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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인가요?” “아니, 10년 만이죠.” <깊은 슬픔>보다는 <걸어서 하늘까지>를 ‘본격적으로’ 했던 마지막 영화로 기억하는 배종옥에게, 요즘 촬영중인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은, 거기서 그녀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박성연은, 10년 만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질투는 나의 힘>은 스물일곱살짜리 대학원생 남자가 어느 유부남에게 애인을 뺏기고, 묘한 질투심에 잡지 편집장인 그 유부남 주위에 머무르면서 또 한명의 여자를 알게 되지만, 그녀 역시 그 때문에 차지하지 못한다는, ‘질투’의 이야기. 배종옥은 수의사 출신 사진기자인, 자유분방한 30대 여자 박성연을 연기한다. 서른일곱, 여전히 단단한 목소리와 눈매가 변함없는 배종옥에게, 그런 여잔 “지금까지 안 해본 역할”이다. 한참 만에 다시 하는 영화에다, 영 새로운 캐릭터까지, ‘긴장’되지만, 그게 바로 그녀가 원했던 것. “해온 것보다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질투는 나의 힘>의 주인공 배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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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처럼 해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슴속에 늪 하나를 품고 있는 주인공 와니처럼, <와니와 준하>는 빛과 어둠이 동거하고 청춘의 천진함과 운명의 음험함이 공존하는 묘한 멜로드라마다. 그래서일까. 두번쯤 보아야 비밀과 매력을 온전히 드러내는 이 숫기없는 영화는, 개봉 첫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두드러지지 않는 수의 관객을 모았다. 2년에 걸쳐 관객에게 보내는 이 수줍은 첫 번째 러브레터를 고쳐 쓰고 올해 늦봄부터 늦여름까지 필름에 옮긴 김용균(32) 감독은, 단편 <그랜드파더> <휴가> <저스트 두 잇> 등을 연출한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의 신인. 그에게 <와니와 준하>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들과 가꾸어온 요람인 영화제작소 청년을 청년필름이라는 튼튼한 집으로 고쳐 짓는 첫 기둥이기도 하다. 한번 바라보기로 작정하면 대상의 미동도 놓치지 않을 듯 침착한 눈빛을 가진 그와의 대화에서는 ‘진심’, ‘취향’, ‘관객’이라는 단어가 퍽
<와니와 준하>의 김용균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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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쎌 웨폰4> 홍보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뻔했던 이연걸을 구원한 건 네티즌 팬들이었다.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로만 도배가 된 사이트를 본 네티즌들은 ‘액션영화 사이트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이연걸의 모습도 없이 액션영화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제작사 워너는 뜻밖의 반응에 놀라 홍보 전략을 대폭 수정했고, 광고에 이연걸을 나란히 내세웠다. 당시 이연걸을 따라붙은 카피는 “그가 악당이다”.
