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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몸으로만 말하고 싶다

<시크릿>의 차승원

살이 쏙 빠졌다. 광대뼈와 턱 사이에는 굴곡이 완연하다. 얼마 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촬영현장에선 갓끈과 수염 때문에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움푹 팬 얼굴은 핼쑥하기보다 지독한 느낌이다. 눈빛은 더 강렬해졌다. 사진기자도 연방 찬탄하며 클로즈업의 연속이다. 멋쩍은지 차승원은 “지금 다른 배우 사진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정말이지, 딴사람 같다. 예전엔 농담하면 얼굴에 장난기가 홍조처럼 슬그머니 퍼졌다. 이젠 냉소에 가깝다. “7kg쯤 빠졌나. 이준익 감독님도 내가 알고 있던 얼굴이 아니라고 하시더라. 다들 낯설어한다. 그런데 지금이 딱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다. 왜 좋은지는 내가 깨달아야겠지.”

달라진 건 또 있다. 말수가 줄었다. 지방에서 <시크릿> 무대 인사하고 새벽에 서울에 도착,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인터뷰를 해야 했던 탓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국경의 남쪽> 때만 해도 호프집에서 기자를 붙들어두고, 혀로 스트레스를 풀던 그였다. “요샌 누가 뭘 물어봐도 심드렁하다. 설명을 굳이 해야 할까 싶고, 뭘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비유를 화살 쏘듯 했던 그였는데, 이젠 말끝을 흐리거나 돌리거나 삭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혼잣말을 한다. “영화 안 할 때가 딱 지금 같았다. 점점 내 모습을 찾아가는 건가. 편하긴 하다.”

전작 <아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물론이고 찍고 있는 <구르믈…>에서도 차승원은 웃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개봉을 앞둔 <시크릿>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은 역할은 살인혐의를 쓴 아내를 구하기 위해 불법도 마다않는 강력계 형사 김성열. 가족을 위해 뭐든지 할 남자이니 정 많은 캐릭터라고?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성열이라는 인물을 끌고 가는 건 가족애라기보다 죄의식이다.” <구르믈…>의 이몽학은 이상만을 좇는 캐릭터. “둘 다 가슴 따뜻한 남자는 아”니다. 누군가는 갑작스런 변신이라고 하지만, 그는 최근에 맡은 캐릭터들이 몸에 훨씬 잘 붙는다고 했다. “(코미디할 때는) 겉으론 웃었지만 실은 자연을 가장한 부자연의 연속이었다.”

장진 감독은 <아들>을 찍고 나서 차승원에 대해 “역할에 아주 공격적인” 배우라고 했다. 안판석 감독은 <국경의 남쪽> 때 그가 밤마다 “여관방에 능구렁이처럼 찾아들어” 촬영분량을 복기했다고 했다. <시크릿>은 어땠을까. “원죄의식 때문이라고 해도 아내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순 없었다.” ‘두 가지 감정 모두 가져가기로’ 하고, 택한 절충안은 죽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감정. 윤재구 감독에게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나 자책장면을 충분히 넣자고 제안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아쉬움도 남는다. “재칼과 부딪치는 장면에서 불안한 감정이 너무 직접적인 표정연기로 전달됐다. 난 좀 숨겼으면 했는데….”

<시크릿> 개봉을 지켜보고, <구르믈…> 촬영이 끝나면, 그는 충전의 시간도 없이 곧바로 전쟁영화 <포화속으로>로 뛰어들어야 한다. 이번엔 북한군 장교 역할이다. “<국경의 남쪽> 때 사투리를 배우긴 했는데, 이번엔 평양 사투리를 쓴다. 함경도나 평안도 사투리는 억센데, 평양 사투리는 미묘한 뉘앙스를 띤. 지방 출신인데 조금씩 사투리가 묻어나오는. ‘종간나 새끼’ 이렇게는 못하는 거지.”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건 차승원의 태도다. 그는 그동안 배우는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다만, 앞으론 몸으로만 말하고 싶어 하는 그다. 그렇게 얼마간 지나면 <드라큐라>의 게리 올드먼처럼, “사자와 박쥐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차승원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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