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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이야기를 설계하라>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23-05-16
김희재 지음 / 캐비넷(올댓스토리) 펴냄

<실미도>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2> <한반도>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의 창작 실용서. 영화와 드라마 각본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온 경험, 그리고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전공 주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직접 쓴 작품들에 대한 후일담부터 최근 유행하는 이야기의 특징과 구조 분석까지를 두루 다룬다.

창작자와 소비자의 피드백 사이클 속에서 장르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전개되어, 어떻게 결론을 내고, 그것을 수용하는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약속이 형성된다. 이 약속이 ‘공식’이 되고, 공식이 반복되며 ‘장르’로 자리 잡는다. 그런데 현실의 삶이 변화할 때, 반응하지 않았던 것에 반응하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다. 혹은, 반응하던 이야기를 거부하면서 장르가 소멸되기도 한다. 그런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면 여러 장르의 작동 법칙을 두루 알아두면 좋은데, 여러 장르가 결합되는 유형의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클리셰에 충실하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새로운 것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으며, 모순된 표현이지만 ‘익숙한 새로움’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설계하라>는 압축적으로 ‘끌리는 이야기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웹소설이든 대중적인 이야기를 꾸준히 접해온 독자라면 이 책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곳곳에 이야기의 구조를 그림이나 도표로 나타낸 글이 들어 있는데, 해당 작품을 감상했다면 훨씬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다. 전통적인 작법서와 달리 트렌드를 설명하는 대목들은 각별히 꼼꼼히 읽으면 도움이 되는데, 예를 들어 ‘플롯의 트렌드’라는 장이 그렇다. 플롯이 점점 빨라지는 현상을 짚는 대목인데, 주인공의 미션이 소개되기까지 뜸들이는 데 관객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도, 감상하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한 실용서다.

183쪽

예비 작가들, 학생들에게 “설계도가 끝나지 않았는데 삽 뜨지 말라”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클라이맥스까지 딛고 갈기둥을 세우지 않은 상태로 주인공을 출발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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