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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가는 아시아 공포영화들 [2]
이다혜 2003-06-26

톰 크루즈가 판권을 사들여 화제를 모은 <디 아이> 역시 그동안 서구사회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원혼을 다루고 있다. 옥사이드 팡과 함께 <디 아이>를 공동연출한 대니 팡은 “우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기억을 발견했다. 어떤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밤에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때 공포를 느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점들을 이용해 공포를 전달한다”고 말한다. <디 아이>는 실화에 기초했기 때문에 더 절절한 두려움을 전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팡 형제는 열여섯살 먹은 소녀가 각막이식수술을 받고 눈을 뜬 뒤 일주일 만에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대니 팡은 그녀가 그 일주일 동안 무엇을 봤기에 죽음에까지 이르렀을까 궁금해하다가 타이에서 일어난 가스폭발 사고와 그녀의 죽음을 결합했다. 이런 근본적인 특징 덕분에, 뱀파이어나 외계의 괴물처럼 설득력 없는 위협과는 달리 아시아의 공포영화는 사람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공포영화가 단지 근원적인 공포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는 아시아 공포영화가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소재를 택하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고 분석했다. <링>은 전화기와 비디오테이프가 저주를 퍼뜨리고, <검은 물 밑에서> <디 아이>는 아파트가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오래된 공포의 기억은 현대의 사물과 공간을 통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된다. 그것은 <링>의 원작자인 스즈키 고지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스즈키 고지는 “<링>에는 A=B, B=C 따라서 A=C로 이어지는, 어느 나라에서나 이해되는 공통의 논리가 있다. 그것이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토착적 공포와 연결된 것”이라고 말한다. 무차별적으로 귀신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원한이 논리적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려낸 과정이 서구 관객까지 사로잡은 이유다.

할리우드의 생존 방식

하지만 비판적인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영화과 교수 팀 화이트는 아시아 공포영화 리메이크 경향이 할리우드가 항상 되풀이해온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매트릭스>가 무협영화를 끌어들인 것처럼,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항상 뭔가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늘 그런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그 안에서 위대한 영화들을 탄생시켜왔다. 지금 할리우드는 아시아 공포영화만이 아니라,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디 아더스>와, 자우메 발라구에로의 <다크니스> 등 유럽 공포영화의 정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시도 역시 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무척 흥미로운 것이다. 나카다 히데오의 <링>과 고어 버빈스키의 <링>은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동과 서의 공포가 어떻게 미묘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할리우드의 공포영화는 지금, 새로운 ‘원혼’을 받아들여 그 한을 풀어주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글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김현정 parady@hani.co.kr

할리우드 호령하는 외국 호러 감독들“아니, 미국 호러 감독은 어디 갔어?”

<다 아더스>의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식스센스>의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공포영화 전문잡지 <판고리아>는 90년대 호러영화를 정리하면서 “우리 미국인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눈에 띄는 호러영화 감독들은 대부분 외국 핏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은 필라델피아에서 성장했지만,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인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다. 그는 위협적이기만 한 미국의 원혼 대신 죽어갈 때의 모습 그대로 슬프게 세상을 떠도는 유령을 담아 90년대 호러영화 최고의 걸작 중 한편을 만들었다.

<디 아더스>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와 <다크니스>의 자우메 발라게로는 모두 스페인 출신이다. 아메나바르는 24살에 만든 스릴러 <떼시스>로 주목받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묻는 <오픈 유어 아이즈>로 기반을 다진 감독. 자우메 발라게로는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재와 악마 숭배를 결합한 <다크니스>로 바다를 건너 미국에 안착했다.

<미믹> <블레이드2>의 기에르모 델 토로 역시 멕시코에서 영입된 외국 감독으로, 사색이 담긴 뱀파이어영화 <크로노스>를 만들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토브 후퍼가 만든 70년대 호러영화의 걸작 <텍사스 살인마>를 보고 나서 채식주의자가 됐지만, 지금은 토브 후퍼 못지않게 무서운 영화들을 만들고 있는 감독이다.

이 밖에 <야수의 날> <액션 무탕트>의 스페인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와 핏기없는 영혼이 검은 피를 물고 나오는 <어글리>의 호주 감독 스콧 레이놀즈 등이 미국에서 짧게 주목받은 바 있다.

텍스트

서양

동양

누가나오나?

설화나 고딕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지킬과 하이드와 흡사한 사이코 살인마. 성경에 나오는 악마들,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이계의 악마들. 가끔은 외계인들.

주로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들. 남자보다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요물이 된 여우나 뱀 등 동물이나 사물들도 자주 등장한다. 좀비와 흡사한 중국의 강시도 가끔 인간을 괴롭힌다.

어떻게만나나?

남녀가 놀러간 야외에서 주로 살인극이 벌어진다. <이블 데드>처럼 흑마술의 주문을 외워서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도 아주 많음. 외부의 괴물이나 외계인인 경우는 안정된 사회 속으로 걸어들어와 질서와 평온을 박살내버린다. <싸이코> <텍사스 살인마> <브레이크 다운>처럼 한적한 시골의 국도에서는 온순해 보이는 시골 사람들이 살인마로 둔갑하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들른 집이나 새로 이사간 집에서 주로 귀신을 만난다. <천녀유혼>에서 도사가 말하듯 ‘인간은 양, 귀신은 음’이어서, 귀신은 인간과 늘 함께 있지만 서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는 귀신은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쫓아오나?

살인마는 결코 뛰지 않는다. 카메라가 안 보이는 데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관객의 눈앞에서는 뛰지 않는다. 악마는 동물처럼 빠른 반사신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가끔 순간이동도 한다.

귀신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인다. 발이 없고 공중에 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뛰거나 하는 경박한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매끄럽게 공중을 날아다니고, 눈깜짝할 사이에 등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 <여고괴담>의 점프 컷처럼. 하지만 요즘 귀신의 유행은 기어다니는 것. 이상하게 몸을 뒤틀면서 기어오면 겁에 질려 여간해서 도망치지 못한다.

어떻게죽이나?

좀비는 사지를 찢어서 살을 먹고, 뱀파이어는 피를 빤다. 살인마는 갖가지 도구를 사용하는데 가장 혁신적인 무기는 프레디의 손톱. 악마는 주로 영혼을 사로잡아 자신의 도구로 활용하지만, 그냥 일용할 양식으로 먹어버리는 악마들도 꽤 있다.

귀신이 그냥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빙의’라고 하여 인간의 육체를 점령하고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빙의되었다가 귀신이 떠나버릴 때 아예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때도 많다. 가끔 들고 다니는 낫 같은 걸로 그냥 목을 치는 귀신도 있다. 강시는 좀비와 마찬가지로 살을 물어뜯어 자기와 같은 강시로 만들어버린다.

주인공이살아남는 방법

10대 슬래셔영화라면 절대 섹스하지 말 것, 혼자 부엌에 가지 말 것 등이 있다. 하지만 케빈 윌리엄스가 시나리오를 쓴 <스크림>에서 모든 공식을 깨버린 뒤에는, 모든 것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성적으로 문란한 경우는 죽음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악마와 싸우는 경우는 반드시 봉인을 해야 한다.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링>의 경우처럼 원한을 푸는 방법이 전혀 엉뚱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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