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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헤어질 결심 포토북>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23-05-16
정서경, 박찬욱 지음 / 전영욱 사진 / 을유문화사 펴냄

영화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화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감독이나 배우의 인터뷰를 읽는 일도 그 즐거움을 배가한다. 시나리오집은 완성된 이야기가 최초로 어떤 모습으로 완결되었는지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헤어질 결심 포토북>은 <헤어질 결심>의 스틸 사진집이다. 스틸 사진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말하는데, (앵글부터 프레임 크기까지) 영화 장면을 그대로 반영한 장면일 때가 많다. <헤어질 결심 포토북>은 영화 속 순간들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사진들을 실은 책이다. 김현호 보스토크프레스 대표가 편집을 함께 맡아 본문을 꾸렸으며, 국내 최고의 보정 기술을 보유해 한국인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버서더로 선정된 김주원의 후보정 작업으로 마무리되었다. 1만6천여컷의 사진을 300여컷으로 압축해 담으면서 원작의 흐름을 새롭게 재현했다.

<헤어질 결심 포토북>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한 책이지만 영화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재미도 거기서 온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영화의 엔딩에 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바닷가 사진으로 시작해, (영화의 엔딩에 해당하는) 바닷가의 해준 사진으로 끝난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책으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이 포토북이 무척 신비롭고 풍성한 영화 읽기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영화 속 장면을 촬영하며 찍은 사진이지만, 영화 장면을 그대로 옮긴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책 말미에는 <헤어질 결심 각본> 출간과 더불어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진행한 대담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해 실었다. 정서경 작가가 탕웨이 배우의 서래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때만 말을 하고, 마지막에 자기가 죽을 때도 변명하지 않잖아요”라고 해석하고, 박찬욱 감독이 박해일 배우의 해준에 대해 “각본하고 완성된 영화가 멀게 느껴졌던 이유에는 박해일의 비중이 크죠. 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기를 해요”라고 회고할 때, 영화의 비밀스러운 탄생 과정을 엿보는 느낌도 받게 될 것이다.

더러운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죽어도 좋다. 원하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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