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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시대를 앞선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

일제강점기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은 학창 시절 12음 기법을 처음 만든 아방가르드 작곡가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매료돼 작곡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백남준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에 고통받던 어느 날, 그는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 예술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후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함께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파르나스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의 실패 후 그는 TV 방송의 본고장 뉴욕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한국계 감독 어맨다 킴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예술의 혁명가로서 미디어아트라는 예술 분야를 개척하고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서 백남준의 글을 낭독하는 내레이션은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스티븐 연이 맡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5분의 시간을 할애한 오프닝 시퀀스다. 영화는 애피타이저처럼 백남준이란 예술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면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감독은 백남준의 작품 활동에서 창작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연대기를 중심으로 생전의 인터뷰와 그의 글을 비롯해 동료 예술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배치한다. 여기에 공연 영상, 방송 화면, 신문 기사, 스틸 사진 등 방대한 자료 화면을 삽입해 빠른 리듬으로 보여준다. 다만, 지나친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란스럽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천천히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사과 씨앗 같은 것>을 관람한다면 백남준의 무한한 상상력, 기술과 인간의 소통에 대한 탐구 정신을 직접 체험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과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베리테 부문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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