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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시당하고 있다 <기프트>
강병진 2009-03-25

synopsis 마법의 휴대폰이 배달됐다. 방콕 출장 도중 휴대폰을 받은 맥스(셰인 웨스트)는 귀국을 하루만 연기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호텔값도 반값으로 해준다기에 연기했더니, 맥스가 처음 예약한 비행기가 공중폭파해버린다. 결국 메시지를 신봉하게 된 맥스는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프라하의 어느 호텔로 떠난다. 다음에 날아온 문자메시지가 일러준 것은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슬롯머신. 맥스는 휴대폰 덕분에 거액의 돈을 갖게 되지만, 이 때문에 표적이 된다. 비슷한 휴대폰이 일으킨 또 다른 사건을 추적하던 FBI와 맥스의 잭팟으로 경영난을 겪게 된 카지노 보안책임자들은 맥스를 둘러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기프트>의 휴대폰은 <클릭>의 리모컨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의 시계 정도는 될까? 아니, 그것도 아니다. 이 휴대폰은 신비의 능력을 지녔거나, 복잡다단한 첨단기능이 농축된 물건이 아니라 그저 출시를 앞둔 ‘신상’이다. <기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휴대폰의 정체가 아니라 ‘누가 휴대폰을 보냈으며 또 문자메시지는 누가 보내는가’이다. 영화는 이 해답을 찾아야만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인공들이 체코와 러시아, 미국 등을 돌며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다. 말하자면 휴대폰을 손에 쥔 제이슨 본의 이야기다. 거리의 CCTV카메라들이 인물들을 포착하고 미국 안보국과 벌이는 첩보전쟁이 중요한 테마인데다, 전세계를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익히 본 영화들을 떠올릴 것이다. ‘언제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모티브는 이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이글 아이>를 통해서, 또 체코와 모스크바의 풍경을 잇는 첩보전과 자동차 추격전은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본 것이다.

이중에서도 <기프트>와 가장 닮은꼴인 영화는 <이글 아이>다. 인간이 발명한 과학기술에 인간이 위협받는다는 아이러니. 그리고 “우리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이글 아이>의 ‘빅 브러더’ 등 <이글 아이>에서 본 것을 <기프트>에서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9·11 이후 테러 위협에 대처하고자 안보시스템(사실은 감시시스템)에 긍긍하는 미국의 현실을 되짚으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기프트>의 원제인 ‘Echelon Conspiracy’는 미국 정부가 개발한 고성능 안보시스템인 에쉴론(Echelon) 프로젝트를 뜻한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아이디어가 무색하게도 <기프트>는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도 관리 못하는 바보들”이란 극중의 대사처럼 현실을 비꼬면서 닳고닳은 이야기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장본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대목도 이제는 당연한 듯 보이는 부분. 무엇보다 그 장본인을 무너뜨리는 해법은 하이테크 액션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가 생각하는 하이테크가 0과 1을 사용하는 이진법뿐인 것 같아 맥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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