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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 <하우 투 루즈 프렌즈>

영화 <콘에어> 언급 지수 ★★★☆ 카메오 스타 숨은 그림 지수 ★★★☆ 메간 폭스 몸매 감상 지수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뉴욕 최고의 패션잡지계를 엿보았다면 이번에는 연예잡지계로 눈을 돌리자. <하우투 루즈 프렌즈>는 괴팍하지만 유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편집장이 등장하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막후 세계를 까발려 흥미를 유발하는 전략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슷하다. 촌티나는 옷을 벗고 명품으로 도배한 뒤 화려한 파티의 손님으로 당당히 입성하는 주인공의 입신양명기도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새삼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까? 결론은 그렇다. 본래 여성 전유물이던 ‘칙릿’이 남성판으로 변신했으니 그 자체로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인과 스타에 대한 기사보다 기삿거리를 위해 취재를 하고 편집을 하는 과정이 어쩌면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그것이 스타 탄생의 비화가 밝혀지는 진짜 가십이니까.

이 영화는 미국 최고의 연예잡지 <샤프스>의 기자 시드니 영(사이먼 페그)이 천재일우의 행운을 잡기 직전의 상황에서 시작된다. 최고로 ‘핫’한 보디를 소유한 소피 메이즈(메간 폭스)는 자신이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타면 시드니와 하룻밤을 보내기로 약속한 상태다. 바야흐로 무대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소피 메이즈가 호명되는 긴장된 순간 시계는 일년 전으로 돌아간다. 영국에서 막가파식 삼류 연예잡지를 만들던 시드니 영은 <샤프스> 편집장(제프 브리지스)에게 발탁되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청운의 꿈을 안고 첫 출근을 한 시드니는 자신이 꿈꾸던 바와는 다른 회사생활에 어리둥절한 가운데 이리저리 치이며 초짜 기자생활을 해나간다. 패셔너블하고 세련된 동료와 상사들 틈에서 시드니는 왕따 신세에다 회의시간에 내놓는 아이템도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시드니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호의적인 앨리슨(커스틴 던스트)에게 관심이 있지만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

결국, 자신의 원칙을 꺾고 업계의 생리를 익힌 시드니는 단시간에 승승장구 출세가도를 달린다. 이쯤 되면 으레 그렇듯 부와 명성과 여자가 따라오고 완벽한 뉴요커로 변신하게 마련이다. 공식처럼 이어지는 외적 변화와 더불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딜레마도 배치된다. 연예기자가 되려 했던 초심을 떠올리며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앨리슨은 시드니의 내면적 자아와 상통하고, 소피는 시드니의 세속적 욕망을 상징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게임의 추이를 점치는 게 다소 싱거울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 장점인 <하우투 루즈 프렌즈>의 아쉬운 면은 도덕적 봉합인 것 같다. 나는 성공하고 싶어, 라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외치는 시드니가 반듯한 시드니보다 매력적인 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스타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다소곳하게 교과서를 펼치는 마음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tip/영화의 원작자 토비 영은 미국 최고의 연예잡지 <베니티 페어>에서 5년간 일했다. 실제로 토비 영은 “교양인에게 저급한 문화를 소개하자!”라는 모토를 가진 영국 삼류 잡지사 출신으로 영화 속 스트리퍼를 회사로 부르는 에피소드는 실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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