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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은 꽃보다 나무 같다. 아름답고 가녀린 한 떨기 꽃이라기보다는 씩씩하고 건강한 나무. 남몰래 꺾어 방 한켠에 꽂아두고 얼마간 눈을 즐겁게 만들기보다는, 열린 창문 넘어 점점 푸른빛을 발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가끔은 그 그늘 아래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에겐 꽃처럼 알싸한 미향도, 화려한 색감도, 베일에 가린 신비감도 없다. 너무 투명해서, 심심하다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한번 이나영에게 빠져들어간 사람이라면 그 매력의 결도, 깊이도 가늠할 수가 없다.
2월22일에 태어난 물고기자리 소녀는 지난해 5월부터 <후아유>라는 수조 속으로 텀벙 빠져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맨몸으로 뛰어든 수조 속에서 홀로 발버둥쳤다. 하지만 1년간의 힘들고 고된 작업은 이나영에게 어떤 수업에서도 얻을 수 없는 나름의 수영법을 체득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뭐든지 열심히’하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나온 결과일는지도 모른다. 노래방 장면을 찍기 위해서 스탭들의 도움
그 가늠할 수 없는 매력, <후아유>의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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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독한 구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곧잘 초승달 모양으로 웃는 눈매는 매운 눈물 한번 흘려보지 않았을 것처럼 맑기만 하고, 느긋하게 풀어놓는 지난 이야기에선 그늘 한 자락 찾아볼 수가 없다. “오디션 운이 좋은가봐요”라며 겸손한 척 귀엽게 자랑하는 조승우. 반짝거리는 외모로 뜬 반짝 스타도 아니면서 성큼성큼 굵직한 역할과 무대를 거쳐온 얄미운 케이스에 속하는 배우다. 그러나 아직 앳되기만 한 조승우가 느닷없이 추레한 이십대 후반으로 나타났을 때, 누가 그를 얄밉다고 할 수 있었을까. 무서워서 달아났다가 오기로 돌아온 조승우는 여유와 패기가 기묘하게 교차하는, 참 정감 가는 젊은이였던 것이다.
계원예고에 다니던 시절부터 잘 나갔던 것 같긴 하지만, 조승우는 “인생에 찾아오는 세번의 기회 중 첫 번째 기회”를 스무살 때 벌써 낚아챘다.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확신하고선 삼촌 한복 빌려입고 나간 <춘향뎐> 오디션에 붙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났더니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열정이 선물한 느긋함, <후아유>의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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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넌 마리 카훌라니 소사몬(Shannon Marie Kahoolani Sossamon)이라는 복잡한 본명처럼, 섀닌 소사몬의 얼굴이 풍기는 분위기는 어느 계통이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프랑스, 하와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필리핀, 게르만의 피를 조금씩 섞어 빚은 듯한 그녀의 얼굴은 ‘미인’의 범주에 넣기엔 모자라지만, 기묘한 균형미가 풍긴다. 그리고 시대극 <기사 윌리엄>에서 이국적 아름다움을 풍기는 고귀한 여인 조슬린은 섀넌 소사몬의 마스크에 빚진 부분이 많다.
