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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엿볼 순 없다. 금방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데도 빨간 머리가 타버리기 전에는 전투 태세다. 입은 담배를 내뿜는 데나 사용하는 것일 뿐이고 말이라는 것, 그것과는 상관없다. 비디오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대며 남의 이야기 주워듣고 있다. 세상을 발견할 준비는 돼 있지만 당신의 질문에 답할 채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소녀를 궁금해하지 마라. 당하기 전에 전하는 비밀이다. 소녀는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맙소사.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걸 소녀는 모른다. 세상이 싫다는 듯 굴어도, 그녀는 날개를 가졌다. 소녀는 갑자기 자란다. 소녀는 아기를 임신하고, 한나절을 시큼한 화장실에서 신음을 하고는 사정없이- 만약 그녀의 부른 배를 보지 못했다면 변비 걸려 고생한 뒤나 되는 것 아닌가고 착각할 만큼 사정없이- 레버를 내려, 아기의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 화장실을 나오면 그녀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 어린애로 돌아갈 수 있으니깐. 다시 한
그녀는 날개를 가졌다, <꽃섬>의 김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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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는 연기 변신이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껄렁한 가죽점퍼를 걸치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를 두른 외양에서 이전의 덴젤 워싱턴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음주운전을 하고, 신참내기 형사 제이크(에단 호크)에게 마약 피울 것을 강요하는 비열하고 느글느글한 모습을 대하고 나면 이제까지 줄곧 그를 설명해오던 낯익은 문구 어디쯤에, 이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형사 ‘알론 조’를 위치하게 해야 할지 난감함이 앞선다. <트레이닝 데이>의 마약단속반 고참은 그렇게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피의자를 살해할 수 있는 냉혈한 그대로이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유독 이 배우, 덴젤 워싱턴에게만은 그런 통념이 금기시돼왔다. 수려한 외모, 지적인 말투, 확신에 찬 눈빛, 불의에 항거하는 신념…. 워싱턴의 사전에 등록된 보기 좋은 문구들은 이를 거스르는 어떠한 수식어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빼곡이 들어차 있다. 훌륭한 악역을 보여
`흑인 영웅`은 그만둘래,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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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웃는 얼굴과 웃지 않는 얼굴이 너무 다른 사람이다. 웃음기를 거둔 채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그는 예상보다 훨씬 큰 키에 마른 몸, 피곤한 낯빛 때문인지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얼굴을 익히고 몇마디 이야기가 오가다보면, 어느새 옆사람을 ‘북’ 대용으로 두들기면서 ‘어우 야∼’ 하며 웃는, 아주 익숙한 얼굴의 그가 앉아 있다. 간단한 헤어커트만으로도 열일곱 고등학생이 어색하지 않은 천진함과 삶의 격랑을 한두번쯤 넘어야 했던 스물일곱 여배우의 고단함이 공존하는 김희선의 얼굴은 시점에 따라 꽃병도 되었다가 마주보는 사람의 형상도 되는 그림처럼 극과 극의 표정을 품고 있었다. “줄곧 내가 오버하는 모습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게 김희선다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죠. 나 역시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싫었다면 못했겠죠.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한 부분만 있겠어요?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저 내 속에 있는 다른 부분이 보여지는 것뿐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진 얼굴로, <와니와 준하>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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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는 늘 크고 검은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마치 금방 산이라도 갈 사람처럼 둘러멘 그의 배낭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그는 배낭의 용량 이상으로 담고 싶고 채우고 싶은 게 많은 배우다. <댄스댄스> <해피엔드> <무사> <와니와 준하> 그리고 출연을 결정한 <발해>까지, 99년 데뷔 이후 꾸준히 필모그래피의 한줄 한줄을 채워나간 주진모는 결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욕심을 겸손함이라는 미덕으로 숨기지 않는다. <와니와 준하>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좋은 느낌 그대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혹독한 모래바람을 견뎌가며 찍은 <무사>의 냉담했던 반응에 대해서는 “관객이 야속하기도 했고 실망도 많이 했지만 내 몫의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무사>는 저한테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 준하의 편한 표정도 <무사>를 거치지
“어서 늙어야겠어요,생생한 연기 하려면” <와니와 준하>의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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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 오빠는 <무사> 개봉 뒤에 부쩍 <와니와 준하> 촬영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주진모의 얼굴엔 당황한 빛이 역력한데 스튜디오에는 일제히 폭소가 터진다. 김희선의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말에 꼼짝없이 당한 주진모는 그러나 별로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다.그렇게 한참 귀여운 눈흘김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이번엔 사진기자가 필름을 교환하는 시간을 틈타 서로 옆구리에 살이 있네, 없네 하며 티격태격한다. 잘 들리지도 않게 몇마디가 더 오가더니 김희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주진모가 ‘우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76년생, 75년생. 한살 터울의 이들 사이에는 으레 커플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보여주게 마련인 ‘닭살스런 챙겨줌’은 오가지 않았다. 그저 영화 속 ‘와니와 준하’처럼 무덤덤하게 재미있는 사람들. 살가운 대화없이도 ‘쿨’하게 정겨운 그 남자와 그 여자.
