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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리포트] 바이올린을 든 ‘빌리 엘리어트’
2002-10-28

첸카이거 신작 <투게더> 올해 최고 흥행 기록 첸카이거가 돌아왔다. 근작 <황제와 암살자>와 <킬링 미 소프틀리> 등으로 비평과 흥행 양단에서 재난을 면치 못했던 첸카이거가 이번엔 중국의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민 작품을 들고 대중의 품으로 돌아왔다.<황토지>에서 시작해 <현 위의 인생> <패왕별희> 등의 작품으로 그간 국내외 평단의 지지를 받았던 그의 영화이력에서 이번 작품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사실 첸카이거, 장이모로 대표되는 중국 ‘5세대’ 감독들의 작품들은 서구의 호의적인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중국 내 관객에게는 외면을 받아왔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일반 대중과의 호흡을 놓친 점을 들 수 있다. 장이모는 이미 <귀주 이야기>나 <책상서랍 속의 동화> 등으로 중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첸카이거는 이번 <투게더>로 처음 대중과의 호흡을 시도한다.한국의 추석 연휴와 비교될 수 있는 10월 초 국경절(國慶節) 연휴에 공개된 이 영화는 베이징에서만 3일 동안 100만인민폐(약 1억5천만원, ※중국 극장 입장료 약 4500원)의 흥행수입을 올려, 올해 중국 내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흥행수입을 거두고 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상하이, 광저우를 거쳐 난징까지 이어지는 흥행 행진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 10월19일 난징에서 개최된 개봉일 관객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첸카이거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심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떻게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를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당대 관객에게 어필하기에 유리한 소재를 찾았다”며, 자신의 변화를 인정했다.이어서 그는 상업성과 타협했냐는 질문에 적극적 긍정의 뜻을 밝혔다. “대중이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없는 영화를 보기 싫어한다는 관점에서 상업성과의 타협을 논한다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타협… ‘타협’이란 단어의 뜻이 ‘타당하고 적당하게 협상’한다는 뜻 아닌가 내 생각엔 좋은 의미의 단어 같은데… 하하… 왜 요즘과 같이 협상과 협의를 중시하는 세상에서 이 단어가 나쁜 의미로 쓰이는지 모르겠다.” 덧붙여 그는 “그렇다고 <투게더>가 잘 뽑아낸 웰 메이드 영화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예전에 추구했던 사상과 날카로운 비판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함께’ 추구했다고 강조했다.중국 인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있는 이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도 적잖은 감동을 선사한 <빌리 엘리어트>의 중국판이라 할 만하다. 다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동양권 문화에 걸맞게 좀더 극성()이라고 할까. 어린 나이에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천재적인 바이올린 연주 솜씨를 자랑하는 소춘은 바이올린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생면부지의 어머니와도 소통하는 소년이다. 요리사인 아버지와 단둘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는 소춘은 어느 날 아들의 성공을 꿈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대도시 베이징에 오게 된다. 이곳에서 소춘은 천박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리리와 각각 다른 사회적 지위와 인생관을 가진 두분의 선생님과 만나게 된다. ’진정한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대명제하에 중국 현실의 삶에 주목한 <투게더>에서 첸카이거는 직접 고 교수라는 인물로 출연,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고 교수의 입을 통해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기도 한다. 흥행에서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 폐막한 산 세바스찬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 주연상 등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하던 <투게더>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22일 막을 내린 중국의 금계장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7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투게더>는 유력시되던 작품상 수상에 실패했다. 공동감독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던 첸카이거는 시상식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하기도. 특기할 만한 사실로 첸카이거의 실제 부인인 진홍이 여주인공인 리리 역으로 분했고, 한국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베이징=이홍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