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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부일체
2001-12-11

시사실/두사부일체

■ Story

영동파의 두목 계두식(정준호)은 부두목 상두(정웅인)와 대가리(정운택)의 도움으로 명동 일대를 장악해 조직 내에서 높은 입지를 마련한다. 하지만 그가 조직의 회의에서 무식함을 노출하자 보스(김상중)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면 명동을 맡기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상두는 기부금을 내고 한 사립고등학교에 편입해 나 어린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교복차림으로 때 아닌 고교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같은 학교의 고등학생들에게 돈을 뜯기기도 하고, 맞아가면서도 졸업장 하나를 목표삼아 생활을 꾸려간다. 공부는 잘하지만 집안형편이 안 좋아 학교에서 미움받는 짝 윤주(오승은)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된 두식은 비리로 얼룩진 학교재단이 성적조작을 꾀하며 윤주에게 피해를 입히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갈등에 빠지게 된다. 과연 두식은 졸업장을 받기 위해 비겁하더라도 안정된 길을 택할 것인가, 불의에 맞서 분연히 주먹을 날릴 것인가.

■ Review 이제는 아예 소장르로 정착하는 듯한 ‘조폭코미디’의 도저한 흥행 뒤에는 폭력배와 보통사람들이라는 이질적인 집단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문화충돌’이 있다.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든(<조폭마누라>), 절로 들어가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든(<달마야 놀자>), 조폭들은 나름의 노하우와 언어를 사용해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 이 과정에서 대개 의리와 주먹, 그리고 무식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조폭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고등학교로 돌아간 조폭 중간보스의 이야기 <두사부일체> 역시 이같은 흥행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두식의 첫 등교날 검은 양복을 입은 부하들이 ‘경축 계두식 고등학교 편입’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마중나오거나, 두식이 처음 만난 동료 학생들에게 “여러분, 식사들 하셨습니까, 여러분”이라며 조폭식 인사를 건네는 영화의 초반부터 이같은 전략은 여지없이 사용된다. 학교라는 공간이 ‘지식’을 전수받는 곳인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웃음의 열쇠는 조폭들의 무식함이다. “다음카페 아십니까, 형님”이라는 대가리의 질문에 두식은 “거기가 우리 나와바리냐?”고 묻고, 대가리는 ‘.net’이라는 도메인 이름을 “쩜 넷, 점이 네개라는 얘기”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따라오는 슬랩스틱코미디의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걸핏하면 두식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대가리의 모습은 먼 옛날 TV코미디를 떠올리게 한다.

이같은 코미디 요소 외에도 제작사는 “학력사회와 학원폭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모습을 짚어보고자 했다”고 하지만 그리 성공적인 것 같진 않다. 이 영화가 풍자하려 했다는 학력지상주의라는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는, 이처럼 무식함을 소재로 유머를 구사하는 동안에 어느새 증발돼 버린다. 메일 주소를 가르쳐달라는 질문에 집 주소를 가르쳐주는 등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영화는 은근히 그들의 무지함을 짓밟고 지나간다. 대신 영화는 이성과 논리가 통할 것처럼 보이는 학교 같은 곳에서 오히려 주먹이 더 잘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식은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학생을 힘으로 제압하고 나서야 비로소 학교 안에서 인정받으며, 걸핏하면 학생들을 향해 각목을 날리는 교사와 학생들을 재단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교장의 폭력을 막아내는 것도 결국 조폭들의 주먹과 쇠파이프다.

<두사부일체>는 무리수를 두지 않은 영화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기발한 웃음은 덜하지만, 나름의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넘버 3>와 유사하게 캐릭터를 설정하거나 기존 조폭영화와 엇비슷한 액션장면을 구축했다는 점 등 전반적으로 익숙한 느낌을 주는 데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비교적 단단한 연기도 한몫을 차지했다. 그동안 어깨와 눈에 힘이 많이 들어간 채 스크린에 나타났던 정준호는 김흥국 흉내를 어설프게 낼 정도로 부드러워졌고, 처음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정웅인도 크게 ‘오버’하지 않고 적절한 수위를 조절해줬다. 하지만, “메일하지?”라는 질문에 “그럼. 매일 하지”라며 허리를 경망스럽게 들썩이는 식의 말장난 유머가 계속 재미있지는 않다. 이 영화에서 그런 대로 모험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은,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정웅인과 송선미의 썰렁한 유머 정도다. 아무튼 경주의 ‘나와바리’를 점령했고 평범한 남자와 결혼식도 올렸으며 절에서 한판 소동까지 일으켰던 조폭들은 이젠 학교마저 정복했다.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문석 ssoony@hani.co.kr

윤제균 감독 인터뷰

“내 진심은 ‘조폭’ 아니라 ‘학교’에”

구상은 언제부터 했나.

이 영화의 기본적인 아이템은 대학 3학년 때인 1994년부터 구상했다. 당시 상문고 사태와 관련, TV를 통해 선생님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봤을 때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로도 사립학교 비리와 관련된 문제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본격 시나리오 작업은 1년 전부터 했다.

표절 시비가 있었다.

<차카게 살자>는 촬영 들어가기 직전 봤으나 조폭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같지,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그쪽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의건 아니건 조폭영화 대열에 끼게 됐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일부 사립학교 재단의 문제였다. 교권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작사와 의견조율을 하면서, 상업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코미디 코드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 조폭들 이야기와 학교문제의 비중은 촬영하는 내내 고심했다. 감독의 진심은 학교 이야기쪽에 있음을 알아달라.

학교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영화의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렇게 봤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을 만들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코미디 코드를 넣는 등 나름의 배려는 많이 했다. 최대한 극복하려 노력했다.

예상 외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사실 이해가 안 된다. 조폭이 학교에 가서 폭력을 쓴다는 겉면만을 등급위가 본 게 아닌가 싶다. 부담없이 웃으며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손잡고 이 영화를 본 뒤 교권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었다.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고 들었다.

원래 LG애드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러다 1999년 당시 태창흥업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신혼여행>으로 당선해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때는 스토리 작가로 참가해 민규동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트루> 같은 시나리오도 썼다. 지난해에는 네티즌펀드 사업을 기획하면서 심마니 엔터펀드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다. <두사부일체>는 시나리오로는 여섯 번째 작품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스스로 연출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기본적으로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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