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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3일의 휴가’, 희생을 부추기는 모성애는 이제 그만

시골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다 돌연사한 복자(김해숙)는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고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이승으로 내려온다. 미국에서 명문대학(UCLA) 교수로 재직 중인 자랑스러운 외동딸 진주(신민아)를 만날 설렘도 잠시, 그녀가 도착한 곳은 미국이 아닌 생전에 그녀가 살았던 김천 백반집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에서 진주는 복자의 레시피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고생하고 살지 말라고 악착같이 진주를 가르쳤던 복자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 “왜 이러고 있냐? 빨리 가!”라고 아무리 말을 걸어도 영혼인 복자의 목소리는 진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을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다는 저승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밤이 되고 복자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진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주는 복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복자는 진주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한편 예정된 휴가가 끝나고 가이드는 복자에게 저승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하지만, 그녀는 고통받는 딸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버티면서 가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3일의 휴가>는 <나의 특별한 형제>(2018)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보육원에서 만난 지체 장애자와 지적 장애자 두 남자의 우정을 통해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죽은 엄마의 영혼이 딸을 만나러 현실 세계에 온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해 가장 본질적인 가족관계인 엄마와 딸의 소통 부재를 다룬다. 영화는 진주가 엄마의 레시피를 찾으려고 애쓰고 생전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복자는 진주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두 사람은 요리를 매개로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면서 각자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의 상처를 소환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도입부에서 저승 세계의 공간을 초등학교 운동장과 교실로 설정해 코믹하게 보여준다는 것과 가이드가 복자에게 “휴가 동안 좋은 기억만 담고 오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억’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영화는 저승에서 이승으로 내려온 영혼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영혼인 복자가 진주와 진주의 친구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에게 툭툭 던지는 짤막한 대사로 신선함을 배가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모성애’를 부각하는 상황 전개는 영화의 리듬을 지연시키고 복자의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반감한다. 영화의 각본은 <7번방의 선물>을 각색하고 <82년생 김지영>과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집필한 유영아 작가가 맡았다.

“기억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연료다. 나쁜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진주가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몰려와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하자 의사가 그녀에게 건네준 말이다.

CHECK POINT

<만추> 감독 김태용, 2010

수감 중에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특별휴가를 얻은 애나(탕웨이)와 훈(현빈)이 시애틀에서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갖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안치된 관에 종이로 접은 꽃을 놓고 지도를 펼치며 애나가 말을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엄마, 잘 보여? 여기 안경 없이도 잘 보이려나?”라며 어머니의 얼굴 위로 지도를 들어 올리는 모습에서 모녀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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