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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02 [2]
2002-12-16

다양한 꼴의 재기발랄하고 에너제틱한 작품들도 쉽게 눈에 띈다. <하드보일드 초콜렛 스타일>은 본선에 오른 유일한 뮤직비디오. 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류승범의 친구로 나오기도 했던 장건재 감독은 립싱크와 연기까지 도맡아 재치 넘치는 영상을 선사한다. 탈옥한 존속살해범의 인질극을 그리는 원신연 감독의 <자장가> 또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 무술감독 출신인 감독은 하나의 숏으로 10분이 넘는 인질극을 긴장감 있게 연출했다. <미녀와 야수> <피노키오> 등 익숙한 동화의 설정을 비틀어 현실의 부조리를 강조하는 <인톨러런스>도 에피소드별로 다양한 형식을 취해 보기가 새롭다. <바다를 간직하며>는 거침없는 발언이 귀에 박히는 영화. 학교를 도중 그만둔 소녀들이 도시의 밤을 누비는 모습을 담았다. 짝사랑했던 이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청하는 <My Sweet Record> 또한 진솔함이 돋보이는 내밀한 개인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요한다.실험과 도발의 진수성찬 중편부문은 서울독립영화제만의 특별한 섹션이다. 특히 본선에 오른 12편의 작품들은 예심위원들로부터 “묵직한 주제와 형식적 실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고루 받은 만큼 기대를 모은다. 단편영화 <복서>로 잘 알려진 박성오 감독의 <연애담>은 두 남녀의 사랑을 건조하게 포착함으로써 세상에 떠다니는 러브 스토리가 허구임을 증명하는 영화.

1970년대 농촌을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재현해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내상까지 응시하게끔 유도하는 <휴가>,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연기가 일품인 <안다고 말하지 마라> 등은 감독의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중편들이다. 이 밖에 철거 직전의 빈민촌을 다루되 <상계동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사회다큐멘터리의 경향의 반대편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폐허, 숨을 쉬다>(사진)를 비롯해 올해 인디포럼에서 <빛속의 휴식> <시간의식>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 등도 이번 기회에 되새겨 볼 만한 실험영화다.이에 비해 장편부문은 저조하다. 지난해 6편에 이어 올해는 4편만이 상영된다. 출품편수의 저조는 최근 몇년 동안 자생적인 배급망을 통해 독립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꾀했던 독립영화계가 아직은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 자리를 메워주는 것은 역시 진중한 다큐멘터리. 국가보안법이라는 철조망에 막혀 현 정부에서도 몇 차례 입국이 좌절됐던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내세워 남한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한 <경계도시>, 월드컵의 아우성 속에 묻힌 노동자들의 비탄을 담은 <그들만의 월드컵>, 생존권 투쟁이 무자비한 난동으로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20여년 전 강원도 사북 광부들의 한탄에 귀기울이는 <먼지, 사북을 묻다> 등이 나란히 상영된다. 김정구 감독을 중심으로 파적의 회원들이 현대인의 분열증에 관한 옴니버스 단편을 묶어 내놓은 것이 극영화로선 유일하다. 초청작은 더 재밌다 경쟁영화제라고 해서 초청작들을 디저트로 분류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난해까지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던 영화들이 상영기회를 얻었지만, 올해는 상업영화들 틈바구니에서 관객과 호흡할 만큼 충분한 상영기간을 얻지 못했던 <뽀삐> <우렁각시> <낙타(들)> 등 이목을 끌었던 독립장편영화들이 연이어 상영된다.

이 밖에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박기복 감독의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이현승 감독의 단편 <비트윈>, 김홍준 감독의 비디오 수필 <나의 한국영화-에피소드1>(사진) 등이 풍성한 식단 한켠을 채울 예정이다.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기획초청전 또한 미디어 아트, 비주얼 레이브 등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영상들을 맛볼 수 있는 자리다. 해외초청 부문은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기 섹션.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존 카사베츠 회고전’과 ‘영국단편파노라마:브리티쉬 쇼트 인베이전’이 준비됐다. 영화제를 앞두고 영양식단을 짜면서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상영관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서울아트시네마와 미로스페이스에서 나누어 상영되는데다, 두곳을 합해도 객석 규모가 지난해보다 200석이나 줄었기 때문. 한해 국내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상영관 확보를 위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덧붙여, ‘깜장고무신’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 개막식의 축제 분위기를 돋웠던 지난해의 바통을 이어받아 독립영화인들과 돈독한 유대를 맺고 있는 그룹 ‘32-28-39’의 공연이 개막작 상영에 앞서 펼쳐진다. 상영작 전회를 둘러볼 수 있는 관람권(심야상영 제외)은 5만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10명 이상의 단체관람의 경우에는 할인혜택을 받는다. 중·고등학생들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편당 5천원인 관람권을 2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예매 및 기타 자세한 문의는 영화제 사무국(02-362-9513), 한독협 사무국(02-334-3166), www.siff.or.kr로 하면 된다.이영진 anti@hani.co.kr▶ 서울독립영화제 2002 [1] ▶ 서울독립영화제 2002 [3] - 상영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