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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자매의 긴밀한 소통, <봄이 오면>

늙은 자매의 그리움을 달래는 쓸쓸한 영상편지.

오랜 세월을 떨어져 살고 있는 늙은 자매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영상으로 전한다. 감독은 한국에 사는 할머니와 미국으로 이민 간 이모할머니에게 카메라를 대며 그녀들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흔 가까이의 나이, 두 노인에게 남은 건 남편의 무덤과 출가한 자식들, 그리고 때때로 떠올리는 자매와의 그리운 추억뿐이다. 카메라는 서로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비추고 한옥과 LA의 풍경을 번갈아 담아내며 한국과 미국의 그 먼 거리, 두 할머니의 긴 이별을 조금씩 좁히고 있다. 서로의 말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두 노인의 통화장면은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감독은 그 쓸쓸함을, 그녀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오가며 서로에게 전달할 반가운 영상편지를 완성한다. 그것은 감독이 할머니들에게 선사하는 생의 마지막 봄날일지 모른다. 보고 또 보아도 닳지 않는 봄날의 편지. 사진 속 나란히 서 있는 어린 두 자매의 파릇한 얼굴이 이 따사로운 영상편지 속에서 되살아난다. 주름진 두 노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그녀들이 다시 만날 날은 죽음보다 멀리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늙은 자매가 상상하는 재회의 그날에는 죽음과의 평화로운 포옹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봄이 오면, 자매는 고요한 죽음을 안고 분명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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