하와이 호놀롤루에서 블랙잭 딜러였던 어머니와 카세일즈맨이었던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섀닌 소사몬은 3살 때 네바다주 르노로 이주, 유년기와 사춘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소녀 시절의 꿈은 댄서. 댄스스쿨에 등록하기 위해 17살에 LA로 옮겨온 섀닌 소사몬은 춤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한편, 지역 클럽에서 DJ 활동을 하며 음악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연기? 야망 리스트의 우선순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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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윌리엄>의 섀닌 소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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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배우로 살아온 수십년 세월이 먼지처럼 흩어져버릴 수도 있는 이런 말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곤 한다. 무장한 것처럼 단단한 그 말투에선 기억 속에 남지 못하는 배우의 서글픔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일찍 스타가 되기를 체념했기 때문일까. 맥도먼드는 영화의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각인시키려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영화 속에 스며들어 잊혀지는 편을 택해왔다. 그러나 그 체념은 동시에 누구의 카리스마보다도 강인한 고집에 가깝기도 했다. “관객을 끌어올 수는 없지만,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겐 내 연기가 매혹”이라고 말하는 맥도먼드는 평범한 외모를 이기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망각의 표면 위에 솟아올랐다. <미시시피 버닝>과 <다크맨>을 흘려 보냈던 사람들은 더이상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조그만 시골 학교에서 <맥베스>
<파고>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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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에 프랑스의 유서깊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그 대표격인 총감독(general director)으로 미국인인 피터 스칼렛을 내정한 것은 프랑스 내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창설자인 앙리 랑글루아의 이름 탓에 세계영화사에서 거의 일종의 ‘성소’(聖所)처럼 여겨지던 이곳의 운영을 미국인이 맡게 된다는 것은 많은 프랑스인들에게도 상당히 놀라운 일로 비쳐졌던 것이다.하지만 피터 스칼렛은 19년간 샌프란시스코영화제를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의 새롭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미국 관객에게 소개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은 바 있는 인물이다. 특히 대중성이 없는 프랑스영화들, 가령 필립 가렐이나 자크 리베트의 영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해 프랑스 내에서도 많은 지인을 얻었고 그리하여 1998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특별공헌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 서울에서 열린 국제영상자료원(FIAF) 서울 총회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대표로 참석한 이 ‘파리의 미국인’을 만나보았다.지난해에 당신이 시네마테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지휘하는 미국인 피터 스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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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노랑, 빨강. 사진 촬영을 위해 의상을 세번씩 갈아입었건만,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은 단단히 약속이라도 한 듯 삼색톤의 화음만은 흐뜨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온 불량스런(?) 고등학교 5학년인 ‘거만한 놈’ 성환, “고모, 이모”들의 전화를 싹싹하게 받아가며 웃음을 선사하는 ‘기생오라비’ 우석, 자신의 인터넷 방송 외엔 만사에 무심한 듯 세상을 “따”시키는 ‘심심한 놈’ 진원. 21억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좌충우돌하는 <일단 뛰어>의 세 친구처럼, 각각의 개성이 그럴듯하게 맞물린 팀워크를 색채로 드러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세 배우에게 <일단 뛰어>는 각별한 영화다. 시차는 있지만, “뭘 잘 모른 채” <카라>와 <화산고>로 얼떨떨한 신고식을 치른 송승헌과 권상우에게는 내심 별러온 두 번째 영화. <순애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출연작 편수는 셋 중 가장 많
“영화야 놀자”, <일단 뛰어>의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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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심심한 놈
남들이 그렇게 부르죠. 우석과 성환이 사이에서 항상 수수방관, 어리둥절하는 캐릭터니까. 근데 제가 보기에 진원이는 외계에서 떨어진 놈이에요. 왕따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주위 친구들을 왕따시켜요. 동네에 한명씩 그런 놈들 있잖아요. 자신만의 세계로 똘똘 뭉친, 범접할 수 없는 녀석들. 영화를 자세히 보셨나요? 항상 캠코더를 들고 다니고, 인터넷 방송국을 차리는 것뿐만이 아니에요. 녀석 방 안 한쪽에 만화책과 프라모델이 가득하잖아요. 아, 그리고, 이번엔 영화 끝까지 나와요. 데뷔작 <순애보>에선 꺽다리 호텔 벨보이로 0.5초 나왔어요. 이 정도면 출세했죠. 부담이요? 왜 없겠어요. 전에는 이만큼 생각해서 가면 ‘너무 길다’, ‘시간 다 잡아먹는구먼’ 뭐 그렇게 욕 먹었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해가도 난감할 때가 많았으니까.
젊다는 것
어딜 가나 항상 막내였어요. 모델 활동도 고2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일부러 제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보이
“저, 이번엔 영화 끝까지 나와요” <일단 뛰어!>의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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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거만한 놈?