“우리 별로 안 친해요!” 합창하듯 말하다가 서로를 보고 ‘푸하하하’ 꺾어질 듯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들. 단독
그 남자 그 여자의 사랑법, <와니와 준하> 김희선,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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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신라의 달밤> 용갈이 행님의 전설
[정훈이 만화] <신라의 달밤> 용갈이 행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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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리던 영화, 새로운 전설이 될 영화, <해리 포터: 마법사의 돌>11월16일 금요일 <해리 포터: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이 영국에서 개봉됐다. 지난 11월4일 런던 레스터 스퀘어 오데옹시네마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스크리닝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는 이 영화에 대한 가히 폭발적인 관심과 열기는, 지난주 주말인 10일과 11일의 프리뷰 스크리닝 성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491개관에서 660만파운드를 벌어들인 것. 또한, 이례적으로 영국 전역 1천개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의 표가 오데옹시네마 20만장, 워너 빌리지 14만장, UCI에서 12만장 예약된 것으로 나타나, 지금까지의 영국 흥행 최고기록 경신은 물론, 사상 최대로 인기있는 어린이영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미국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했지만, 영국에서 출판된 J. K. 롤링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주인공인 해
[런던 리포트] 초강력 흥행 마법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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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 부산에서 열린 [H] 제작발표회. 애초 [살인비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H]는 염정아가 지능적인 연쇄살인범을 쫓는 강력반 형사팀장으로 출연하는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특공대원들이 복면의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는 이벤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H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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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의 감독 스티븐 소머즈가 3년간 유니버설에 몸담기로 계약했다. <미이라>로 4억1400만달러, <미이라2>로 4억3천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유니버설에 안겨준 감독이라는 걸 고려하면 당연한 일. 하지만 <미이라3>가 그의 다음 작품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가 스토리를 만든 <스콜피온 킹>은 <마스크>의 척 러셀이 연출해 내년 봄 개봉하지만 소머즈 자신은 <미이라3> 이전에 다른 작품을 만들 계획. 소머즈는 다음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하면서 <미이라>처럼 옛날 영화를 새롭게 부활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소머즈, 유니버설과 3년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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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진주만> 등 제작비 1억달러를 넘는 대작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저예산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로 변신한다. 베이는 최근 자신의 첫 단편영화의 제목을 딴 ‘플래티넘 듄’이라는 제작사를 만들어 젊은 감독들의 저예산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제작비 500만달러에서 1200만달러 사이의 영화를 만들 예정.
마이클 베이, 저예산영화 제작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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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가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10일간 흥행수입 1억2280만달러를 기록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9일 만에 1억달러를 돌파해 역대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빨리 1억달러를 넘기는 영화가 됐다. 이전 기록은 <토이 스토리2>로 11일 만에 1억달러를 돌파했다. 2위를 차지한 영화는 패럴리 형제의 로맨틱코미디 <쉘로우 할>이다. 기네스 팰트로가 뚱뚱한 여인으로 분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주말 흥행수입 2330만달러를 기록했다.
<몬스터 주식회사> 1억달러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