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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나를 깨나가는 시간
주성철 사진 이혜정 2009-07-06

<오감도>는 김효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쾌활하기보다 침묵에 가깝고, 늘 가만히 상대를 쳐다보며 머뭇거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름과 외모 모두 미스터리한 느낌을 준다. 민규동 감독과 선배인 황정민과 엄정화와의 만남, <오감도>는 김효진에게 무조건 해야 하는 영화였다.

‘나루’는 신비스러운 여자다. 민규동 감독의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정하(엄정화)는 남편(황정민)이 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때 남편이 자신의 후배인 나루(김효진)와 밀회 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남편은 바로 죽었고 나루는 심한 부상만 입은 상태. 얼마 뒤 나루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선배 정하를 찾아와,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면서 그냥 같이 있게만 해달라고 말한다. 정하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지만, 그렇게 남편의 애인과 애인의 부인은 쓸쓸한 집 안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김효진과 엄정화 모두 민규동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맞물려 이전과는 다른 호흡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아마 관객이 느낄 신선함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특히 김효진은 감독과 제작진을 만나 캐스팅이 결정된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예 몇년간 고이 기른 긴 머리를 미련없이 잘라버렸다. 그것이 새로운 캐릭터를 흡수하고, 예전 모습과 결별하려는 첫 번째 작업이었다. 더구나 나루는 이름에서부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어딘가 몽환적이면서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의상팀, 분장팀과 함께 고민하던 끝에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도마뱀 문신이라든지 초록색 매니큐어의 손톱이 주는 독특한 느낌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게다가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 <생, 날선생>(2006) 등에서 보던 쾌활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그 창백하고 말수 없는 나루의 모습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도 말한다. 어쩌면 김효진이 TV와 영화를 오가며 보여줬던 수많은 기억들을 지나 <오감도>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민규동 감독과 엄정화 선배와의 작업은 꿈만 같았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마치 불쑥 등장하는 것 같은 뮤지컬 장면의 상상력을 좋아해요. 그런 감성의 감독님과 함께하는 건 정말 행운이죠. 엄정화 선배님도 마찬가지고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가장 좋아하는데 연기는 물론이고 너무 ‘인품’이 좋으세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배운 영화가 있었나 싶어요.” 그 배움으로 치자면 한양대 동문들이 대거 출연해 6월27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도 만만찮다. 연기의 가장 큰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한양대 최형인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매일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힘들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나를 깨나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그동안 한양대 대학원(영화 전공)에 진학해 성실한 학생으로 살았다. 공부하고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아서다. 지난 학기에는 과제로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들을 보면서 “보통 <십계>와 <블루> <화이트> <레드>로 이어지는 삼색 연작으로 기억되는 그의 초창기 70년대 폴란드 시절 영화와 다큐를 보면서 또 다른 감동”을 얻었고, “한없이 아름다운 그레타 가르보와 <길다>(1946)에서 <아마다미오>를 부르던 리타 헤이워스를 보면서 고전기 여배우의 우아함에 숨이 멎을 듯한 기분”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 이동통신 CF로 주목받던 풋풋한 시절로부터 어느덧 데뷔 10년차(벌써!), 김효진은 그렇게 조금씩 더 깊고 성숙하게 연기의 맛, 영화의 맛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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