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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미술사박물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요한(바비 조머)은 자신의 직업을 적당히 즐기는 훌륭한 관찰자이다. 늘 보아왔던 그림 속에서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내거나, 관람객의 얼굴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의 소일거리다. 특히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빈미술사박물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디테일이 풍성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어느 날 요한은 미술관에서 유독 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방문객을 발견한다. 앤(메리 마거릿 오하라)이란 이름의 이 캐나다인 여성은 몇년간 왕래가 없던 사촌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이곳을 방문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 중년의 여성과 퇴직 뒤 느긋하게 박물관 일을 하는 남성의 만남은 뜻밖의 관점을 제시해준다. 그들의 시점에서 박물관은 사람들의 삶을 탐구하는 신비로운 교차로로 바뀌고, 빈이란 도시는 작품의 세계를 반영하는 신비로운 화판이 된다. 둘의 우정을 통해, 영화는 미술품과 일상적 풍경을
느리지만 달콤한 박물관 산책 <뮤지엄 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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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연쇄살인마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아니라 살인자와 그의 아들이 겪는 심리적 고뇌에 초점을 둔 스릴러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자신에게도 범죄자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범죄 사실을 들킬까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아들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아버지는 부성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살인자>는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 한국 스릴러와 차별되는 주제를 다룬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행으로 달리는 두 줄기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봉합하지는 못했다.
주협(마동석)은 외도하는 아내를 살해하고 신분을 숨긴 채 시골 마을에 숨어 산다. 주협의 아들 용호(안도규)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아버지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 견뎌낸다. 불안해 보이지만 별 탈 없이 지내던 주협과 용호의 삶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서울에서 전학 온 지수(김현수)라는 여자아이다. 용호는 자신처럼 외톨이인 지수에게
연쇄살인범의 모순된 부성애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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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질리언 머피)은 우연히 알브레히트 왕자(퀴 후안)와 마주친 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의 즐거운 연애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숨겨왔던 왕자의 신분이 들통난 데다 그의 약혼녀가 마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지젤은 이성을 잃어 미쳐가고, 결국 생명을 잃는다. 이윽고 숲의 요정 ‘윌리’로 변한 그녀가 다시금 등장하지만 둘의 사랑은 지속되기 어렵다. 다만 이제 요정이 된 지젤이 자신의 무덤을 찾은 알브레히트를 주변의 윌리들로부터 지켜내려 애쓸 뿐이다.
<지젤>은 동명 로맨틱 발레의 실황 공연을 담은 영화이다. 몇몇 장면에서 감독은 무용수를 배우로 삼은 ‘환상극’ 형태를 삽입하지만, 스토리의 변동은 거의 없다. 일부 무용을 통해 전달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상황들이 영상을 통해 보완되는 정도에 그친다. 주인공의 죽음을 중심으로, 극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막과 2막 무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1막이 즐겁고 활기차다면 2막은 처
로맨틱 발레 실황 공연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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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만찬>의 가족은 사는 게 힘들다. 자식들 용돈받는 노부부는 눈치 보기 바쁘고,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이혼한 딸 경진(이은주)은 심장병으로 고생 중이다.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대리운전을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데도 가족의 고통은 더해간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인철 부부와 자폐증인 경진의 아들, 동거녀의 임신 소식에도 돈 걱정이 앞서는 인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 가족들만의 ‘불행’은 아니다. 해고, 취업난, 질병, 이혼 등 한국 사회의 보편적 고질병을 보여주는 인철의 가족은 낯설지 않게 보인다. 여동생의 이혼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인철이 “지나고 나면 다 별거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고난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만찬>의 파국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철의 가족에
가족이 바라는 최상의 식사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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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각각 대쇼커와 대잔개크 군단의 지구 정복 계획에 맞서 싸우던 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슈퍼전대). 그러던 어느 날 “파워레인저 캡틴포스”의 캡틴 마벨러스가 역대 가면라이더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하고,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츠카사 역시 전대전사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심지어 적들과도 손을 잡은 캡틴 마벨러스와 츠카사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동료들은 일이 이렇게 틀어진 원인을 찾기 위해 결국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결심한다.
1971년에 시작한 <가면라이더> 시리즈, 그리고 1975년에 시작한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신작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 4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참신한 기획도 여러 차례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2012년 일본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극장판 가면라이더 vs 파워레인저 슈퍼히어로 대전>이다. 정의를 위해 싸워왔던 가면라이더와 슈퍼전대가
슈퍼히어로들의 대결 <극장판 가면라이더 vs 파워레인저 슈퍼히어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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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가벼운 건망증이나 자기편의적인 기억 왜곡이야 누구든 겪는 일이지만 “내가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는 수준이면 삶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 연약한 육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이성을 가진 존재라서 특별한, 인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로 ‘알츠하이머’를 다룬 영화들은 <아무르>나 <어웨이 프롬 허>처럼 인간의 존엄성이나 삶의 가치에 대해 매우 윤리적이고 감동적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병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스릴러와 결합시킨다.
