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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에 서툰 도쿄진들의 모습 <도쿄마블초콜릿>
정재혁 2009-01-28

synopsis 회사원 유다이(사쿠라이 다카히로)는 용기가 없어 매번 연애에 실패하는 남자다. 그의 연인 치즈루(미즈키 나나)는 본인의 실수 탓인지 상대의 잘못인지도 잘 모를 이유로 사랑에 상처받은 여자. 그런 어느 날 유다이는 용기를 내 치즈루에게 사랑을 고백해야겠다 다짐하고 동시에 치즈루는 애매모호한 유다이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결심한다. 각자 준비한 선물을 들고 카페 마블에서 만난 두 남녀. 하지만 둘의 고백은 유다이의 선물 박스에서 튀어나온 미니 당나귀의 소동으로 실현되지 못한다.

유다이와 치즈루는 비슷한 유형의 인간이다. 한 남자는 사랑을 고백하려 하고 다른 여자는 이별을 통보하려 하지만 이 둘의 마음은 사실 같다. 진심을 솔직하게 전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필요 이상으로 고려하느라 자신의 본심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외롭지만 스스로 자위하는 모습이 도쿄 거리의 전형적인 풍경 같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덕션 I.G가 BMG JAPAN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애니메이션 <도쿄마블초콜릿>은 고백에 서툰 도쿄진들의 모습을 아슬아슬한 톤의 스케치로 구현해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장기이기도 한 수채화풍의 2D 그림을 <도쿄마블초콜릿>은 엉키고 넘어지고 구르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에 대한 표현으로 적절히 사용했다. 스키마스위치, 시모(SEAMO)의 주제곡까지 어울려 <도쿄마블초콜릿>은 사랑에 대한 작은 소품으로 즐길 만하다.

<도쿄마블초콜릿>은 두 이야기의 합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쓰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남녀의 시선 차이를 모티브로 사랑 이야기를 꾸민다. 남자주인공 유다이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전편 <전력소년>, 여자 주인공 치즈루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후편 <또 만나요>가 하나의 사랑에 대한 두 가지 판본. 서로 다른 처지에 서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사실과 감정들이 자리를 바꿔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의 결정적인 고리들을 단순한 우연으로 처리하고 만다. 서로 다른 판본의 만남이 가져오는 절묘하고 마술 같은 순간이 없다. 남자, 여자의 감성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눴다기보다 모자랐던 조각을 맞추듯 매음새를 이어붙인 듯한 인상도 든다. 컨셉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연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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