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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단순한 열정’,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이 남기고 간 환상통

“지난해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의 전화와 방문을 기다렸어요.” 영화가 시작되면 설렘으로 들뜬 한 여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여인의 이름은 엘렌(레티티아 도슈)으로 어린 아들 폴을 홀로 키우고 있는 대학교수다. 그녀는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젊은 러시아 남자 알렉산드르(세르게이 폴루닌)와 열병 같은 사랑에 빠져 있다. 평온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린 알렉산드르와의 강렬한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렌은 그와 육체적 탐닉을 지속하며 중독적인 관계를 이어나간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1992년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의 욕망과 불안을 그려내는 멜로드라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로서 출간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제작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10일간의 원나잇 스탠드> <로스트 맨> 등 감각적인 드라마를 연출해온 여성감독 다니엘 아르비드는 과감한 성적 묘사를 통해 엘렌의 열정과 욕망을 부각한다. 이같은 빈번한 성적 장면들은 낭만적이거나 아름답다기보단 본능적이고도 현실적이고, 뜨거운 동시에 극도로 건조하게 다가오는데 이는 이들 관계의 근원적 공허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사랑에 빠져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엘렌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그려낸 레티티아 도슈의 연기가 돋보이며, 무용수 출신의 배우 세르게이 폴루닌의 매혹적인 분위기 또한 인상적이다. 제73회 칸영화제,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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