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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인 내가 왜 스틸을 찍게 됐냐고? 사실 처음 스틸을 찍게 된 건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앵글도 보고, 화면 안의 구성요소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이유는 정서적인 것에 자리를 내줬다. 물론 현실적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젠 ‘기억’과 ‘추억’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한 작품 끝날 때마다 꼭 애인과 헤어지는 기분이 드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들을 사진을 통해 떠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스탭들이나 촬영 막간의 장면을 더 열심히 찍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말재주는 없어도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찍는’ 것이 아닌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표현하는 방법 또한 찍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난 늘 현장에서 그들을 고생만 시키는 사람이잖나. 촬영이 끝난 뒤 사진이라도 한장씩 나눠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애정표현이리라.
1. 진구, 머리를 자르다
2008년 9월27일 전북 익산 여산삼거리_첫 촬영날
<마더>의 홍경표 촬영감독에게 직접 듣는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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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답게 근사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에 차는 건 아니다. 칸영화제에 모인 외신들의 평가다. 제62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마더>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16일 오후 2시 칸의 드뷔시 극장에서 최초 기자시사를 가졌다. 비교적 호의적인 리뷰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많은 언론은 특히 봉준호가 보여주는 비주얼리스트로서의 감각에 주목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봉준호는 TV스타 김혜자의 압도적인 연기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오페라 같은 멜로드라마를 통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타일로 방향을 돌렸다. 기품있는 구성과 무드가 넘치는 촬영으로 가득하다”고 썼고, 프랑스 잡지 <레 인록>은 “봉준호는 범죄영화, 그로테스크한 코미디, 멜로드라마간의 감미로운 혼합을 다시 보여주는 <마더>를 통해 우리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의를 확인시켜주었다”고 평했다. <리베라시옹>은 “카메라 스틸, 연기, 서사. 이 모든 것이 견고한
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마더>, 외국 언론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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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건 모험심 가득한 탐험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 비슷하다. 이미 그 영화의 여정 속을 수십, 수백번쯤 다녀갔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정이 시작되면 그는 다시금 진지한 자세가 돼 그곳을 탐험하며 생생한 설명을 덧붙여준다. 그는 의례상 던진 질문에도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며, 답변을 하는 중에도 자신의 영화가 가진 함의를 새롭게 분석한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터뷰가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자신의 영화를 객관화하고 그 안을 끊임없이 후벼파는 그의 본성 때문이다. <마더>에 관한 대화 또한 비슷했다. <마더>에 관한 그의 생각 혹은 그와 함께한 <마더> 탐험 기록을 소개한다.
-칸영화제는 잘 다녀왔나.
=5월15일 떠났다가 어제(19일) 오후에 돌아왔다. 16일 저녁에 영화 상영을 한 뒤 17일 내내, 그리고 18일 칸을 떠날 때까지 계속 인터뷰만 했다. 물론 배우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이다.
-내심 경쟁부문 진출을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마더>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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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공개됐다. 5월16일 칸영화제에서 첫 막을 열었고, 한국에서도 20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마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감각이 곳곳에서 번득이면서도 그의 이전 영화와는 궤를 달리하는 문제작이다. <마더>의 첫인상과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칸 현지의 반응을 소개한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현장에서 틈틈이 찍은 사진과 짧은 이야기를 담은 ‘포토 코멘터리’는 <마더>의 이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괴이하면서 아름다운 장면이다. 펼쳐진 갈대밭. 아무렇게나 차려 입은 한 중년의 여인이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화면의 중앙에 서자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처음에는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춤이고 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냥 몸을 슬프고 우스꽝스럽게 놀리는 것 같다. 이 여인의 기이한 춤사위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혹은 그 음악 때문에 그 몸짓이 더 기이하다. 그런데 음악은 갈대밭에서 들리는
다재다능한 장르적 결속력이 돋보이는 <마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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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책을 권해주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권하겠는가. 사람마다 취향은 분명 다르겠지만, 책 판매량으로 알 수 있는 한국 독자들의 선택, 특히 일본 연애소설에 대한 취향은 꽤나 분명한 편이다. 여성 작가라면 에쿠니 가오리, 남자 작가라면 바로 요시다 슈이치다. 요시다 슈이치는 연애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대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절박한 형태의 소통이 연애라는 사실을, 그의 소설을 보면 절감할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1999년에 데뷔하고 2002년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을, <퍼레이드>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고, <악인>으로 오사라기 지로상과 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동경만경> <나가사키> <랜드마크> <7월24일 거리> <사요나라 사요나라> <사랑을 말해줘>와 같은 작품들이
[요시다 슈이치] 연애에서의 소통은 내게도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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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랑받는 두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와 온다 리쿠가 2009 서울국제도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연애소설, 미스터리, 성장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특한 분위기와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두 작가가 말하는 소설 이야기.
