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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겠다, 이상진 스튜디오엑스플러스유 상무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4-03-08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을 담당한 CCO(Chief Contents Office)팀은 크게 콘텐츠 IP 사업을 연계하는 팀과 제작 센터 둘로 나뉜다. 이 두 사업팀을 합친 이름이 바로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X+U)’다. 공식적으로 설립된 것은 2022년 10월. 이제 막 1년5개월차에 접어든 신생 스튜디오에 가깝다. 콘텐츠 비즈니스라 하면 보편적으로 배급사나 제작사, 방송사가 일임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통신 3사도 자기만의 영역을 부지런히 넓혀왔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서비스를 통해 1200만가량의 유무선 가입 고객에게 콘텐츠 경험을 전해왔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의 필요성을 실감한 이들은 자체적인 영상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이상진 상무는 한국영화가 날개를 달았던 2000년대 초반 CJ ENM 미디어기획팀에서 오랜 경험을 쌓고,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 K팝의 성장 가능성을 지켜봤다. 콘텐츠와 팬덤.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키워드 속에서 2차, 3차 부가 사업의 힘을 알아차린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방향을 재정비했다.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통신사는 고객을 팬덤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할까. 이들이 지닌 이점과 한계점은 무엇일까. 새로운 도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긴 질문을 꺼냈다.

- 2022년 10월에 스튜디오가 설립된 뒤 1년4개월이 흘렀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CJ ENM,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시간은 콘텐츠를 통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고 이야기가 어떻게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지켜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또 국내에서 주목받는 IP라면 해외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지금의 LG유플러스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겠지만 고객과의 내밀한 접점을 콘텐츠 관점으로 확대해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던 1년이었다. LG그룹이 가진 자산 중 LG트윈스는 많은 팬덤을 이끌고 있다. 우승을 향한 팬들의 사랑과 염원, 선수들의 노력을 좇아나가며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워 게임: LG트윈스>를 티빙에서 단독 공개했다. 촬영 당시인 2022년엔 LG트윈스가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 측면에선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2023년에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뒤로 LG트윈스가 우승을 거머쥐면서 <아워게임: LG트윈스>의 또 다른 가치가 형성됐다. 또 유사 OTT라 불리는 모바일TV를 통해 다양한 예능과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마피아 게임을 모티브 삼은 <밤이 되었습니다>는 영상을 제작한 뒤 오히려 웹소설로 전환되어 또 다른 팬덤을 만나고 있다.

- 올해 예정된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라인업을 소개해달라.

배우 조진웅, 유재명, 김무열, 염정아 등이 출연하는 <노 웨이 아웃>이 공개 예정이다. <국가부도의 날>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의 첫 시리즈다. 흉악범의 출소 이후 거액의 현상금을 두고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어 7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인 <타로>도 선보인다.

-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작품들은 주로 미드폼 형식을 선택하고 있다. <하이쿠키>와 <밤이 되었습니다> 모두 회차별 러닝타임이 30분을 살짝 초과하는 길이다.

현재 고객들이 어느 정도 길이의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다. 1020세대는 콘텐츠를 주로 1.2배속으로 시청하고 빠르게는 1.5배속으로까지 보고 있다. 이 풍경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긴 호흡의 콘텐츠를 보기 힘들어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에피소드당 최소 25분에서 35분 정도로 축소하고, 그 안에 기승전결이 압축되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주말에 몰아보기를 하더라도 심적 부담이 적게끔 만들고 싶었다. 또 1020세대는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TV보다는 태블릿이나 모바일폰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흡인력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 이러한 고객 분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전문가가 많기도 하고, LG유플러스가 지닌 모바일TV와 IPTV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면밀하게 조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이것이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가 지닌 강점이다. 디지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그렇다면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의 올해 전략 키워드는 뭔가.

우리에게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IP 기반의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뜬구름 같은 목표를 세우고 싶은 것은 아니고, 경직된 시장 안에서 선순환을 이끌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모델이랄까. 지난 3년 동안 극장에 공개된 작품들 대부분이 예상 성적을 빗나갔다. 각개전투하기보다 모두가 공생해야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지금, 각 스튜디오의 작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모델을 내세우고 싶다. 그런 산업을 현실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는 게 바로 부가 산업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두고 파생되는 2차, 3차 산업이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콘텐츠들은 생명력이 무척 짧다. A가 공개를 마친 뒤 B가 공개되면 A는 그대로 잊힌다. 작품의 생명력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세계관을 현실로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당장 더 현대 서울만 가도 매주 통통 튀는 팝업스토어에서 음악, 게임, 영상 등 콘텐츠 기반의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부가 사업이 잘되려면 양질의 원천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IP 비즈니스 확장을 기반해서 에너지가 생겨나길 바란다.

