 가득하다. 남편이 떠나버린 뒤 말락은 젊고 잘생긴 청년 나메이에게 반해 그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뽑는다. 감독은 연기도, 노래도 잘 안 되는 나메이를 꺼리지만 불가항력이다. 나메이는 한술 더 떠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이 빛나도록, 연출과 시나리오까지 간섭하고 영화촬영은 엉망진창이 돼간다. 말락의 딸까지 끼어들어, 나메이를 둘러싼 삼각관계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의 대소동을 통해 나메이의 정체가 탄로난다. 할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케하는 연출에, 연극적 구성을 섞어 교훈적인 결말을 끌어내는 모습이 다분히 예스러우면서도 정겹다. 영화와 영화연출에 대한 풍자도 유쾌하다. 올해 76살인 유세프 샤인은 40여편을 연출해온 이집트의 간판 감독으로 97년 칸
월드 시네마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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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영화는 저급하거나 지루하고 식상하다는 편견은 이미 오래 전에 깨졌다. 한 명의 거장이나 모든 규칙을 뛰어넘는 위대한 걸작 하나로 무너진 것이 아니다. 71년 시작된 닛카쓰 로망 포르노는 ‘에로’영화의 내용과 형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성을 중심에 놓고 인간과 사회, 역사와 우주까지 신랄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로망 포르노는 수많은 거장과 걸작을 탄생시켰다. 구마시로 다쓰미, 다나카 노보루 등 성애영화의 거장들이 탄생했고 모리타 요시미쓰, 나카하라 준, 히가시 요이치 등 80년대 일본영화의 뉴 웨이브를 이끈 젊은 감독들은 로망 포르노로 영화를 시작했다.TV의 등장으로 휘청하던 일본의 메이저 스튜디오 닛카쓰는 70년대 들어 도산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닛카쓰는 전속이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을 거의 포기하고, 영화 제작도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닛카쓰는 돌파구를 ‘에로’영화에서 찾았다. 60년대에 성행했던 싸구려 핑크영화보다는 3, 4배의 제작비를 들이고, 닛카쓰의 우수한 스탭과 촬영기
닛카쓰 로망 포르노-70·80년대 일본 고품격 에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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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후반의 시적 리얼리즘 영화부터 클로드 샤브롤의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범죄를 소재로 한 프랑스영화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갱스터-필름누아르로 이어지는 직접적 혈연전통을 보여주는 미국과 달리, 프랑스의 범죄영화들은 서로 다른 맥락을 지니고 있다. 시적 리얼리즘 경향의 영화들이 사회 문제를 정서적인 어조로 지적하고 있다면, 전후의 영화들은 미국 대중문화와 이중주로 새로운 영화적 형식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벨바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그 흐름은 클로드 샤브롤의 스릴러영화 형식까지 이어진다. 프랑스 범죄영화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 장 가뱅과 알랭 들롱의 대중적 이미지를 이들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망향> Pepe le moko감독 줄리앙 뒤비비에 ┃ 출연 장 가뱅, 밀레이유 발렝 ┃ 프랑스 ┃ 1937년 ┃ 93분<무도회의 수첩> <나의 청춘 마리안느> 등으로 시적 리얼리즘을 주도했던 줄리앙 뒤비비에의 이색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 시적 리얼리즘부터 클로드 샤브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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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의 최근 작업에 대한 글들을 모아놓은 <시네마 얼론>이란 책에서 이 책의 편집자인 마이클 템플과 제임스 S. 윌리엄스는 고다르의 프로젝트는 항상 신선한 주제와 형식을 찾고 있다며 그에 대해 이렇게 단언한다. “고다르는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영화계의 가장 총명한 기대주들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까지도 열정적으로 영화작업을 하고 있는 그를 보건대 분명 이건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는 누벨바그, 아니면 여기서 조금 더 시기를 확장해봤자 60년대에 속하는 과거의 인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국내의 경우에 이건 고다르의 최근 영화와 사고들이 거의 소개도 되지도 않은 채(물론 60년대 영화의 경우에도 별 차이는 없지만) 영화사 책 속에만 담겨 있는 화석화한 어떤 것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마스터 디렉터’ 섹션은, 현재까지 40여년을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해온 이 ‘현재의 대가’가 80년대 이후에 내놓은 중요작 4편을 모았다
마스터 디렉터 부문- 장 뤽 고다르 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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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서글픈 사랑 이야기 <로드무비>는 작품적 성취에 관한 논의를 별도로 하더라도, 그 용기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한 영화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질시가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동성애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동성간 성행위를 적나라한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만만치 않은 의미를 획득한다.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숫자에 비해 사회적 논의가 턱없이 빈약한 한국사회에서 이 영화는 동성애에 관한 활발하고 진지한 대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동성애 담론에 상당한 영향을 발휘했고, 전주영화제와 퀴어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뛰었던, 그리고 현재도 뛰고 있는 영화평론가 서동진씨가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을 만났다.편집자서동진감독님, 오랜만이네요.김인식그렇군요. 3년 정도 됐나요.(그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던 김인식 감독은 서동진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서동진사실 이
<로드무비>를 보는 김인식,서동진의 두 시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