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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비사 가운데 ‘가짜 남동철 기자 사건’이라는 게 있다. 이렇게 말하면 두둥 북소리도 나고 뭐 대단한 일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냥 편의상 나 혼자 멋대로 그렇게 이름 붙인 사건이다. 아마 8년도 더 된 일일 것이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가 동숭씨네마텍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오늘 극장에 자리 빼놨다”는 전화였다. “자리를 빼놓다니, 무슨 말이죠?”
동숭씨네마텍에선 내가 전화해서 오늘 영화 보러 온다고 좌석을 부탁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저 그런 전화 한 적 없는데요.” 상대편에선 무슨 소리냐며 분명히 나에게서 전화가 왔고 좌석을 4개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내가 단기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걸까? 그러나 흥분 모드에서 평정 모드로 바꾸고 생각해보니 짐작가는 게 있었다. 그래, 전에도 이런 전화가 온 적 있었지? 추리를 해보니 결론은 하나였다. 누가 내 이름을 대고 공짜로(!) 영화를 본다는 얘기였다.
그
[편집장이 독자에게] 가짜 남동철 기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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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마파도> 할머니들!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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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잠복근무> 여학생으로 위장 취학한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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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여자, 정혜> 헌즈씨, 꿋꿋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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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 휴일이라 회사가 썰렁하다. 주초에 휴일 있다고 마감을 하루 늦춰도 되는 게 아닌지라 기자들은 전부 나와 기사를 쓰고 있지만, 다른 부서엔 출근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인구밀도가 줄어서 숨쉬기는 편하지만 텅 빈 공간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남들 노는 날 일하는 것도 억울한데 휴일이라 난방마저 끊긴 탓이다. 명랑만화처럼 기자들 얼굴에 빗금이 그어져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사무실에 앉아 외투를 걸친 채 일하는 기자들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떠오르진 않는다. 춥다고 투덜대는 기자들을 피해 약속이 있는 척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은 추워서 도망가는 거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으면서.
문득 여기저기서 봄소식이 올라오는 3월이 진짜 겨울인 1, 2월보다 춥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꽃샘추위가 아니라도 얇게 입고 나섰다가 낭패 본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1, 2월엔 ‘그래, 겨울이니까’ 싶어서 단단히 대비해 옷을 입고 난방이 끊길 리도 없지
[편집장이 독자에게]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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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쏘우> 어둠 속에 갇힌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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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아, 겨울엔 원래 눈이 왔었지.’ 그런 생각이 든 날이었다. 지난 2월22일, 참으로 오랜만에 서울이 하얗게 보이던 날,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침 그 시간엔 서울극장에서 <여자, 정혜> 시사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를 보다말고 휴대폰을 받고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나지막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 상영 도중에 참 매너들도 없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이은주의 자살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25살, 이제 꽃피는 나이에 어떤 절망이 그녀를 삼켜버린 걸까? 딱 한번 스쳐가듯 그녀를 본 적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현장에서. 벌써 5년 전 일이다. 그럼 20살 무렵의 이은주였을 것이다. 그때도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있었던가? … 잘 기억나지 않는다.
때로 어떤 영화에 대한 기억은 영화 내용보다 영화를 보는 환경에 더 크게 지배를 받는다. 이은주
[편집장이 독자에게] 정혜와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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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밀리언달러 베이비> 인생은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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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박하사탕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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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통을 받았다. 무늬나 색깔이 첨가되지 않은 평범한 편지지 10장에 빽빽이 사연을 적은 편지였다. 이메일과 휴대폰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이런 편지를 받은 것 자체가 신기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자신이 교도소에 있다고 밝혔고 2012년에 출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이 지면에 썼던 ‘<토요명화>에게 보내는 편지’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이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적었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아 반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만큼 낯설기도 했다. 그는 <씨네21>을 창간호부터 쭉 사서 봤고 교도소에서도 부모님이 소포로 보내줘서 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무슨 죄로 그곳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처한 환경을 상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전 외화물의 외국배우들 목소리 출연을 맡은 성우들을 맞춰보는 것에도 관심이 있어서 만일 예를 들어 <히트>란 영화를 하는데 주연으로 나오
[편집장이 독자에게] 교도소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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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숨바꼭질> 어디에 숨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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