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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범죄드라마 <알파독>
장미 2009-01-28

synopsis 1999년 미국 LA. 조니(에밀 허시)는 잘나가는 마약 딜러다. 흥분하면 물불 안 가리는 친구 제이크(벤 포스터)가 빌린 돈을 못 갚겠다고 버티기까지 그의 인생은 순탄했다. 지폐 몇장만을 찔러주는 제이크에게 화가 난 조니는 주먹을 날리고, 제이크는 한술 더 떠 총까지 꺼내든다. 조니의 고발로 마약에 손댄다는 사실이 알려져 회사에서 잘린 제이크. 총과 도끼로 무장한 채 조니의 집에 침입한 그는 TV를 훔쳐 달아난다. 복수심에 이를 갈던 조니 앞에 때마침 제이크의 동생 잭(안톤 옐친)이 나타나고, 조니는 그를 납치한다.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 청춘들이 마약과 섹스에 탐닉한다. 거칠 게 없는 그들은 세상에 도전하려 들지만 무지한 젊음은 파멸을 부르게 마련이다. <알파독>의 세계, 푸른 잔디밭에 야외수영장이 펼쳐진 눈부신 공간은 야생동물의 그것이다. 일찍부터 생존의 법칙을 터득한 아이들은 그들 간의 위계질서를 예민하게 냄새맡는다. 강한 자를 따르라. 돈있는 자에게 무릎 꿇으라. ‘알파독’이란 제목 자체가 개 무리의 리더를 뜻하는 말 아니던가. 그러나 힘에 대한 복종은 예상치 못한 죽음을 낳고, 먹이사슬을 맹신한 아이들은 철창 속 그늘에서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마약 딜러 조니는 알파독이다. 돈과 마약의 휘광으로 그의 주변은 항상 똘마니들로 득실댄다.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불사할 엘비스(숀 하토시)와 가장 친한 친구 프랭크(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조니의 남자들이다. 그러니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각인시켜야 한다. 하지만 제이크에게 복수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일이 궤도에서 벗어나는 건 순식간이다. 일탈을 꿈꾸던 잭은 자신을 납치한 조니 일당과 어울리며 즐거워하지만, 그의 실종을 알아챈 어른들은 이성을 잃고 미치광이 제이크는 “심장을 파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홈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알파독>은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한 범죄드라마다. FBI 지명 수배자 리스트에 최연소 수배자로 기록된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가 조니의 원전이다. 주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찍히는 증인(witness)이라는 자막이나 오프닝신, 가상으로 꾸민 인터뷰 장면은 흡사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알파독>의 스타일은 갈등이 깊어질수록 MTV 뮤직비디오의 그것에 다가간다. 화려한 카메라워크와 충격적인 실화가 맞붙으면서 에너지를 뿜어내긴 하지만 갱을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의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휘발성 강한 영상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인 건 만개하진 않아도 혈기왕성한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조니 역의 에밀 허시는 워쇼스키 형제와의 합작 <스피드 레이서>로, 잭 역의 안톤 옐친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 캐스팅돼 주목받은 얼굴. <맘마미아!>의 히로인 아만다 시프리드,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도 확인할 수 있다. 브루스 윌리스, 샤론 스톤 등이 무게를 더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제이크 역의 벤 포스터다. <3:10 투 유마> <엑스맨: 최후의 전쟁> 등으로 경력을 이어간 그는 폭발적인 기운을 발산하는 악당 역을 서늘하게 체화했다.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 존 카사베츠와 배우 지나 롤랜드의 아들이기도 한 닉 카사베츠 감독의 다섯 번째 연출작. 배우 출신 감독이기 때문일까, 연출의 저력을 강하게 느낄 순 없지만 젊은 배우들을 노련하게 조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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