악당으로 등장한 것도 모자라 꼬챙이에 꿰여 죽는 <리쎌 웨폰4>의 이연걸은 중국의 영웅 ‘황비홍’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그러나 악당이 됐어도 그에겐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다음은,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요절한 흑인 힙합 가수 알리야와 공연한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서 흑인 갱두목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중국계 범죄조직의 아들. 영화는, 주연이라지만 이연걸 무술의 진가가 발휘되기엔 모자랐고 “무술이 매끈하지 못하고 끊어진다”는 팬
할리우드를 포박한 무술신동 <리쎌 웨폰4>의 이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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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누구야? 완전히 괴물인데….” 상체가 보기 좋게 발달한 한 고등학생이 기관차처럼 쉬지 않고 운동장을 돌고 있다. 반 바퀴 먼저 뛴 다른 반 1등을 제친 지는 오래다. 괴물은 끝내 자신과 함께 뛴 무리의 선두와도 두 바퀴 이상 격차를 벌려놓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체육선생, 혜성처럼 나타난 전학생의 기량에 어안이 벙벙하다. 이건 만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7년 전 장혁(25)의 모습이다. <화산고>의 경수처럼, 장혁 또한 친구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 같은 존재였다. “우연히 몸에 지니게 된 선천강기로 인해 박수 한번 치면 주위 친구들이 코피를 흘릴 정도의” 내공을 갖진 못했어도 말이다. “아버지가 건설업에 종사하셔서 학교를 자주 옮겨다녔어요. 그래서 주로 혼자 놀았죠.” 김해공항까지 걸어가서 햄버거 하나 입에 물고, 날아가는 비행기 보며 어딘가로 떠나는 공상을 하는 게 취미였다는 장혁. 영화 속 경수의 엉뚱함까지도 꼭 닮은 그의 옛 이야기를 추스르다보면, 김태균
<화산고>의 괴물,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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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 영화는 관념적이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개의 상을 휩쓴 직후지만 11월21일 만난 송일곤(32)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과연 몇명이나 <꽃섬>을 보러 극장을 찾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지금까지 <꽃섬>이 확보한 서울시내 극장의 숫자는 8개관. 메가박스나 CGV 같은 멀티플렉스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그나마 지금 확보한 극장들도 얼마나 오래 영화를 걸지 미지수이다. 물론 그가 초조해하는 건 흥행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다른 모든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자기 작품으로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의기소침한 송일곤 감독의 표정에서 요즘 한국영화가 일구고 있는 성공신화의 이면이 드러난다고 하면 <꽃섬>에 해가 되는 일일까?누군가는 그만큼 상도 받고 해외에 이름도 알렸으면 된 거 아닌가, 라고 할지 모르지만 송일곤 감독은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그가 돌파해야 할 현
<꽃섬>의 송일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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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이전
내 이름이 이상하다구? 동의해. 아빠가 에스토니아 출신이고, 엄마 조상이 그리스인이라서 내 이름이 조금 이국적이지. 난 로드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랐는데, 13살에 우연히 모델일을 시작하면서 식구들을 졸라 LA로 이사왔어. 피자 CF에도 출연하고 시트콤에도 출연했지만, 학교 생활을 등한시하진 않았지. 난 절대 모델로는 성공 못했을 거야. 알다시피 내 키는 160cm가 간신히 넘걸랑. 오죽하면 학교 때 별명이 ‘콩’(bean)이었겠어.사람들은 내가 학교를 주름잡는 치어리더나 메이 퀸이었을 줄로 알지만, 정반대였어. 학교에서 난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지. 사교적이지도 못했고. 그저 촌스런 교복 대신 와일드하고 펑키한 옷을 입고 싶어한 평범한 소녀였어. 그러다 같은 드라마에 단역 출연하면서, <노웨어> <키스 더 걸> 같은 영화에도 얼굴을 내밀게 됐지. 좀 비중있는 역할로 나온 건 <캐리2>부터야. <아메리칸 파
난, 품고 싶은 게 많아! <아메리칸 뷰티>의 미나 수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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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놀란 모양이었다. 무슨 몸무게가 고탄력 고무줄도 아니고 어디 가서 지방흡입을 받은 것도 아닐진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설경구는 1달 전 보았던 설경구가 아니었다. 올해 여름 무섭게 몸집을 불렸던 설경구가 <공공의 적> 촬영을 마치고 다시 날렵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이어트 비디오 찍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게 용할 정도다.
