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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콘텐츠간 경계는 허물고 가능성은 확장했다’, 올해의 시리즈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시리즈들, 과소평가·과대평가된 작품들
임수연 2023-12-15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작가’를 굳이 나누는 관례가 무의미한 시대다. 원천 스토리를 만드는 이들을 ‘창작자’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이 최근 업계의 생리에 더 적합해 보인다. 어느덧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은 스토리텔러들이 영화, 드라마, 예능, 소설, 웹툰 등 어디서든 출발해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올해의 시리즈 1위를 차지한 <무빙>은 웹툰 작가 강풀이 직접 각본을 쓰고 <모비딕>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했다. 2위 <더 글로리>는 전통적인 TV드라마 영역에서 활약했던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첫 OTT 시리즈에 도전해 뛰어난 구관은 어딜 가도 명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3위 <사랑의 이해>는 이혁진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고집스럽게 느릿한 호흡으로 영상화했고, 4위 <연인>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모티브를 병자호란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5위 <박하경 여행기>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함께한 손미 작가, 이종필 감독, 더 램프가 다시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6위는 간발의 차이로 <마스크걸>이 차지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의 첫 OTT 시리즈 각본·연출작이다. “지그재그 스타일과 스토리로 우리를 놀라게”(피어스 콘란) 하며 “감각적인 표현력과 매혹적인 영상미로 일궈낸 페이소스”(진명현)를 담아 “외모 지상주의와 권력관계에 대해 인상적인 이야기”(듀나)를 펼쳐냈다. “데이트 폭력과 관음증적인 인터넷 문화 등 한국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여러 코멘트를 남긴 점도 특기”(배동미)할 만하지만, <마스크걸>의 가장 큰 성취는 전에 없던 여성 서사라는 점에 있다. “못생긴 여자 인물의 심리에 대해 내적으로 완결된 관점을 제공”(남지우)하며 “‘강간하면 죽는다’는 급진적 인과관계를 스토리에 녹여내 새로운 차원의 페미니스트 서사를 탄생”(남지우)시킨 점이 호평받았다. “올해의 캐릭터들이 쏟아져나온 요람”(이우빈)으로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우가 주목받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비난당하기 무섭게 남 탓으로 튕겨내고 우회하며 끝까지 가버리는 약자의 ‘근성’”(유선주)을 되돌아보게 한 김경자(염혜란), “강한 여성 캐릭터의 대척에서 남성 인셀의 내적 파탄을 완벽하게 보여준 주오남(안재홍)”(남지우) 등이 언급됐다.

7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예능 프로그램 출신 이남규 작가의 크루와 일찌감치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경계 없는 활동을 이어온 이재규 감독이 만난 작품이다. “여전히 ‘정신병’에 관한 편견과 경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참고서”(오수경)로서 “정신질환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에 도달”(유선주)한다. “‘힐링’을 강요하기보다 돌봄의 양면을 비추는 성숙함”(남선우)이 빛나는 이 시리즈는 “한국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밀도 높은 분석”(남지우)을 보여준 것은 물론 “올해의 캐스팅이자 올해의 캐릭터 앙상블”(진명현)로서도 주목할 만하다.

방송 채널은 SBS, OTT에서는 디즈니+에서 독점 공개된 8위 <악귀>는 “한 사람의 희생을 세계의 종말처럼 그리는 김은희 월드 애도 서사의 집약본”(김선영)이다. “상징과 도전적인 테마로 가득 차 있고 풍부하고 복잡한 신화와 조화된 <악귀>”(피어스 콘란)는 “SNS가 발달한 지금 시대의 추악함, 즉 타인의 것을 훔쳐보고 탐하는 행동을 악귀라는 민속학적 서사를 통해 탁월하게 표현”(배동미)한 작품이다. “많은 오컬트 호러물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목적으로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부를 축적하기 위해 청년의 욕망을 착취한다는 <악귀>의 괴기는 서사와 직접적으로 연결을 가졌다”(박현주)는 점은 이 시리즈가 장르물로서 거둔 성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9위 <재벌집 막내아들>은 “‘회빙환’ 소재의 웹소설 원작들이 드라마화될 수 있는 최고의 경우”(이다혜)로 꼽힌다. “신계급사회 한국에 대한 분노를, 가장 낮은 곳에서의 복수로 풀어낸 <더 글로리>와 달리 가장 높은 곳에서의 그것으로 풀어냈다”(김선영)는 점에서 두 작품을 짝패 같은 관계로 읽는 해석도 있었다. 10위 <D. P.> 시즌2는 “전편의 성공을 견인한 위트 있는 화법을 누그러뜨리고, 각을 세워 문제의 핵심을 겨냥하는 뚝심을 발휘함으로써 작품의 존재 이유를 증명”(남선우)했다. “트랜스젠더 군인과 한국전쟁 탈영병을 병치함으로써 시대를 막론한 문제의식”(남선우)까지 담고 “범람하는 악에서 선의 평범성을 자구하려는 발악은 아직 유효하다”(이우빈)는 점을 보여준, “속편이 행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모범 사례”(남선우)다.

과소평가 시리즈로는 “이렇게 우아하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조현나) 생각하게 해주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꼽혔다. “스토리와 연출 모두 적정선 이상의 기대를 충족” (이자연)시켰지만 “플랫폼의 규모 혹은 중년들의 이야기라는 한계”(조현나)로 완성도 대비 주목받지 못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올해의 시리즈 8위에 오른 <악귀>는 “각본에 응집된 수많은 상징과 디테일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미약한 연출과 촬영”(이유채) 면에서 과대평가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오컬트 장르물로서 인상적인 순간이 별로 없다”(위근우)거나 “김은희 작가가 플롯을 위시한 ‘구성’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정재현)라는 애정 섞인 비판이 제기됐다.

선정 대상 기간 내 케이블, IPTV,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최초 공개된 작품(한국 플랫폼 공개일 기준, 한국 프리미어) 중 최고의 해외 시리즈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의 필자가 <성난 사람들>을 호명했다. <성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시리즈 <투카 앤 버티>에 이어 수치심, 분노, 열등감 등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포착하는 데 빼어난 재능을 가진 크리에이터 이성진”(배동미)이 만든 “최고의 한국인 분석 리포트”(조현나)다. “주인공들과 함께 어둠을 의식화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위로”(오수경)를 준 이 시리즈는 “10화의 마지막 시퀀스와 함께 스매싱 펌킨스의 <Mayonaise>가 흐를 때 올해의 드라마가 되었다”(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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