<유지니아>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온다 리쿠를 처음 알고 꽤 바빴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겨우 다 읽었다 싶으면 이미 새로운 책이 나왔고 그렇게 출간된 책들은 항상 나의 독서량을 앞질렀다. 끊임없이 이야기가 샘솟는 느낌. 그녀는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1992년 <여섯 번째 사요코>로 등단해 지금까지 쓴 소설이 45편. 현재 연재 중인 작품도 8편이다. 미스터리, 추리, SF, 성장담. 장르도 소재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발간된 소설 <어제의 세계>엔 이 모든 게 담겨 있다. 온다 리쿠 이야기의 원동력은 뭘까. 그녀의 후기작들을 차례로 읽고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서로 다른 장
[온다 리쿠] 이젠 1인 1장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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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e 04. 액션과 컷의 경계를 관통하는 김혜자의 연기
3월26일 오후 1시. 김혜자의 후시녹음 첫날이다.“선생님!” 그녀를 보기 위해 부러 짬을 내 왔다는 <마더>의 마케팅 팀원들이 소녀 팬들처럼 달려들어 가볍게 포옹한다. 김혜자는 이번 영화작업을 위해 난생처음 휴대폰을 마련했는데, 어느새 하트 모양 특수문자를 말미에 붙인 메시지를 날려 오신다고 스탭들이 자랑한다. 채비가 진행되는 동안 김혜자가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낸다. 일회용 비닐장갑에 청포도알을 담아왔다. “보기엔 이래도 맛은 괜찮아요.” 단것을 좋아하는 봉 감독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 입장!” 봉준호 감독이 나지막이 작업 시작을 선언하지만 선수는 입장 전부터 이미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촬영 중간중간을 스케치한 현장 사진에서도 오직 그녀의 얼굴은 극중 장면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껏 연기 중이었다. <괴물>에서는 믹싱팀으로 작업했던 라이브톤의 ADR 레코디스트 박용기 팀장이 마이크를 조정
후시녹음 현장에서 엿보고 들은 <마더>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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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네 번째 장편 <마더>를 2004년부터 구상했다. 배우 김혜자에 대한 구애도 동시에 시작됐다. <괴물>과 <흔들리는 도쿄>를 완성하는 동안 박은교 작가와 번갈아 띄엄띄엄 진척시킨 <마더>의 시나리오를, 감독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붙들고 마무리했다. 2008년 4월6일 착수한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같은 해 9월27일 개시된 촬영은 2009년 2월14일에 끝났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달이 편집에 소요됐고, 3월18일부터 28일까지 후시녹음(ADR)이 진행됐다. 디지털 색보정은 4월19일에,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믹싱 작업은 4월25일 최종 완료됐다. <마더>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오는 5월16일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뒤 5월28일 국내 개봉한다. <씨네21>은 3월19일과 3월26일 두 차례 서울 대치동 라이브톤 스튜디오 후시녹음실을 찾았다. 다음은 <마더>의 실체와 마주치기 전
후시녹음 현장에서 엿보고 들은 <마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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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인터넷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0점 만점의 평점으로 보자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10점 관객과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0점 관객이 거대한 전쟁을 벌였다. 그 사이 <박쥐>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을 전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자신은 애초의 예고대로 일체의 매체 인터뷰를 거절하며 속시원한 얘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칸영화제로 떠나기 전날이자 <박쥐>가 180만 관객을 돌파한 5월12일 극적으로 단독 인터뷰가 성사됐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이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박찬욱 감독으로서도 날이 밝은 줄 모르고 자다가 등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번쩍 눈을 뜨던 영화 속 뱀파이어 상현(송강호)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칸에서 입을 턱시도 등 의상문제로 파주에서 서울로 와야 했던 그는 운전을 하지 않기에 홀로 한참이나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학생처럼 가방을 메고서 장충공원 근처의 인터뷰 장소로 왔다. 영
[박찬욱 단독인터뷰] <박쥐>가 난해하다는 건 정말 인정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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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지났지만 크랭크업한 소감이 어땠나.
=지난해 12월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특수촬영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런데 후반작업을 6개월 이상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크랭크업할 때 전혀 홀가분하지 않았다. (웃음) 이전 내 영화들 진행할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거기였다. 끝나서 개운하다기보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미국쪽 스탭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는데.
=한마디로 살벌했다. (웃음) 내가 한국 감독으로서 요구하는 부분과 그들의 자존심이 부딪히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월등한 퀄리티의 CG를 선보여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으니까. 어차피 같은 배를 탔고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팀워크는 좋았다. 매일 새벽 1시부터 1∼2시간 정도 숏 바이 숏으로 회의를 진행했는데 당연히 고성도 오가고. (웃음)
-최근 환율문제로 제작비 초과를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실제 프로덕션상으로는 오히려 제작비를 남
[윤제균] “무조건 <투모로우>를 넘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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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가 온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코믹한 감각을 뽐내온 윤제균 감독이 일대 방향전환,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에 참여한 할리우드 CG 프로듀서 한스 울릭과 손잡고 해운대에 들이닥친 ‘쓰나미’에 도전한 것. 기대와 우려를 모두 끌어안은 채 현재 15개국에 선판매되고 7월 개봉예정인 <해운대>의 CG컷들을 최초 공개하고 한창 후반작업 중인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이 섬뜩한 상황의 줄거리는 이렇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들이닥쳐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사상자를 내며 엄청난 충격을 준다.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한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쓰나미 블록버스터 <해운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