알츠하이머로 판명받고 요양원에 수용된 프랭크(레이 윈스턴)의 기억은 뒤죽박죽이다. 어느 날 한 사내가 아들 제임스(짐 스터지스)라며 찾아와 그를 자기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요양원 생활이 지긋지긋했던 그는 제임스와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하지만 불쑥불쑥 분노에 차 발작을 일으키는 프랭크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프랭크는 아내 캐시를 그리워하
‘알츠하이머’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기억속에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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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경찰에 밀고한 마피아 보스 프레드(로버트 드 니로)는 가족과 함께 쫓기는 신세다. 프레드 가족은 증인보호제도에 따라, CIA 요원 스탠스필드(토미 리 존스)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잠입한다. 프레드는 작가로 위장해 매일 총을 쏘는 대신 타자기를 두드리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아내 매기(미셸 파이퍼)는 성당에서, 딸 벨(다이애나 애그론)과 아들 워렌(존 드리오)은 학교에서 각각 파괴욕을 다스린다. 그러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가족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초호화 캐스팅이다. 원래 각본 작업에만 참여할 계획이었던 뤽 베송은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의 출연으로 캐스팅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감독으로 나섰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해온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와 제작자로 만났다. 전직 마피아 보스가 평범한 글쟁이로
마피아 가족의 근질거리는 본능 <위험한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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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수잔(폴린 에티엔)은 두 언니의 결혼 뒤 더이상 결혼 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녀원에 들어가길 강요받는다. 그녀는 완강히 거부해보지만 달리 탈출구가 없다. 1년의 수련기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잠시, 자신이 어머니(마르티나 게덱)가 외도해 낳은 딸이란 사실을 안 뒤 결국 수녀서원을 받는다. 하지만 원장수녀 크리스틴(루이즈 보르고앙)은 그녀가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는다며 온갖 핍박을 가하고 참다 못한 수잔은 변호사를 통해 비밀리에 자신의 파문을 청한다. 이후 조사를 나온 주교 덕분에 겨우 다른 수녀원으로 옮겨가지만 새로운 원장수녀 유트롭(이자벨 위페르)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애가 또 한번 그녀를 괴롭힌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드니 디드로의 소설 <수녀>를 원작으로 한 <베일을 쓴 소녀>의 뼈대는 봉건적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저항
봉건적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저항 <베일을 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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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아른거리고, 자꾸 생각나면 그게 사랑 아니냐?” 시장통을 전전하며 빚을 수금하는 사채업자 태일(황정민)은 고민에 빠졌다. 빚을 받으러 나간 자리에서 채무자의 딸인 호정(한혜진)을 만났는데, 자꾸만 그녀가 생각나는 이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호정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태일은 자신을 만날 때마다 빚을 삭감해주겠다는 말로 그녀를 설득한다.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태일의 진심에 호정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작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를 꿈꾸며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 그러나 어쩐 일인지 2년 뒤 태일은 감옥에서 출소한다.
꿈도 희망도 없는 건달이 아름답고 순수한 여자를 만나 일생일대의 사랑에 빠진다. 이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다. 최근 영화로는 <창수>가, 지난 영화로는 <파이란>이 떠오른다. 살아온 환경과 사회적 층위가 다른 남녀의 만남에 대해, 이전의 수많은 한국 멜로영화들이 탐구하고 구축한 어떤 전형이 있고 관객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어려운 남자 <남자가 사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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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늘 ‘방울방울’하다.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당시에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고 생각되는 일마저 지나고 나면 다 재밌는 얘깃거리가 된다. 요즘 스크린 위에 1980, 90년대가 자주 소환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숨통을 조였던 1980년대의 정치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누군가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했던 지극히 사적인 향수에 열광한다. <피끓는 청춘>은 후자에 속하는 1980년대를 그리고 있다. <품행제로>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지만 보편화된 추억의 공간인 ‘서울’을 버리고 과감하게 충남 ‘홍성’을 택했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사투리는 조폭언어에서 해방되었지만 여전히 표준어의 타자 자리를 완벽하게 탈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사투리가 그것도 경상도나 전라도에 비해 영화적으로 재현될 기회가 적었던 충남 사투리가 전면에 부상한다.
영숙(박보영)과 중길(이종석)은 어린
혈기왕성한 청춘의 연애와 싸움 <피끓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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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입에 욕을 달고 다니며 남 타박하는 게 몸에 뱄다. 하나뿐인 아들 현철(성동일)을 대학교수로 키웠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남들한테 아들 자랑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우리 아들은”으로 시작되는 말을 즐겨한다. 어느 날 며느리 애자(황정민)가 살림살이에 대한 시어머니 말순의 참견과 잔소리를 참지 못하고 화병에 걸려 쓰러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낼 것을 제안한다. 이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말순은 집을 나간다.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며 밤길을 방황하던 말순은 청춘사진관에 이끌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에서 나온 말순은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주름으로 가득했던 쭈글쭈글한 몸이 탱탱한 스무살의 몸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오말순은 이름을 오드리 헵번에서 딴 오두리로 바꾼 뒤 스무살의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칠순 할머니가 스무살의 몸으
잊고 살았던 청춘 <수상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