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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인감독 출사표 - <천군>의 민준기 [9]
문석 2003-02-14

성웅 이순신, 이렇게 태어났다 | 출사표9 - <천군>의 민준기 감독

이러다 감독됐지요

민준기(35) 감독의 성격은 이마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가발 CF모델도 했다니까요”라며 말문을 튼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게 6살 때였을 거예요. 테렌스 영이 감독한 <레드 선>이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이 변종 서부극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배우 미후네 도시로가 사무라이로 나왔는데, 어린 민준기로선 그가 일본도로 총알을 튕겨내는 장면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이때 시작된 영화의 판타지는 1984년 <E.T.>로 이어졌다.

“마지막 장면에 무지개가 뜨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행복감을 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무렵, 갑자기 가계가 흔들려 2년 동안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생활을 해야 했지만, 감독에의 꿈은 그로 하여금 1988년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1기로 입학하게끔 했다. 하지만 대학 3학년 때 경험한 충무로 현장은 그의 희망을 좌절로 바꿔놓았다. 이때 충격으로 그는 한때 감독의 길을 버리고 회사원 생활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와의 인연은 질겼다.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낄 무렵, 친구로부터 교사를 모집하는 안양예고에 면접보러 가자는 연락이 왔고, 답사차 학교에 들른 그날 바로 첫 수업을 맡게 됐다. S.E.S의 바다, 안재모, 고호경 등 제자를 키우며 분투하던 그는 교사생활 3년째가 되자 오래된 꿈을 떠올렸다. 99년 말, 그는 영화를 하겠다며 무 자르듯 학교를 그만뒀다. 아무 대책없이 ‘영화 예비군’이 됐을 때, 다행히도 아내가 펄쩍 뛰지 않았던 것은 <쉬리> 덕분이었다. “TV 토크쇼 같은 데 강제규 감독 부부가 나와서 성공담을 이야기할 때여서, 아내는 감독이면 다 그렇게 되는 줄 알았던 거죠.” ‘카드 저글링’으로 생활고를 극복하면서 30년 전 꿈을 찾으려한 그의 노력은 마침내 달성 직전에 놓였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천군>의 기본 아이디어는 91년 만들어졌다. 당시 이야기는 지금과는 정반대로 일본 전국시대의 사무라이가 현대 한국으로 건너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93년 <비지터>가 개봉됐고, 부득불 노선을 바꿔야 했다. 현대 군인이 정유재란 때로 거슬러올라간다는 내용의 영화를 떠올렸던 그는 그 아이디어를 간직한 가운데, 99년 무렵 <조선 대장부 이순신>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날 밤 천장을 보며 누웠는데, 머리 위에 전구가 반짝했다. “그 두 이야기가 만나면 어떨까.” 그때부터 각종 데이터를 뒤지던 그는 이순신을 둘러싼 여러 미스터리를 알게 됐다. 당시 무과 급제 평균 나이가 17살이었는데, 이순신은 32살에야 통과했고, 전쟁이 날 것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대비를 했으며, 부족한 전력으로도 23전 전승을 올렸으니 신비할 수밖에.

여기에 <조선왕조실록>의 ‘정체불명 신병(神兵)이 나타나 적을 물리쳤다’는 구절을 결합하니 기막힌 이야기가 됐다. ‘현대의 남북한 병사가 이순신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방탕하기 짝이 없던 그를 돕는다’는 <천군>의 기본 골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할랍니다

‘이순신, 장군 만들기’란 카피로 요약할 수 있는 <천군>은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민준기 감독이 생각하는 웃음 유발지점은 세 가지. 우선, 모든 캐릭터와 관객까지 이순신을 장군으로 여기지만 정작 이순신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둘째는 400년이란 시차에서 오는 문화적 충돌이다. 세 번째로 남북한이 다른 교육을 받았다는 데서 오는 갈등 또한 웃음을 자아낼 것이란다. 북한에서는 이순신을 민족 영웅으로 여기지 않기에 우스꽝스런 상황이 생길 거란 얘기.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코미디 이상인 듯하다. “신인감독이 이런 얘기하는 게 그렇지만, 나는 두 가지 ‘미’, 그러니까 재미와 의미를 추구합니다.” 그는 영화 후반부에서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는 장면과 비슷한 민족적 자긍심을 녹일 생각”이다. 여진족과의 전투신 등 대규모 스펙터클 또한 이 영화의 부차적인 볼거리가 될 듯하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김성희

<천군>은 어떤 영화? 이순신, 장군 만들기

남북한 연구진은 압록강 부근 한 연구소에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다. 미국이 압력을 넣어 이를 포기해야 할 순간, 한 북한군 장교가 핵무기와 연구진을 빼돌리려 하고 이를 알아챈 남한군이 뒤를 쫓는다. 추격전 도중 갑자기 발생한 거대한 회오리에 휩쓸린 남북한의 7명은 엉뚱하게도 1572년 여진족과의 국경지대로 떨어진다. 현대무기를 동원해 오랑캐를 토벌한 뒤 이들 앞에 한 사나이가 나타나는데, 그는 무과에 떨어졌다고 곤드레만드레 상태인 28살의 이순신이다. 이때부터 이순신 장군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제작사 싸이더스 출연 캐스팅중(4월 크랭크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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