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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전주국제영화제 23일 ‘레디 고 ’

33개국 250여편 독립깃발 펄럭

대안, 독립, 디지털이라는 세 단어로 다른 영화제들과 구별을 짓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섯번째 잔치가 23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린다. 33개국에서 날아온 장·단편 250여 편이 전북대 문화관을 비롯한 전주 일대 극장에서 상영된다. 경쟁부문인 아시아독립영화포럼의 범주를 세계로 열어 독립영화의 ‘발견’을 강화한 ‘인디비전’ 부문과 실험적 영상작업물들을 하나의 섹션으로 묶은 ‘영화보다 낯선’부문의 신설은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 올해의 변화다. 개막작은 <강원도의 힘>의 조감독을 맡았던 민병국 감독의 <가능한 변화들>. 5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을 거친 이 영화는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우연한 성적교감을 통해 삶의 모호함과 그 고통의 의미를 찾아가는 극영화다. 폐막작은 자본의 억압에서 벗어나 순수예술의 이상향을 추구하던 배우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스페인 영화 <노벰버>(감독 아체로 마냐스)다.

민병국 감독 ‘가능한 변화들’개막작

이번 영화제의 섹션 가운데 가장 흥미를 끄는 부문은 일본독립영화의 뿌리로 평가받는 ATG(Art Theater Guild)회고전과 쿠바영화특별전. 예술영화 배급과 상영을 위해 1961년 만들어진 ATG는 일본 뉴웨이브를 이끈 오시마 나기사와 시노다 마사히로를 비롯해 이시이 소고, 요시다 기쥬 등의 감독들을 배출해냈다. 전체 상영작 11편 가운데 오시마 나기사의 <닌자 무예장>은 매우 독특한 형식의 영화. 원작인 만화의 컷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16세기 일본 닌자들의 무예기술을 스크린에 펼친다. 이밖에 테라야마 슈지의 <전원에 죽다>, 요시다 기쥬의 <에로스 플러스 학살>, 이시이 소고의 <역분사 가족> 등이 필름으로 접하기 힘들었던 역작들이다. “ATG 회고전의 대다수 영화가 에로스를 모티브로 하기 때문에 예술영화는 딱딱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수완 프로그래머의 귀띔이다.

실험적 영상 ‘영화보다 낯선’신설

거장들의 신작과 젊은 감독들의 문제작을 묶어 소개하는 ‘시네마스케이프’에서는 국제 영화제 단골인 유명감독들의 최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짐 자무쉬, 장 위엔, 자크 리베트,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등의 따끈따끈한 새 영화들이 관객을 유혹한다. 실험적인 영상작업들을 소개하는 ‘영화보다 낯선’에서는 한국계 작가로 백남준 이후 두번째로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시를 열었으며, 31살에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던 페미니즘 작가 차학경의 비디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해마다 아시아 작가 3인을 선정해 디지털 단편 제작을 지원해온 결과물로, 전주에서 첫공개되는 ‘디지털 삼인삼색’도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올해 주인공은 봉준호, 홍콩의 유릭와이, 일본의 이시이 소고 세명이다. 폐막작의 감독 아체로 마냐스를 비롯해 70여 명의 해외 감독과 영화관계자들이 전주를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02)2268-4168, (063)288-5433. www.jiff.or.kr

쿠바영화 특별전 시선집중, 분방한 하바나의 매력 17편 첫 선

쿠바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혁명 당시 부르주아 지식인의 자의식을 그린 토마스 알레아 감독의 <저개발의 기억>과 카리브해의 출렁이는 바다와 체 게바라의 벽화가 쇠락한 거리를 장식했던 음악영화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일 것이다. 물론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쿠바영화가 아니라 서구인이 본 쿠바의 이국적인 풍경이다.

59년 혁명 이후 쿠바영화 예술산업진흥원을 통해 한해 15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온 쿠바는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영화국가다. 토마스 알레아, 움베르코 솔라스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탄생시킨 쿠바의 ‘혁명영화’들은 그들의 음악이 그렇듯 경직되지 않고 분방한 매력을 보여준다.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영화 17편이 상영되며 라틴 아메리카 영화의 고전인 알레아의 <저개발의 기억>(사진)과 솔라스의 <루치아>를 처음 필름으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79년작인 <테레사의 초상>(감독 파스토르 베가 토레스)는 쿠바의 대표적인 여성영화로 꼽히는 작품. 주변의 전통적인 관습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려고 하는 한 여성과 그의 파트너가 겪는 위기를 통해 사회 변화 속에서 갈등하는 전통 가족사회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상영작 가운데 가장 젊은 영화에 속하는 2001년작 <나다>(감독 후안 카를로스 크레미타 말베르티)는 유럽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사색적인 줄거리와 유머감각, 만화를 연상시키는 감각적 편집으로 세련된 요즘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할 만한 영화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 칼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자신의 삶과 일에 염증을 느끼는 인물. 어느날 우연히 열어본 편지에 장난처럼 답장을 하면서 그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미국행의 기회를 얻게 되고 이로 인해 권태롭기만 하던 그의 삶에 현실적인 갈등이 다가오게 된다. 이밖에 어린 소녀 베베의 시선을 통해 주변에서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을 관찰하는 98년작 <휘파람>(감독 페르난도 페레즈)은 20세기 하바나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