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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이것이 바로 친환경 로맨스 로드무비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0-07-29

<청산, 유수>의 신동일 감독

신동일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누구와 만나는가’다. 그의 전작에서는 속물 지식인과 신념으로 가득 찬 청년이(<방문자>), 상류층 외환딜러와 노동자 계급의 요리사가(<나의 친구 그의 아내>), 그리고 여고생과 이주 노동자가(<반두비>) 만났다. 준비 중인 신작 <청산, 유수>에서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을 앞둔 여자 유수와 유흥업소 여성들의 운전기사와 잔심부름을 도맡는, 속칭 ‘콜대기’로 불리는 남자 청산이 만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고통을 겪던 유수는 장례식 부조금을 털어 도망친다. 그녀가 우연히 청산의 차에 타게 되면서 둘은 무작정 서울을 벗어난다. 약 2박3일의 여정 동안 이들이 여행하는 곳은 청산의 고향이 있는 낙동강 유역이다. 이들은 중년의 낚시꾼, 건설현장 인부, 다문화 가정의 부부, 지역의 경찰, 노부부 등 다양한 군상과 마주친다.

<청산, 유수>는 신동일 감독이 <방문자>를 끝냈을 때, 저장해놓은 프로젝트였다. “낯선 두 남녀가 서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동행하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신동일 감독은 스탭과 배우를 봉고차에 태워 전국을 유람하며 찍는 영화를 구상했다. 그리고 몇년 뒤, 어느 술자리에서 선물받은 한권의 책이 <청산, 유수>를 구체화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사상가 앙드레 고르가 쓴 <에콜로지카>란 책이었다. 자본주의 이후의 정치적 생태주의에 대한 내용인데, 나에게는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그동안 영화가 자본주의의 모순관계에 천착했다면 <청산, 유수>는 환경문제와 생태문제를 비추는 영화가 될 거다.” 때문에 <청산, 유수>의 주인공은 두 남녀 청산과 유수인 동시에 한국의 푸른 산과 흐르는 물이다.” 개발로 파괴되는 자연과 아직 남아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동시에 보이는 곳에 놓인 두 남녀의 모습이 핵심적인 이미지다. 신동일 감독은 “자연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이 드넓은 생태계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가, 그리고 가치에 비해 얼마나 외면당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일식 유머와 미스터리

다소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청산, 유수>가 직접적으로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인 건 아니다. 감독 스스로 ‘무정부주의적 로맨틱코미디’라고 명명했던 <반두비>처럼 <청산, 유수>는 두 남녀의 미묘한 만남을 전면에 내세운다. 신동일 감독이 참고 작품으로 열거한 영화는 <비포 선 라이즈> <파리 텍사스> <삼포 가는 길> 등이다. 두 남녀의 로드무비라는 설정에서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은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인물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에피소드의 신선도를 고민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친밀해지는 과정에는 신동일적인 유머가 결합될 것이다. 다른 로드무비와 다르다면 자연과의 합일 속에서 드러나는 로맨스라는 특징이 될 거다. 그런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토속에로영화를 제외하고 없는 것 같다. (웃음)” 또한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 앞에서 종종 죽음을 떠올리는 유수의 비밀은 영화를 이끄는 미스터리가 될 예정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엄친딸’ 대학생이 지닌 상처와 고통은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고, 이 부녀의 사연은 한국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포함하고 있다. 신동일 감독은 이 여행이 끝나는 곳에는 이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날 또 다른 사건이 놓여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을 비추어볼 때, ‘자연의 이름’을 가진 두 남녀의 여행담은 한국의 자연과 청춘에게 전하는 애정표현이자 응원이 될 듯 보인다.

내게 영감을 주는 이미지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피아니스트> 속 에리카의 얼굴은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이미지다. 속을 알 수 없지만, 어떤 상처가 내재한 무표정한 얼굴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뜻모를 표정에 긴장하다가 칼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모습에 압도됐었다. 그런 표정의 스펙터클이 주인공 유수에게도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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