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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온 국민을 웃겨버릴 심산 아니갔어?
김용언 사진 최성열 2010-07-29

<평양성>의 이준익 감독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다. 한국영화계에 사극 시리즈가 등장할 기세다. 이준익 감독의 2003년작 <황산벌>이 관객 300만명을 동원하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뒤 8년 만에 <평양성>(영화사 아침 제작)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이건 1990년대 중반 이준익 감독과 조철현 대표(타이거픽쳐스)가 의기투합하여 생각했던 3부작의 일환이다. 그러니까 660년 나당연합군이 황산벌 전투를 거쳐 백제를 함락시키고, 668년 평양성 전투를 통해 고구려를 ‘영업정지’시키고 그 다음 675년 매소성 전투에서 나당연합군 자체의 치열한 싸움 끝에 지금 우리가 아는 통일신라의 국경선이 만들어진 과정을 연작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황산벌 전투와 평양성 전투 사이에는 8년차의 시간이 있고, 2003년 영화 <황산벌>과 2011년 1월27일 개봉하게 될 <평양성> 역시 마찬가지다. 뭔가 운명적인 느낌이다.

<황산벌>의 ‘거시기’를 기억하는가. 신라의 김유신 장군(정진영)과 백제의 계백 장군(박중훈) 사이에 숨어 있던 주인공, 전쟁터에 끌려와 억지로 싸워야 했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에 눈물짓는 민초,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책임지던 존재. 안겨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 “거시기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그의 향방과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 <황산벌>과 <평양성>의 드라마적 차이다.”(이준익 감독) 그러니까 황산벌 전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백제군 병사 거시기(이문식)가 고구려 평양성 전투에 다시 한번 차출돼 전면배치되면서 <평양성>은 시작된다. 이제 어머니 모시고 좀 편안하게 살까 했더니 웬 날벼락인가. 거시기는 놀라운 생존의지로 시체 시늉을 하며 전투에서 빠져나오려다가 고구려 포로가 되고, 열심히 신라를 비방하며 살아남으려 하다가 고구려 여자 병사 갑순이(선우선)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다. 삼수(와) 갑산 출신의 갑순이, 보성 벌교 출신의 거시기. 전쟁통에 마주친 남남북녀 커플의 앞날은 예상할 수 있다시피 쉽지만은 않다. 한편 <황산벌>의 계백 장군 같은 존재가 이번엔 고구려의 남생(류승룡)이다. 외세의 위협 앞에서 ‘전설 오브 레전드’ 연개소문 장군의 세 아들, 남생과 남건, 남산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가 고구려는 결국 스스로 멸망하고 만다. 이중 남생은 현실적인 협상파였고, 남건은 “무슨 개소리! 평양성은 700년 동안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 저놈들은 내가 다 쓸어버린다”라고 주장하는 강경파였다.

이번엔 함경도와 평안도 사투리

이준익 감독이 이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는 그의 1993년작 <키드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할리우드 키드였던 그가 할리우드 패밀리 무비의 공식을 한국에 이식하려 했던 시도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을 때, 이준익 감독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무슨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원점으로 돌아왔고, 어린 시절부터 할리우드영화를 보고 자라며 생긴 자의식의 허상을 깨달았을 때 그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역사를 다시 돌이켜보게 됐다고 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 죽은 이들이 나의 DNA를 형성하는 존재들인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로는 1994년 무렵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화두가 지역감정이었다. 선거만 하면 좌우로 쫙 갈라져서 싸웠다. 당시만 해도 사극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던 시기인데, 그냥 일반적인 사극을 찍으면 현재 사회와 접점이 없으니 더 외면당할 것 같았다. 지역감정이라는 현재성과 1300년 전 백제와 신라의 전쟁을 접목시키면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서울에서 이른바 ‘표준어’를 쓸 때는 개인차만이 존재할 뿐이지만, 전라도에서 전라도 말을 쓰고 경상도에서 경상도 말을 쓸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집단차는 집단의 풍습에서 나오고, 그것의 대표가 언어다. 그 지역 언어, 사투리를 통해 그 지역의 DNA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상할 수 있다시피 <평양성>에는 함경도와 평안도 사투리가 <황산벌>과는 또 다른 웃음과 개성의 스펙터클을 펼쳐 보이게 될 예정이다. 훨씬 더 직설적이고 강건한 그들의 기질 말이다.

그는 <황산벌> 이전에도, 이후에도 <황산벌> 같은 영화는 없었다고 자평한다. 우리는 할리우드산 사극을 보면서 고귀하고 지체 높은 영웅주의에 쉽게 동조하게 되어버렸지만, <황산벌>로부터 시작하여 이후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이르는 이준익 감독의 사극은 한국 사극을 아우르는 정서의 온도를 바꿔버린 안티 영웅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리어왕>을 보자. 권력과 신분에 따른 정확한 역할 분담이 되어 있고, 거기 나오는 광대는 잠깐 등장해서 몇 마디 조롱의 말을 뱉고 도망가잖아. 하지만 내 영화에선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땅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 외세의 침략 앞에 권력자들은 항상 도망갔다. 이 땅을 지킨 건 갈 데 없고 힘없는 존재들이었다. 우리 역사의 주인의식은 통치자 위주가 아니라 민초의 자생력에서 더 많이 나왔다고 본다.”

부족한 예산, 코미디로 돌파 작전

놀라운 건 당시 한반도에서 펼쳐졌던 이 피 말리는 싸움의 규모가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 유명한 전쟁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황산벌 전투에 참여한 당나라군이 13만명이었고, 평양성에는 무려 30만명이 북쪽에서 몰려온다. 이제 거기에 식량을 조달해야 하는 김유신의 고달픈 여정과, 청야전술(淸野戰術)로 나라를 지켜내고자 했던 고구려의 인내심과, 찬바람이 불기 전에 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안달이 난 나당연합군의 조바심까지, <평양성>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땅 고구려에서 벌어진 치열한 한 시절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일 것이다. “제작비가 55억원이다. 사실 전쟁사극영화를 이 예산으로 제대로 찍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황산벌> 때처럼 절대부족의 물량을 독창적인 코미디로 돌파해나가야 한다. 전쟁사극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웃음의 스펙터클, 온 국민의 웃음바다! 이준익 감독이 생각하는 <평양성>의 포스터 카피들이다. 전쟁을 축제처럼 그리고 싶다는, 그리하여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1300년 전 역사의 놀라운 희비극을 맘껏 펼쳐 보이려는 그의 포부가 앞으로 세 번째 이야기 <매소성>으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하는 맘이다. 대신 오는 8월 크랭크인하여 6개월 안에 모든 작업을 완성하고 2011년 1월 극장가에 걸리게 될 <평양성>부터, 어서.

내게 영감을 주는 이미지

“고구려성의 성루를 삼족오, 세발 달린 까마귀 형상으로 지을 것이다. 사실 고구려 하면 사신도(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떠올리지만 고구려의 원래 상징은 삼족오였다. 매도 아니고 독수리도 아닌 이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어떻게 등장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은유일 수 있고, 태양에 대한 신성한 상징, 하늘로 가는 영혼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있지 않았을까. 그때 당시 장례 풍속으로 천장(天葬)이 있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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