<하이쿠키>

- 부가 사업은 결국 팬덤이 있어야만 가능성이 생겨난다. 팬덤 공략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나누고 있나.

처음부터 팬덤 형성을 확신하긴 어렵다. 다만 내부적으로 그린 라이트 커미티(Green Light Committee)라는 뜻의 ‘GLC’가 형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GLC는 영화, 드라마의 진행 여부를 허가받는 시스템을 가리키는데 우리 나름대로 변형해 콘텐츠 제작의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직원들이 익명으로 참여해 스토리가 탄탄한지, 내용이 감동적인지, 참신함과 새로움을 갖추고 있는지, 구시대적인 생각이 반영돼 있지 않은지 등을 시청자의 위치에서 확인한다. 직원들의 진솔한 반응을 통해 콘텐츠의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을 계산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검토한다.

- OTT 플랫폼에서 호응을 얻은 <밤이 되었습니다>의 블라인드 평가는 어땠나.

시나리오가 처음 들어왔을 때 재미있다는 의견만큼 공감된다는 평도 많았다. 마피아 게임이라는 소재가 워낙 독특하고 언젠가 한번쯤 해봤을 놀이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바탕으로 딛고 선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은 것 같다. 무엇보다 영상을 보는 게 아닌 글을 읽는 것은 사람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그리기 때문에 훨씬 더 긍정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었다.

-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는 예능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이 시리즈와 영화로 돌진하는 동안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가 예능을 선점하려 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능의 유연성을 높이 샀다. 비교적 빠르게 제작할 수 있고 시청자의 취향과 반응에 따라 중간중간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플랫폼상 더 탄력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짜임새가 중요한 시나리오보다 훨씬 오픈된 구성 방식이라 효율적이기도 하다.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오랜 기간 방영되어온 TV 프로그램들은 안정적인 재미가 있지만 이따금 너무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해보고 싶었다. 출연진이 자유롭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장을 만들 수도 있고. 지금 당장 어떤 장소, 어떤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 바로 그것을 다음주 촬영 소재로 가져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예능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콘텐츠에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자 목표인 것이다. 앞으로도 디테일한 시청자들의 취향을 다채롭게 반영해보고자 한다.

- 특히 <믿고 말해보는 편-내편하자>는 시즌2가 제작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어떤 지점이 시청자에게 유효했다고 판단하나.

토크쇼는 기본적으로 그 주제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고객과 팬들을 형성하기 좋은 장르다. <믿고 말해보는 편-내편하자>는 다소 자극적이지만 일상적으로 편하게 오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시즌2로 나아가면서 그 이야기 소재의 진폭이 훨씬 더 넓어졌다. 지난해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오프라인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관심이 없을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많은 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셨다. 디지털콘텐츠가 앞으로 나아가고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계속 지켜봐주는 시청자에 있다.

-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에서 제작한 <유삐> 시리즈는 유아동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전 연령대에 소구하는 콘텐츠를 두루 공략하는 느낌이다.

벌써 <뽀롱뽀롱 뽀로로>가 20년이 넘었다. 뽀로로가 이제 성인이다. (웃음) 유아동 캐릭터들은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메시지를 엄마, 아빠를 대신해 전달해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엄마, 아빠도 아이에게 직접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을 빌려 쉽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유플러스에서는 모바일 키즈 OTT인 아이들 나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조금 더 친근하게 연결하기 위해 개발한 캐릭터가 바로 유삐다. 유삐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3~5살 아이들에게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동요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 현재 국문 60편, 영문 60편 등 총 120편의 에피소드를 서비스 중이다. 그런데 유삐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이 또 세상의 배움을 쉽고 친근하게 터득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게 바로 도서 <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다. 유삐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자라난 아이들이 글을 깨치고 세상을 배우는 동안 동화책 형태의 유삐와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시청자들의 생애주기별 접근을 고려한 결과다.

주목하고 있는 설립 5년 미만의 신생 제작사

스튜디오 TEO. 예능프로그램 역사에서 뛰어난 작품을 만든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제작사로서 개성 넘치고 트렌디한 작품들을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대탈출> <여고추리반> 시리즈를 제작한 미스터리 최강자 정종연 PD가 함께하면서 어떤 시너지효과를 낼지 호기심을 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댄스가수 유랑단> <데블스 플랜> 등 순항을 마친 작품들 또한 흥미롭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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