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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2002년 기대작 [1]
문석 2002-01-04

장윤현 <테슬라>에서 타란티노 <킬 빌>까지, 2002년 기대작 총집결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은 “2002년은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제를 누비는 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임권택, 홍상수, 이창동, 장선우, 박광수, 김기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올해 일제히 신작을 쏟아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재입성이 기대되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현재 촬영을 90% 정도 마무리지은 상태. 화가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조선 말기라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려내는 이 작품에 대해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촬영을 하면서 편집도 함께하고 있는데 우선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고 소개한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은 한 남성이 춘천과 경주를 여행하며 두 여자와 교감을 나누는, 제목만큼 ‘이상한’ 사랑이야기. 홍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 없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중이다. 역시 각국 영화제 관계자의 시선을 끌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오아시스>는 전과자 남성과 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남녀의 절박한 사랑과 이를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의 삐딱한 시선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하사탕>의 콤비 설경구, 문소리를 내세워 2001년 12월14일 크랭크인했다.

장선우 감독의 ‘구도(求道) 판타지액션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장기간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작업이 한창이다. 총제작비 100억원대의 대형 프로젝트인 이 작품은 사이버 세계와 현실이 뚜렷한 경계선 없이 펼쳐지는 가운데 성소라는 이름의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한 주인공 주의 분투를 그린다. 이미 <나쁜 남자>로 베를린영화제행 티켓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은<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제작할 예정이며, <해안선>도 크랭크인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수의 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박광수 감독은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군인과 혼령의 사랑을 담는 판타지멜로 <방아쇠>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

색깔이 뚜렷한 중견감독들도 잇따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시네마서비스라는 거함을 지휘하는 데 몰두하던 강우석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움켜쥐고 액션영화 <공공의 적>을 내놓을 예정이고,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 배두나, 신하균 주연의 ‘하드보일드 무비’ <복수는 나의 것>을 보여준다. 비운의 권투선수 김득구로부터 ‘호출’받았다는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이나 <불새> 이후 5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김영빈 감독의 항공액션물 <발해>, <넘버.3>의 송능한 감독이 만드는 사회풍자코미디 등도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다. 강제규 감독도 <쉬리> 이후 오랜만에 컴백해 대작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득이는 데뷔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감독들도 두 번째 작품을 내놓는다. 이정향 감독은 외할머니와 손자의 살가운 ‘동거’ 이야기 <집으로>를, 류승완 감독은 전도연, 이혜영을 내세운 여성버디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유령>의 민병천 감독은 SF멜로영화 <내추럴시티>를, 정지우 감독은 강경옥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심령미스터리스릴러 <두 사람이다>를 보여줄 예정.

이 밖에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 김응수 감독의 <욕망>, 신승수 감독의 <아프리카>, 최호 감독의 <후아유>, 박제현 감독의 <울랄라 씨스터즈> 등도 기대를 모은다. (이시명), <예스터데이>(정윤수), <튜브>(백운학), <로드무비>(김인식), <버스, 정류장>(이미연), <정글쥬스>(조민호), <하얀방>(임창재), <서프라이즈>(김진성), <일단 뛰어!>(조의석), <재밌는 영화>(장규성) 등 신인감독들의 데뷔작도 잇따라 소개될 예정이다.

영화제목만 나열해도 하염없는 2002년 프로젝트 가운데 아직 널리 공개된 적 없는 기대작들도 있다. 장윤현, 윤종찬, 김상진, 변영주, 곽재용, 김정권, 양윤호, 박광춘 등 8명 감독의 신작은 올해 촬영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영화들. <씨네21>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프로젝트를 모아 2002년 영화계의 지도를 소상히 그려본다.

물론 한국영화가 전부는 아니다. 해외 신작 목록을 나열하노라면 새해 우리를 기다리는 외화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것이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양날개 삼아 비상할 할리우드의 2002년 프로젝트로는 리안의 <헐크>, 배리 소넨필드의 <맨인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에선 60년대의 거장 요시다 요시시게의 신작이 화제이고, 이탈리아에선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가 촬영을 마친 상태. 프랑스에선 무서운 신예 알랭 기로디의 장편데뷔작이, 영국에선 스티븐 프리어즈의 신작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우리에게 찾아올 이 많은 영화들의 눈부신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관객인 우리가 누리는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