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황하는 칼날>의 상현(정재영)은 경력이 오래된 공장 노동자다. 일거리가 늘 많아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몇년 전 아내를 암으로 잃고 중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밤 늦게까지 혼자 지내는 딸에게 항상 미안하다. 사건이 있던 날 밤에도 상현은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고 늦게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집에 있어야 할 딸이 없다. 며칠이 지난 뒤 경찰(이성민)이 딸의 죽음을 알려온다. 딸이 성폭행당한 뒤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인근 미성년 불량배들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망을 좁힌다. 한편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며 경찰서를 배회하던 상현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한통의 문자가 날아든다. 범인 중 한명의 집을 찾아간 상현은 거기서 딸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들어온 범인 중 한명과 마주치고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다. 이제 또 한명의 범인이 남았다. 상현은 그를 쫓아가 죽이기
선량한 피해자, 또 다른 가해자가 되다 <방황하는 칼날>
-
일명 ‘백프로’로 불리는 천재 프로 골퍼 백세진(윤시윤). 승승장구하던 그는 방탕한 생활로 위기를 자초한다. 음주 사고로 친구도 잃고 목소리마저 안 나오는 상태로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옛 은사가 교장 선생님으로 있는 섬마을로 향한다. 그곳에는 전교생이 6명뿐인 폐교 직전의 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을 스포츠 특기생으로 키워 폐교만은 막아보려는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세진을 잡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섬에 머물게 된 세진은 골프를 배우려는 아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중에는 골프에 재능을 보이는 병주(여진구)도 있다. 술주정뱅이에 걸핏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 밑에서 힘겹게 운동을 해나가는 아이다.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세진과 아이들은 과연 학교를 지킬 수 있을까.
<백프로>는 학교를 사수하려는 섬마을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공동 프로젝트다. 세진을 섬에 주저앉히려는 섬사람들의 단결된 행동이 과장되고 엉뚱하나 재미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세진이
섬마을 학교를 사수하라 <백프로>
-
핫도그, 전, 크로켓, 카레라이스 등 푸짐한 길거리음식이 널린 B급 음식 대축제장. 그중 제일은 장인이 전설의 소스를 이용해 만드는 볶음국수다. A급 음식 신봉자인 로열 황태자(이광수)는 축제장에 쳐들어가 B급 음식을 모두 없애려 한다. 한편 짱구(박영남)와 친구들은 부모 몰래 축제에 가서 볶음국수를 먹을 계획을 세우고 축제장으로 출발한다. 소스를 운반하던 미녀는 로열 황태자가 보낸 요원들에게 쫓기던 중 짱구 일행을 만나 소스를 짱구와 친구들에게 맡긴다. 짱구와 친구들은 먼 길을 떠나며 소스 항아리까지 떠안게 된다.
전편에서 우주의 운명을 책임질 기로에 놓였던 짱구가 다시 떡잎마을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원래 성격대로 소소한 소재를 잔뜩 부풀린 이야기다. 지나치게 황당무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유머가 절로 웃음을 유발하는데 스테이크, 캐비어, 푸아그라, 송로버섯 등 고급 음식재료의 의인화가 귀엽고 참신하다. 짱구 일행이 카트를 타고 A급 요리사들의 주방을 누비게 되는 추격 장면도 박
짱구 시리즈 21번째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
-
<론 서바이버>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펼쳐진 ‘레드윙 작전’을 다룬다. 레드윙은 탈레반 부사령관 ‘아마드 샤’를 제거하기 위해 네이비실 정예요원 4명이 투입된 작전명이다. 제목 그대로 외롭게 혼자 살아남은 마커스 러트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매력은 실감나는 전투 신을 보는 것이다. 아니, 본다기보다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와 장비들은 미 육/해/공군의 전폭적인 협조로 사실대로 재현된다. 육군은 치누크, 아파치 헬리콥터 등을, 해병대는 차량과 실제 해병 등을 지원했다. 바그람 공군기지 등 작전본부의 모습 역시 리얼리티를 십분 살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레드윙 작전은 실패했다. 치누크 헬리콥터 한대가 산산조각났고 거기 타고 있던 작전 총괄 지휘자 에릭 크리스텐슨(에릭 바나) 소령과 16명의 특수부대원이 전원 사망했다. 이 일로 인해 고가치표적(high value target)을 제거하는 미군의 전략 자체가 수정되었다고 한다. 하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펼쳐진 ‘레드윙 작전’ <론 서바이버>
-
-
사진작가 빅 무니즈의 관심사는 어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나 사물이 “단 2분만이라도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바뀐다”라고 믿는다. 브라질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신이 찰나의 우연으로 뉴욕에 와 사진가가 된 것부터가 그러하다. 무니즈는 초콜릿 시럽, 설탕 등으로 그려낸 빈민의 초상으로 현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다음 타깃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에 자리한 자르딤 그라마초의 사람들이다. <웨이스트랜드>는 무니즈의 작업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자르딤 그라마초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이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카타도르들이 무니즈의 새로운 소재이자 동료다. 무니즈는 그들의 모습을 촬영한 뒤 그 사진을 다시 재활용 쓰레기로 모자이크한다. 모자이크 작업은 카타도르들과 함께 진행하고, 완성된 모자이크를 다시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이 최종 결과물이 된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탄생한 예술 <웨이스트랜드>
-
CIA 비밀요원 에단 러너(케빈 코스트너)는 5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에단은 미국을 떠나 프랑스로 향한다. 10년이란 긴 시간을 부재한 덕분에 딸과 전 부인은 에단을 반기지 않는다. 그런데 막 파리에 도착한 에단에게 비비 딜레이(엠버 허드)가 접근해 와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긴다. 딱 3일의 기한을 주면서, 그녀는 만일 일을 완수하게 되면 시판되지 않은 치료제를 구해주겠다고 이른다. 거래는 성사되고, 에단은 가족 몰래 테러조직을 뒤쫓는다. 하지만 그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약 때문에 발생하는 환각효과와 기면증 때문에 에단은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고비를 맞는다.