건방지다는 사람도 있고, 예의 바르다는 말도 듣고. 성환이는 건방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뭣보다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인물이죠. 교실에서 담배도 피우고, 욕도 막 하고. 살아가면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기분 나빠도 웃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성환이는 안 그렇죠. 개인적으로 친구 하고 싶진 않은데, 매력적이예요. <일단 뛰어>는 드라마보다 많이 풀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검사나 엘리트처럼 딱딱하고 강직한 역할이나 <가을동화>같은 순정파를 많이 했는데, 절 가두는 이미지를 깨고 싶었죠. 고3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고, 저도 공부만 한 건 아니라서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욕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더라구요. 나중엔 시나리오에 없는 욕을 하니까 감독님이 말렸지만.(웃음) 그냥 풀어논 말처럼 편하게 했어요.
젊다는 것
더 젊을 땐 잘 몰랐죠. 언제 스물일곱이 됐는지…. 상우하고도 그런 얘기했어요. 우리, 3
나를 가두는 이미지를 까부수다, <일단 뛰어!>의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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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생오라비? 저, 아녜요. 진짜루. 역할 때문에 의식적으로 가벼워지려고 한 건 있죠. 자기최면식으로. 그게 작품 따라, 역할 따라 달라요. <화산고> 때는 얼마나 폼 잡았게요. 말수도 줄이고 행동도 절도 있게 하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연애중>이랑 <일단 뛰어> 거치면서, 밝아지고 가벼워진 거죠. <일단 뛰어>의 우섭도 생각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는 진지해요. 우정도 깊고, 순수하고. 얄미워 보이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거의 강요다) 돈을 ‘먹자’고 처음 제안하는 것도 우섭인데, 그냥 돈을 좀 좋아하는 것 뿐이에요. 호스트 일도 그래서 하는 거고. 밤일 뛰는 거, 우섭이 어려서 끈적끈적하지 않았지만, 리얼하게 표현했다 쳐봐요. (몸서리치며) 어휴.
젊다는 것
더 일찍 이 길로 뛰어들지 않았고, 더 일찍 주목받지 못한 게 속상할 때가 있어요. 근데 실은 지금 나이가 고마워요. 목표 정한 대로 중심 흔들리지 않고 뛸 자
지금 아니면 못할 것들을 향해! <일단 뛰어>의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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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말이면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라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새로 출범한다. 국내 최대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최대 규모 연예 제작사 싸이더스, 게임 업체 손노리, 넷마블 등을 자회사 형태로 거느리던 지주회사 로커스홀딩스가 아예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2000년 정보통신장비를 만드는 코아텍을 인수하면서 본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변신을 꾀했던 로커스홀딩스의 확대개편은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자본과 기존 엔터테인먼트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이 업체의 이상이 관철된다면, 영화계를 포함한 한국 연예계도 비로소 산업화라는 문턱을 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그동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실력자들을 묶어 큰 그림을 그리고, 간간이 ‘은밀한 힘’만을 행사해왔던 박병무(41) 로커스홀딩스 대표의 위상과 역할 또한 커질 것이다. 곧 플레너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될 박 대
시네마서비스와 로커스홀딩스 합병하는 플레너스 대표이사 박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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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스피시즈>에서 종족 번식을 위해 남자를 구하러 다니는 뇌쇄적인 에일리언 여인 씰이 스크린에 등장한 그해. 화성이나 금성에서 갓 착륙한 듯 엑조틱한 외모, 틈만 나면 옷을 벗어던져 드러낸 완벽하게 굴곡진 몸, 두려움이 깃든 푸른 눈동자의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단숨에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7년. 화성을 무대로 삼은 SF영화 존 카펜터 감독의 <화성의 유령들>에서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귀신들린 사람들과 싸우는 터프하고 강하고, 책임감 있는 화성 경찰대의 베테랑 경찰 멜라니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카메론 디아즈, 르네 루소처럼 모델계에서 건너온 배우다.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 맥머레이에서 자랐고, 14살에 모델이 되기 위해 단신으로 파리로 간 소녀는 곧 여러 여성지와 패션잡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오일 오브 올레이, 레이디 스텟슨, 올드 스파이스 등 미용제품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최고의 모델로 군림하게 되었다. 17
뇌쇄적 여전사의 꿈, <화성의 유령들> 나타샤 헨스트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