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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시공간에 배경을 둔 러브스토리, <코드 46>

멀지 않은 미래. ‘법안 46호’가 인간들의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 형질의 다양성 훼손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인간들의 성관계와 임신을 통제하는 법안이다. “만약 상대자의 유전자가 자신의 부모 유전자와 25% 이상 일치하면 그 사이에 생긴 아이는 즉각 낙태시켜야만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보험회사 조사원 윌리엄 겔드(팀 로빈스)는 위조 신분증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상하이로 간다. 거기에서 묘령의 여인 마리아 곤잘레스(사만다 모튼)를 만난다. 그녀가 신분증을 위조하여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도리어 윌리엄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건을 일단락짓고 집으로 돌아온 윌리엄은 재조사를 요청하는 회사의 명령에 따라 다시 상하이로 날아간다. 하지만, 마리아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다. 윌리엄은 그녀가 법안 46호에 따라 낙태를 당하고, 기억이 지워진 채 어느 외곽 병원에 이송되었고, 그 이유가 자신과 마리아의 유전자가 50%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드 46>은 최근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다. 마이클 윈터보텀은 여러 종류의 관심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권문제에 메스를 대거나, <쥬드>나 <나인 송즈>처럼 사랑의 순수 또는 도발을 추구하기도 한다. <코드 46>은 근미래의 시공간에 배경을 둔 러브스토리다. 윈터보텀은 상하이로 설정된 먼지 낀 대도시에서 시작하여 중동 어디쯤에 있을 사막의 풍경으로 나아간다. 인간의 감정은 과연 어디까지 소통 가능한 것인가. 사랑의 운명은 무엇에 의해 조정되거나 가로막힐 수 있는 것인가. <코드 46>은 통제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지닌 본성들이 얼마나 유지되고 또 믿을 만한 것인지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통해 질문한다. 리들리 스콧이 이미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던졌던 오래된 SF적 화두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는 이 영화 속에서 윈터보텀식 리듬으로 담겨 있다. 매력적인 배우 팀 로빈스의 연기는 여전히 흥미롭고, 사만다 모튼의 연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그녀가 했던 예언가의 역할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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