<쓰리데이즈 투 킬>은 <미녀삼총사>(2000)를 연출했던 맥지 감독의 신작으로, 뤽 베송이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실외 촬영이 이뤄졌고, 생드니에 위치한 ‘시테 뒤 시네마’ 스튜디오에서 프로덕션 전반
시한부 비밀요원의 마지막 임무 <쓰리데이즈 투 킬>
-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는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에마 톰슨)의 아동용 소설 <메리 포핀스>를 영화화하기 위해서, 무려 20년간 판권을 구입하려고 매달린다. 포핀스의 동화를 좋아하던 자신의 어린 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다. 마침내 작가가 각색을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영화사로 찾아온다. 회사의 직원들은 열렬히 환영하지만, 고집 있고 집요한 작가의 요구 탓에 그들은 점점 지쳐간다. 함께 일하던 작곡가 셔먼 형제(B. J. 노박, 존 슈워츠먼)와 공동각색자인 돈 다그라디(브래들리 휘트포드)는 트래버스의 무리한 요구에 질색하고, 이에 월트 디즈니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설득한다. 사실 <메리 포핀스>는 트래버스의 자전적 기억이 녹아든 소설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그녀와 아버지(콜린 파렐) 사이에 있었던 숨겨진 추억들과, 현재의 각색과정을 교차해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1964년에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뒤쫓는다.
<메리 포핀스>가 개봉하기까지 <세이빙 MR. 뱅크스>
-
무엇보다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인공이라는 점부터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레커스>에서 일종의 소시오패스라 할 수 있는 데이빗으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영화의 제목은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들’이라 해석할 수 있다. 1990년대 할리우드는 가정을 위협하는 침입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다수 제작했다. 이 영화들의 주인공은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닌 인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다 막판에 가까스로 가정을 지킨다. <레커스>는 이런 영화들을 연상시키지만 기존의 서사들을 조금씩 비틀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재미있는 지점이다. 기존 할리우드 서사가 견고해 보이는 가정에 내재된 허술한 틈을 파고들었다면, <레커스>는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시련 속에서 위태롭게 가정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혼부부인 돈(클레어 포이)과 데이빗은 런던 생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들’ <레커스>
-
이 영화의 원제는 ‘Reality’이지만 이 작품의 내용과 지향은 한국어 부제와 딱 맞아떨어진다. 일반인이 참여해서 그들의 진솔한 삶과 태도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내는, 이른바 ‘리얼리티 쇼’들이 전세계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한 지 꽤 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청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우선은 누군가의 실제 삶을 훔쳐볼 수 있다는 착시현상을 느끼게 하며 더불어 시청자 자기도 언제든지 TV 속의 대상이 되어 누군가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양산한다. 이 쇼는 관음증과 노출증이라는 상반된 욕망을 교묘하게 충족시키는 듯 보인다. 게다가 특별한 재능 없이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그것을 기반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신분상승의 판타지까지 더해지면 누군가에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실이 아닌 꿈을 향한 관문이 되기도 한다.
<리얼리티: 꿈의 미로>는 ‘리얼리티 쇼’의 환상에 빠져 현실을 잊어버린 한 사내를 다룬다. 나폴
꿈을 향한 관문 <리얼리티: 꿈의 미로>
-
고등학교의 과학실. 선생이 학생을 체벌한다. 학생은 맞으면서도 꿋꿋이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제 말이 맞긴 맞는 거죠?” 학생의 이름은 박정구(변요한). 장면이 바뀌면, 정구와 그의 친구가 초조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체벌 교사가 자신의 차에 오르면 잠시 뒤 차 안에서 폭탄이 터진다. 소년들이 저지른 범행이다. 11년 뒤. 정구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며 번듯한 일자리를 알아보는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남몰래 사제폭탄을 만든다. 누군가가 폭탄을 터뜨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느 날 정구는 학교에서 이효민(박정민)이란 학생을 알게 된다. 효민이 제출한 리포트엔 “작성자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움”이란 교수의 평이 달려 있다. 정구는 그런 효민의 뒤를 밟으며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효민에게 자신이 만든 폭탄을 배달한다. 효민이 그 폭탄을 터뜨려줄 적임자라는 판단에서. 그러나 효민이 실제로 폭탄을 터뜨리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정구는 폭탄을 터
이 시대 청춘들의 답답한 현실 <들개>
-
<퍼스트 어벤져>는 <어벤져스>로 가기 위한 마블의 최종 징검다리였고, <어벤져스>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사실 <어벤져스>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은 미비했다. 아니, 그의 역할은 컸지만 아이언맨이나 헐크만큼 관객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다. 비단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 때문은 아니었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충만한 히어로들 사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너무 밋밋했다. 그러나 <윈터 솔져> 개봉 이후 전세는 금방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외계의 뉴욕 침공 사건이 있은 뒤 워싱턴에서 쉴드 요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납치된 쉴드의 함선을 구출하는 작전을 펼치던 중 스티브는 닉 퓨리 국장(새뮤얼 L. 잭슨)과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쉴드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닉 퓨리는 윈터
1편을 훌쩍 뛰어넘는 속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