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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원로케이션 영화` 붐
2002-04-17

<세븐> <파이트 클럽>을 만든 스타일리스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새 스릴러 <패닉룸(Panic Room)>은 1시간40분 내내 뉴욕의 한 아파트 실내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주말 개봉한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고양이 울음(Cat's Meow)>도 호화 요트가 유일한 무대이다.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 역시 영국의 한 장원에서 펼쳐지는 실내 미스터리 영화였다. 한 장소에 사건을 국한시키는 원 로케이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작은 붐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패닉룸>은 최근 벨에어, 비버리 힐스 등 부유층의 저택에 필수 시설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안전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외부 침임자들로부터 온가족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패닉룸은 방탄벽, 외부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수십 대의 감시비디오 모니터, 자체 공기정화시스템과 발전기, 별도의 전화선 등을 갖춘 요새같은 피난처이다. 주인공 조디 포스터는 10대인 딸과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 이사온 첫날 밤 패닉룸으로 피신해 바로 그 패닉룸에 감추어진 돈을 노리는 강도들과 맞서며 숨막히는 밀실공포를 엮어낸다. 한편 <고양이 울음>은 1924년 할리우드 최대의 실제 스캔들을 토대로 한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 <시민 케인>의 실존 모델이었던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1924년 할리우드의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자신의 요트에서 밤샘 파티를 열었다. 여기에는 허스트의 정부였던 여배우 메리언 데이비스와 데이비스의 또 다른 연인인 찰리 채플린, 그리고 당시 최고의 프로듀서 토머스 인스 등이 참석했는데 이튿날 토마스 인스가 총상을 입은 시체로 발견된다. 질투심에 불탄 허스트가 총을 쐈을 것이란 추측만 있을 뿐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이 사건을 재현한 영화는 요트 위 실외장면만 그리스 해안에서 찍고 나머지 실내 장면은 모두 세트촬영했다. <고양이 울음>은 사치스런 상류층의 타락에 아가사 크리스티류의 정통 추리기법을 접합했다는 점에서 <고스포드 파크>와 닮았다. 상류층의 사냥 파티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고스포드 파크>는 상류층 사회를 풍자한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법칙>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범인찾기 추리소설을 결합한 듯한 작품으로 역시 한 장소에서 로케촬영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서스펜스를 엮어내고자 한 이 영화들은 액션 스펙터클로 가득찬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항해 비교적 저예산으로 긴장감있는 드라마를 연출하려는 감독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듯하다. 로스앤젤레스/이남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