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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도 부족하고 노출도 부족하다, <연애술사>
이다혜 2005-05-17

몰카가 다시 연결해준 연인, 마술처럼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로나 사생활로나 잘 팔리는 마술사 지훈(연정훈)은 어느 날, 매니저 동선(하하)이 ‘국산몰카야동’으로 검색한 동영상 중 자신이 찍힌 몰카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문제는 상대 여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훈은 몇통의 전화와 고심 끝에 예전 고등학교에 마술 공연을 갔다가 학교 선생과 같이 잔 일을 기억해낸다. 미술 교사인 희원(박진희)은 성형외과 의사인 선배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기분이 들떠 있는 상태. 하지만 지훈에게서 몰카 동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겁한다. 두 사람은 어느 모텔에서 이런 짓을 했는지 잡아내기로 하고, 희원의 다이어리에 적힌 기록에 의지해 예전에 함께 투숙했던 모텔들을 수색한다.

몰래카메라 사건에는 해피엔딩이 드물다. 몰카 속의 상대가 부도덕한 관계의 연인이 아니라 해도, 연인이나 부부 관계라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몰카의 유일한 생존자랄까, 몰카로 당당하게 이득을 본 유일한 경우는 파멜라 앤더슨 정도. 여기에 힌트가 있다. 몰카 이야기가 ‘제대로’ 팔리려면 눈물을 짜는 대신 당당하게 나서는 편이 낫다. 하지만 <연애술사>는 신파성 드라마와 과감한 ‘벗기기’를 통해 흥행에 성공을 거둔 <색즉시공>을 어정쩡하게 따라하는 데 그친다. 신파도 부족하고 노출도 부족하다. 주인공들이 몰카를 찍은 모텔을 기를 쓰고 찾아내려는 이유도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인터넷에서 이미 돌아다니는 동영상은 어쩌고 모텔을 찾아 서울 구석구석, 심지어 춘천까지 돌아다닌단 말인가.

가장 아쉬운 점은 지훈과 희원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깨닫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 지훈은 카섹스를 빼고도 열일곱번이나 같이 잔 희원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서로 미련도 없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재회하더니 갑자기 사랑에 눈이 먼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한국의 모텔 문화다. TV를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방 안에 자갈밭까지 깔아놓는 파격이라니. 지훈의 마술장면을 마지막 부분에만 드러내는 것도 문제. 불행히도, 가장 많은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주변 인물들의 ‘그뒤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밌는 영화가 되려면 눈속임 마술이 아닌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것, <연애술사>가 슬프게도 간과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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