“경찰제복 맞춘다고 사이즈를 묻길래 아무리 살이 쪄도 허리 사이즈 32인치면 될 거라고, 그것만 준비하라고 그랬죠. 근데 현장 와서 입어보니 참 기가 차서…. 결국 재봉선 터서 앞부분만 가리고 찍었다니까. (웃음)” 세상의 때와 오물에 절은 남자,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진 인간. 강우석의 신작 <공공의 적>에서 ‘단순무식과격’한 악질경찰 강철중을 담기 위해 설경구는 비대해져야 했다. 대결구도에 있는 이성재가 냉철한 펀드매니저의 외양을 한 잔혹한 살인마 조규환에 가까워지기 위해 헬스로 몸을 단련시켜야 했듯
<공공의 적>의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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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재일동포 3세 소년의 경쾌한 성장담을 통해 재일동포의 정체성에 문제제기하는 영화 가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관객들과 첫만남을 가졌고, 11월24일 국내개봉한다. 일본의 영화제작사 도에이와 한국의 스타맥스의 한·일합작영화이기도 한 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우 구보즈카 요스케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고, 도쿄 마루노우치극장에서 일반인 대상 시사회가 열리던 날, 관객이 아침 9시부터 줄서서 기다릴 만큼 지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는 초반은 코믹하게, 후반은 멜로적 감성으로 무장하고 신세대를 공략하는 유쾌한 드라마다. 도쿄에서 만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주인공 스기하라 역의 배우 구보즈카 요스케, 그리고 원작자 가네시로 가즈키가 소설에서 영화까지, 의 ‘성장담’을 들려주었다.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러
“주제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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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는 연기 변신이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껄렁한 가죽점퍼를 걸치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를 두른 외양에서 이전의 덴젤 워싱턴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음주운전을 하고, 신참내기 형사 제이크(에단 호크)에게 마약 피울 것을 강요하는 비열하고 느글느글한 모습을 대하고 나면 이제까지 줄곧 그를 설명해오던 낯익은 문구 어디쯤에, 이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형사 ‘알론 조’를 위치하게 해야 할지 난감함이 앞선다. <트레이닝 데이>의 마약단속반 고참은 그렇게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피의자를 살해할 수 있는 냉혈한 그대로이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유독 이 배우, 덴젤 워싱턴에게만은 그런 통념이 금기시돼왔다. 수려한 외모, 지적인 말투, 확신에 찬 눈빛, 불의에 항거하는 신념…. 워싱턴의 사전에 등록된 보기 좋은 문구들은 이를 거스르는 어떠한 수식어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빼곡이 들어차 있다. 훌륭한 악역을 보여
`흑인 영웅`은 그만둘래,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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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웃는 얼굴과 웃지 않는 얼굴이 너무 다른 사람이다. 웃음기를 거둔 채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그는 예상보다 훨씬 큰 키에 마른 몸, 피곤한 낯빛 때문인지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얼굴을 익히고 몇마디 이야기가 오가다보면, 어느새 옆사람을 ‘북’ 대용으로 두들기면서 ‘어우 야∼’ 하며 웃는, 아주 익숙한 얼굴의 그가 앉아 있다. 간단한 헤어커트만으로도 열일곱 고등학생이 어색하지 않은 천진함과 삶의 격랑을 한두번쯤 넘어야 했던 스물일곱 여배우의 고단함이 공존하는 김희선의 얼굴은 시점에 따라 꽃병도 되었다가 마주보는 사람의 형상도 되는 그림처럼 극과 극의 표정을 품고 있었다. “줄곧 내가 오버하는 모습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게 김희선다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죠. 나 역시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싫었다면 못했겠죠.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한 부분만 있겠어요?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저 내 속에 있는 다른 부분이 보여지는 것뿐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진 얼굴로, <와니와 준하>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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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는 늘 크고 검은 배낭을 짊어지고 다닌다. 마치 금방 산이라도 갈 사람처럼 둘러멘 그의 배낭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그는 배낭의 용량 이상으로 담고 싶고 채우고 싶은 게 많은 배우다. <댄스댄스> <해피엔드> <무사> <와니와 준하> 그리고 출연을 결정한 <발해>까지, 99년 데뷔 이후 꾸준히 필모그래피의 한줄 한줄을 채워나간 주진모는 결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욕심을 겸손함이라는 미덕으로 숨기지 않는다. <와니와 준하>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좋은 느낌 그대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혹독한 모래바람을 견뎌가며 찍은 <무사>의 냉담했던 반응에 대해서는 “관객이 야속하기도 했고 실망도 많이 했지만 내 몫의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무사>는 저한테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 준하의 편한 표정도 <무사>를 거치지
“어서 늙어야겠어요,생생한 연기 하려면” <와니와 준하>의 주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