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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역사, 자기 회복의 여정: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현민,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인터뷰
김수영 사진 최성열 2022-08-25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8월25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여성감독들의 장·단편을 비롯해 복원 작품, 신작 퀴어영화 등 33개국 122편의 영화를 문화비축기지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정의 감각, 노동의 풍경 등 첨예한 이슈를 통해 공존과 연대를 모색하는 김현민,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황미요조, 김현민 프로그래머(왼쪽부터).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 ( )에서 만나’다.

황미요조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관한 고민을 담았다. 슬로건에 담긴 키워드를 꼽자면 공존과 연결이다. 영화를 함께 본다는 의미와 더불어 인간 너머 존재와의 공존과 연결까지 슬로건에 담고자 했다.

김현민 함께 있다고 해서 언제나 동일성이 기반되진 않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고 타자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의 공존이 필요하다. 영화제 역시 특정 공간으로 규정 짓고 싶지 않아 괄호를 썼다.

올해 작고한 배우 강수연을 추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현민 부고를 들었을 때 이미 프로그램 기획이 끝난 상태였다. 시간이 있었다면 추모전을 준비했을 거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상영을 준비하면서 강수연 배우 출연작의 판권이 불분명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공로패 전달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상영할 수 있는 영화도 많지 않아 직접 추모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이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올해 초청작의 경향성이 있다면.

김현민 극영화든 다큐든 나라는 필터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작업들이 눈에 띈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회복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황미요조 여성감독의 시선은 주변적인 것들을 많이 담아 이질적인 사운드나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다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데 있어 여성감독들이 상대적으로 자기 연민이 덜한 것도 눈에 띈다.

부지영 감독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비롯해 오래전 각국에서 활동한 여성감독의 작품을 복원한 특별전을 마련했다. 과거의 복원작들이 오늘의 관객과 어떻게 만나길 기대하나.

황미요조 <리옹으로의 여행>은 20세기 역사학자가 19세기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플로라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찾아나가는 작품이다. 플로라 트리스탕의 기록이 너무 적어 주인공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트리스탕이 들었을 소리와 소음을 녹음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언어화되지 못한 여성의 역사를 어떻게 담아냈는지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여성감독이 제작한 <올리비아>는 엄격하게 남성, 여성이 분리된 시대를 활용해 여성만의 공간을 전면화했다. 긴장감 높은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시기, 질투, 치정, 권력까지 여자들이 다 해버린다는 점이다.

한국 10대 여성감독의 단편영화 경쟁섹션인 아이틴즈는 역대 최대 출품작 수를 기록했다. 대상과 우수상을 가릴 심사단 역시 10대다.

김현민 올해는 중학생 감독의 작품도 여럿 있었다. 영화 제작자의 연령대가 더 내려가고 있는 걸 실감했다. 영화를 다룬 영화들도 많다. 10대가 영화를 대하는 진지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한예리 배우 특별전 ‘예리한 순간들’도 마련했다. 데뷔작부터 그가 출연한 단편 드라마, 배우가 직접 꼽은 자신의 인생 영화까지 상영한다.

김현민 어떤 영화에서든 납작해지거나 대상화될 수 있는 캐릭터도 한예리는 캐릭터 안에 어떤 역사를 심듯 단단하고 미덥게 연기해왔다. <미나리>나 <최악의 하루> 같은 대표작도 있지만 초기작에는 묵묵한 느낌보다는 다채롭게 발산하는 뜨거운 연기도 많다. 그런 틈새의 얼굴까지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 사회의 이슈와 쟁점을 논의하는 이벤트가 눈에 띈다.

황미요조 영화 안에서 미학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는 건 반드시 동시대 윤리와 만날 수밖에 없다. 여성영화제는 그 지점을 드러내는 영화들을 밝은 눈으로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현민 여성영화제는 여성 이슈와 의제를 분리해갈 수 없다. 영화가 다루는 의제가 항상 시급하기 때문에 우리 삶과 동떨어져서 관조할 수 있는 거리를 두고 있지 않다. 영화 큐레이팅을 할 때도 기획적 성격을 분명하게 하고 느슨하지 않게 배치했다.

그 밖의 올해 추천작을 꼽는다면.

김현민 신비롭고 반항적인 팜므파탈 이야기처럼 보이는 <더 덴>은 어느 순간 객체가 주체화되면서 역전된다. 시선의 역전이 대단히 흥미롭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자 퀴어영화인 <아나이스 인 러브>도 이전에 없던 예측 불가능한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저우메이링 감독의 <욕망의 분노>는 근래에 본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였다. 해방구처럼 느껴지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황미요조 일본 영화사에 관심이 있다면 다나카 기누요의 <연애편지>는 첫숏부터 인상 깊을 거다. 이전에는 16mm 필름밖에 없어서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리마스터링되어 4K로 관람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프란시스카 알레그리아 감독의 <미래를 향해 노래 부르는 소>는 퀴어, 가정, 멜로, 드라마, SF가 신기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독특한 영화 체험을 선사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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