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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의 역사, 존 포드 회고전 [2]
홍성남(평론가) 2003-08-14

웨스턴, 그리고 미국 신화광주영화제에서 만나는 존 포드의 걸작 15편

웨스턴 장르에 품위를 부여

<역마차> Stagecoach, 1939년, 97분, 흑백

출연 존 웨인, 클레어 트레버

존 포드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역마차>가 웨스턴영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화는 웨스턴이 주변부 장르로 머물러 있을 당시에 그 장르에 ‘품위’를 부여했고 아울러 웨스턴이 메이저 장르로 부활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고전적 웨스턴의 스테레오 타입들을 제공해주었다. 한편으로 <역마차>는 앙드레 바쟁이 “고전적 완성으로까지 도달한 스타일의 성숙성”을 보여줬다고 썼을 정도로 고전주의적 형식미를 모범적으로 구현한 영화로도 평가받는다. 오슨 웰스가 <시민 케인>을 만들기 전에 이 영화를 45번이나 보면서 연구를 했다는 일화는 <역마차>가 영화의 교과서 자체임을 잘 일러준다.

빈틈없는 연출력, 헨리 폰다의 호연

<청년 링컨> Young Mr. Lincoln, 1939년, 100분, 흑백

출연 헨리 폰다, 폴린 무어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 있듯이 <청년 링컨>은 미국의 전통적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식료품점에서 일하던 젊은 링컨이 법을 ‘발견’하게 되고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 재판에서 처음 승리를 거두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존 포드는 신의 법을 지지하는 자로서 링컨의 이미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청년 링컨>은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흥행에서의 성공도 거두지 못했지만 포드의 빈틈없는 연출력과 헨리 폰다의 호연 덕택에 지금은 2차대전 이전의 가장 뛰어난 포드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로 공인받고 있다.

미국영화의 계관시인으로 탈바꿈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40년, 129분, 흑백

출연 헨리 폰다, 제인 다웰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다놓은 <분노의 포도>는 대공황기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다. 오클라호마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는 조드 일가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그러나 막상 목적지에 도착한 가족은 자신들이 발디딘 곳이 ‘약속의 땅’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조드 일가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영화는 자본주의적인 탐욕을 비판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를 찬양한다. 한편으로 <분노의 포도>는 포드가 가진 시각적 언어에 대한 재능의 실례들로 가득한 영화이기도 하다. 미국의 영화비평가 앤드루 새리스는 이 영화로 포드가 스크린의 스토리텔러에서 미국영화의 계관시인으로 탈바꿈했다고 썼다.

낙원의 상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How Green Was My Valley, 1941년, 118분, 흑백 출연 월터 피전, 모린 오하라, 도널드 크리스프

리차드 르웰린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해 만든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는 전작 <분노의 포도>와 유사하게 시련의 상황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1890년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가지고 가족의 해체와 시간의 변화에 따른 낙원의 상실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시민 케인>을 누르고 그해 주요 오스카 트로피를 석권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일부로부터는 ‘고급의’ 상업영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평자들은 여기에서도 삶의 어떤 순간들을 지극히 인간적인 연출로 포착하는 포드의 재능이 빛난다고 상찬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에 따르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라고 한다.

실패작을 자임한 문제작

<그들은 소모품이다> They Were Expendable, 1945년, 136분, 흑백 출연 존 웨인, 로버트 몽고메리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를 완성한 뒤 전쟁기간 동안 전략사무국에서 군사영화들을 만들었던 포드가 할리우드로 돌아와 메가폰을 잡은 첫 작품. 영화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필리핀 기지에 있던 미국 어뢰정 함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은 소모품이다>는 원래 프로파간다로 만들어질 영화였으나 주저하면서 이 영화의 연출을 수락한 포드는 단순히 프로파간다가 아닌 좀더 심각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포드는 파괴를 응시하고 있으며 생존과 감내를 성가신 의무로서 바라본다. <그들은 소모품이다>는 포드 자신은 실패작이라고 여겼다지만 현재 많은 평자들로부터 과소평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영화다.

고전적 웨스턴의 원형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년, 97분, 흑백 출연 헨리 폰다, 빅터 마추어

전설적인 서부 인물인 와이어트 어프의 이야기를 다룬 <황야의 결투>는 <역마차>와 함께 고전적 웨스턴의 원형에 해당한다고 말해도 좋을 영화이다. 소떼를 몰고 캘리포니아로 가던 어프가의 네 형제 가운데 하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와이어트 어프는 툼스톤 마을의 새 보안관이 되어 이 사건을 해결할 결심을 하게 된다. 영화는 어프가와 클랜턴가, 상반되는 면모를 보여주는 이 두 가족 사이의 대립을 통해 문명과 자연, 질서와 무정부 상태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한편으로 <황야의 결투>는 웨스턴의 영웅이 개인적인 역할과 사회적 역할을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병대 삼부작의 첫 작품

<아파치 요새> Fort Apache, 1948년, 127분, 흑백

출연 헨리 폰다, 존 웨인, 셜리 템플

<황색리본> <리오 그란데>로 이어지는 이른바 ‘기병대 삼부작’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아파치 요새에 서즈데이 중령이 새 지휘관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요새로 들어온 것에 내심 모욕감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자신이 능력있는 지휘관임을 증명해보고자 하나 이는 그의 부하들과의 갈등을 빚는다. <아파치 요새>는 어느 정도는 커스터 장군을 모델 삼아 만들어낸 듯한 서즈데이 중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가지고 서부 역사의 리얼리티를 다뤄보려 하는 영화다. 그 와중에 특히 과대한 명예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아름다운 에픽 웨스턴이라는 데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 서부극의 역사, 존 포드 회고전 [1]

▶ 서부극의 역사, 존 포드 회고전 [2]

▶ 서부극의 역사, 존 포드 회고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