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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4]

“감동 못 주면 영화계 떠난다”

신작 <실미도>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지난해 3월, 미국 컬럼비아영화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영화 <실미도>가 오는 3월1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발표시점에서 1년여 만에, 10여 차례 시나리오 수정을 거쳐 콘티 작업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출연진의 윤곽까지 정했다.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결정된 설경구를 비롯해 안성기, 정재영, 임원희, 허준호 등이 가세하기로 했다. 전체 영화의 70% 정도를 찍을 실미도 훈련장 세트가 들어설 지역도 확정됐다. 한때 경기도 화성 앞바다에 있는 입하도가 거론됐으나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실제 북파부대 훈련을 했던 실미도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제작에 필요한 여러 사항이 결정됐지만 영화 <실미도>의 실체는 아직 모호하다. 무엇보다 강우석 감독이 <실미도>에서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와 콘티가 모호한 상태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야기만으로는 코미디 작가로 알려진 그가 역사의 끔찍한 상처를 파헤치려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과연 강우석 감독을 영화 <실미도>로 이끈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실미도>에 끌린 이유는.

=실미도 사건 갖고 영화 만든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건 내가 해야 하는데 하던 차에 한맥영화 김형준 사장이 제안을 해온 거다. 대한민국 근대사 중에 이것만큼 매력적인 소재도 없다고 본다. 나 <황야의 7인> 같은 거 보면 뭔가 해보겠다고 낙향한 애들을 다시 끌어모아서 뭔가 일을 도모하는 근사한 설정이 있다. 그런데 실미도는 가상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라 구미가 당겼다. 특히 실제 이야기를 증언을 통해 알고 나니까 만들 때 얼마든지 오버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이거 지금 안 했다가 나중에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의외라는 느낌이 드는 건 <실미도>가 코미디로 풀 수 없는 역사적 비극이라는 점이다. 강우석 감독은 코미디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정치스릴러였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의 실패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공의 적> 보고 나서 사람들 첫마디가 ‘저런 식으로도 코미디가 되네’였다. 어떤 상황에서만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틀을 나름대로 깬 거다. 지금까진 내가 잘할 수 있는 웃음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이번에는 소재가 무거운데다 코믹한 장면도 별로 없다. 웃음이라는 무기없이 어떻게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할 수 있는 기회다.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만한 이야기인데 감동을 못 주면 영화계 떠날 각오하고 있다.(웃음) 감독은 손 놔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가서 제작비가 부족했다,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뭐 이런 핑계를 댈 수도 없지 않은가.

-<실미도>의 이야기 구조는 애초에는 멜로드라마가 강했던 걸로 알고 있다. 무엇을 드라마의 축으로 삼을지 궁금하다.

=말도 안 되는 멜로를 끼워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면회하러 오는 여자 만들어서, 우리 그이 어디 갔나요 하라고? 그걸 넣을 바에는 여성 심리를 잘 모른다느니, 여성 캐릭터가 빈약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말지. <공공의 적>에서 그 바쁜 강철중이가 연애한다고 생각해봐라. 개인적으로 부대원들이 총구를 왜 반대로 들이밀게 되는가를 밀도있게 그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굳이 극화하기 위한 설정을 만들지 않아도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거 하나면 된다. 마지막에 관객이 울어주면 감독으로서 더 좋은 거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코드로 갈 경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지나치게 진지할 경우 관객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다.

=뭐, 실미도 가지고 장난치냐는 평이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과거의 그 사건을 두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위정자가 어쩌고저쩌고 하진 않는다. 그건 관객의 몫이다. 영화 보고 관객이 자연스레 그 생각까지 닿으면 좋겠지만, 굳이 영화 속에서 드러내진 않을 거다. 관객에겐 다만 과거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라는 사실을 충실히 전달해주는 것으로도 시대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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