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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한 성장영화 <요시노 이발관>
이화정 2009-06-24

synopsis 소년들 모두가 나이와 개성과 별개로 똑같은 머리모양을 한 이상한 마을. 마을에 단 하나뿐인 요시노 이발관의 요시노 이발사(모타이 마사코)는 아이들의 머리가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곧 가위를 들고 출두, 직접 머리를 잘라주는 적극성까지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요시노 스타일’에 반기를 든 아이가 나타났다. 도쿄에서 전학 온 이 소년(이시다 호시)은 짧은 머리에 염색까지 한 머리를 고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급기야는 마을 소년들에게 천편일률적인 헤어스타일의 모순에 대해서 설파하고 나선다.

<요시노 이발관>은 굉장히 코믹한 성장영화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아이들이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는 우스꽝스러운 뱅 헤어를 하지 않으면, 괴물의 눈에 띄어 희생된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한번 굳어진 믿음은 관습이 되고, 전통이 됐다. 그러나 ‘요시노 스타일의 머리를 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라고 반문하다가도, 결국 그걸 깨고자 하는 것은 나이든 정상의 어른들이 아닌, 한창 민감한 성장기의 소년들, 즉 새로운 피다. 전학생에게 고무받아 요시노 헤어스타일을 거부하는 소년들에게 이 행위는 일탈이자 모험이다. 의기투합한 아이들의 가출은 <스탠 바이 미>의 소년들의 모험처럼 다분히 즉흥적이며, 성장을 위한 필연의 과정 같은 후반부는 그래서 생기있다. 게다가 요즘 같아선 이 마을이 왠지 낯설지 않다.

<카모메 식당>과 <안경>으로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영화는 이후 두 영화의 모든 스타일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처럼 꼭 닮아 있다. 하나의 신념을 지키며 사는 영화 속 작은 마을은 자신들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안경>의 요론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확히 선을 맞춘 <요시노 이발관>의 뱅 헤어는 극대화된 스타일을 보여주며 티끌 하나없이 정갈한 <카모메 식당>의 오니기리와 섬의 모두가 두꺼운 테의 안경을 쓴 <안경>의 이미지와 하나의 고리로 엮인다. <안경>과 <카모메 식당>의 일등공신 모타이 마사코의 코믹스러운 체조 역시 <안경>의 요론섬에서 뚝 떼어놓은 풍경 같다.

장점이 다분히 많음에도 <요시노 이발관>이 달리 보이는 것은 이 지점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요시노 이발관>에서도 역시 정겨운 시골마을 대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스타일의 세계, 또 하나의 이상한 마을을 창조해놓았다. 여기에 이 감독이 들여다보는 세계의 허점과 억지가 있다. ‘옛날 옛적에 아주 이상한 마을이 있었는데…’라는 식의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체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상한 건 마을에서 특이한 점들만을 모아 그걸 도드라지게 만드는 그의 방식이다. 조합된 세계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은 결국 공허함으로 남는다. 유쾌한 영화지만 <요시노 이발관>에 번쩍 손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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