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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제 영화&TV견본시, 홍콩 필름마트를 가다(1)
2002-07-12

`메이드 인 아시아`의 도약 꿈꾸는 영화장터

홍콩=백은하 lucie@hani.co.kr

홍콩은 어딜 가나 시장이다. 시뻘건 고깃덩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좁다란 골목을 지나면, 퍼렇게 잎을 펼친 아채들이 일렬횡대로 누워 있는 야채시장으로 이어지고, 각종 VCD, DVD타이틀을 단돈 몇천원에 구입할 수 있는 숍에 다다른다.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습도가 높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로 결코 관광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닌데도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바로 유명한 ‘홍콩메가세일’ 기간이기 때문이다. 보세가계부터 DKNY같은 명품가계까지 반값으로 물건을 내놓는 계절. 이곳에서는 영화 역시 관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상급의 가치를 지닌 질 좋은 세일상품으로, 가끔은 적은 수익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주력상품으로 존재한다.

한국 TV 드라마 부스가 붐비는 까닭은

지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는 작은 장이 하나 열렸다. 그러나 이 시장이 내놓고 파는 물건은 쌀도, 감자도, 닭도 아니다. 바로 영화다. 아시아지역에서 날아온 업체들이 저마다 부스를 차리고 각양각색의 영화를 좌판에 내놓고 바이어들과 만나는 홍콩 FILMART(‘홍콩국제영화&TV견본시’, 이하 필름마트)는 아시아 영화인들이 서로 토론하고 연대하는 기능까지 더한 홍콩의 아고라(agora)다.

홍콩무역발전국(TDC)에서 주관하며 홍콩섬의 야경을 더욱 눈부시게 만드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필름마트는 시기상으로

세계 3대 영화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영화마켓 AFM(2월)과 5월의 칸마켓, 11월에 열리는 밀라노필름마켓(MIFED, 올해는

11월3∼7일)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칸에서 시작된 딜(deal)이 필름마트에서 마지막 도장을 찍기도 하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나 <챔피언>처럼 그 전 마켓에서는 시기적으로

시사가 불가능한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선보이기도 한다. 물론 MIFED처럼 TV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다 홍콩 바이어를 중심으로

대부분 아시아업체들만이 참여하는 필름마트는 규모면에서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필름마트에 참가한 바이어들이나 업체들은 “칸마켓 등에서

카페 같은 데서 미팅을 갖던 업자들이 정식 시장을 열고 만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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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영화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위해 필름마트를 찾은 영진위의 강성경,

이혜정씨는 진가신 등 합작경험을 가진 영화인들을 인터뷰했다.

▲ 개막식에 참가한

<소림축구>의 주성치

▲ 한국부스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바이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 WTO 가입 이후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와호장룡>으로 그리고 올해는 주성치의 <소림축구>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필름마트(개막식에 주성치를 등장시킬 만큼)는 올해 더 많은 바이어들과 전시업체들을 불러모아 시장을 붐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여 40개국에서 온 총 1612명의 바이어들(해외 850명 홍콩 762명, 지난해대비 35% 성장)과 총 20개국에서 온 190업체(해외 156개 홍콩 44개, 지난해대비 45% 성장)가 부스를 차려 3일간의 시장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올해 홍콩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시장이 얼마만큼의 열릴 것인가와 그 거대한 대륙으로 어떻게 진출할 것인가, 그리고 ‘중국으로 가는 관문’으로서 홍콩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CCM-I에서 주최한 ‘WTO 가입 이후 중국의 TV시장’이라는 세미나에서 ‘중국라디오·영화·TV교류센터’의 마런셩은 “중국은 여전히 공산국가라는 사실을 잊지마라”는 경고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00개의 일반 채널, 600개가 넘는 케이블채널, 30개 이상의 위성채널 등을 가진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드라마가 TV프로그램의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TV차트 톱10 중 9등까지가 드라마”라는 통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TV용 해외영화는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영화와 경쟁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고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것이 많은 중국바이어들이 한국영화부스가 아니라 <수호천사>나 <유리구두> 같은 한국 TV드라마를 내놓은 부스 앞을 어슬렁거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중국시장은 한국영화에 수월한 시장은 아니다. 먼저 영화 한편을 사기까지의 결정과정이 너무 느려 지금은 중국 내 판권을 홍콩업체들이 사서 중국에 되파는 형식으로 많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곽경택 감독 패키지, 시네마서비스 패키지 사세요

한국이 필름마트에 부스를 가지고 참여한 것은 작년부터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차린 부스에 지난해는 4개사, 올해는 6개사가 참여해 어깨를 맞대고 모여 있다. 올해 필름마트는 월드컵시기에 치러져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았는데 단순한 월드컵붐을 떠나 지난 2, 3년간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입지는 확고해 보였다. 지난 칸영화제에서 350만달러 규모의 판권 판매수익을 거둔 CJ엔터테인먼트의 윤홍기 부장은 “한국은 지금 아시안 톱이다. 한국이 아시안마켓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칸마켓에 미국이 오지 않은 경우와 같다”며 “더이상 팔 영화가 없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 필름마트를 찾은 한국영화 중 가장 뜨거웠던 영화는 국내 시사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챔피언>. 마켓시사에 이례적으로 90명 정도의 바이어들만 초대되었는데 6월27일 전시장의 제1극장 앞에는 저녁에 상영되는 <챔피언>을 보기 위해 바이어들이 수없이 몰려들었고 “<친구>의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영화가 궁금하다”며 시사장으로 들어간 이들은 영화상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감동적이다” “높은 퀄리티의 영화”라며 저마다 감상을 털어놓았다.

시사 뒤 홍콩, 대만, 일본 등의 회사에서 관심을 보였던 <챔피언>은 결국 마켓이 끝난 뒤 홍콩쪽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와 10만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일본쪽 역시 반응이 좋아 7월17일 일본 이메지카 스크린룸에서 바이어 시사를 다시 가지는데 가가, 클락웍스, <텔미썸딩>을 배급했던 그루브, 일본 유니버설픽처스 등의 회사들과 100만달러 정도에 협상할 예정이다.

요즘엔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힌 감독들이나 제작사의 작품이 패키지로 판매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챔피언> 단독 세일이 아니라 <억수탕> <닥터K> <친구>까지를 함께 묶어서 판매한다거나 <화산고> <재밌는 영화> <흑수선> <결혼은, 미친 이다> 같은 시네마서비스라인의 패키지 판매가 이루어지는 형식이다. 이는 “한국의 감독와 제작사에 대한 인지도나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제규필름의 황병일씨는 말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수입한 홍콩 골든신사의 매니징디렉터 위니창은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우수하고 다양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비싼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지만 한국영화의 판매가는 아직 그리 높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가에 산 작품들이 자국 내 시장에서 망하고 소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본 해외업자들이 작지만 재미있는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대만시장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은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게 해주었다. <엽기적인 그녀>의 대만 판매가는 4만달러에 불과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 판매되는 한국영화의 편당 가격은 10만달러 내외다. 하지만 해외업무 담당자들은 “장사 하루이틀할 건가. 그 당시 얼마만큼의 돈을 받고 파는가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떤 상황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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