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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걸어야 하는 빚 <세븐 파운즈>
김용언 2009-02-04

synopsis 7초 만에 삶이 산산조각날 수 있을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 벤(윌 스미스)은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죄책감으로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생면부지의 7명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7명 중 한 사람이었던 에밀리(로자리오 도슨)와 예기치 않게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 순간, 벤은 마침내 자신이 오랫동안 계획해온 일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세븐 파운즈>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1막 3장에서 따왔다. 거부 샤일록이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충동적인 성격을 이용하여 내거는 거래 말이다. 샤일록은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보증인으로 나선 친구 안토니오에게 “너의 싱싱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삼자”고 한다. 그 의도를 의심하는 바사니오에게 샤일록은 ‘신의 요구대로 불평하지 않고 아들 이삭을 속죄물로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을 들먹거리며 외친다. “인간의 몸에서 떼어난 1파운드의 살은 양고기나 쇠고기나 염소고기처럼 가치있거나 이롭지도 않다네. 나는 단지 그의 호의를 사들임으로써 이 우정을 연장시키려는 것뿐이네.” 우정과 선의를 위해 목숨을 내거는 이 위험한 거래, 겉으로는 공정한 듯 보이지만 실상 모든 것을 내걸어야 하는 빚의 개념이야말로 <베니스의 상인>과 <세븐 파운즈>의 토대를 이루는 주제의식이다.

죄책감과 속죄에 관한 영화, 강박적이리만치 윤리적인 남자의 행적을 뒤쫓는 영화. 실제로 <세븐 파운즈>의 결말을 보기 전까지 수수께끼 같은 주인공 벤의 동기를 짐작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어리둥절하게 벤의 표정과 행동을 눈으로 더듬으며 짐작할 따름이다. 상냥함의 가면을 어색하게 유지하던 벤은 혼자 있을 때에야 비로소 어둡고 난폭하며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시달리는 진짜 모습을 내보인다. 이야기는 점점 모호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폭탄처럼 등장하는 과거, 이삭과 아브라함,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그것처럼 선명해지는 벤의 기억, 영화상으로는 ‘반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편으로는 눈물 쏟는 감동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던 기억에 벤이 얼마만큼 시달려왔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보인다.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 성경의 엄중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물리적인 고통이 아프게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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