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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만다’, 떠날 생각도 없고, 떠나지도 않는 ‘레이디 버드’
소은성 2023-08-23

파리에 머물던 아만다(베네데타 포르카롤리)는 언니의 약국에서 일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자랐던 이탈리아의 도시로 돌아온다. 불행히도 아만다에게 이 유년의 공간은 통속적인 의미에서의 고향이 아니다. 파리와 마찬가지로 낯설기만 한 그 동네에서 아만다는 제대로 된 일을 찾지도,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가족들이 창피해한다고 여기며 상처받지만, 그런 만큼 가족의 인정에 목말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강권으로 아만다는 어린 시절에 어울렸던 레베카(갈라테아 벨루지)를 만난다. 엄마에 의하면 레베카는 번듯한 변호사가 될 계획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는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만다와 마찬가지로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처지다. 아만다는 자신이 파리로 떠나면서 친구가 되어주었을 단 한 사람을 잃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를 되찾기 위해 레베카를 방 바깥으로 끌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영화의 중반부, 아만다와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도로에서 사슴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아만다는 그것이 이야기가 될 수 없다고 대꾸한다. 거기에는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는 영화 <아만다>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아만다가 이 에피소드의 남자를 제멋대로 애인으로 생각하거나 레베카를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만남들이 그에게 (동시에 영화의)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의 가능성을 향해 돌진하는 제스처가 이 영화의 사건이다. 언뜻 보기에 엇나간 듯하지만 화해를 위한 자리 역시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성장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레이디 버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영화는, 더이상 만남을 통해 타인에게서 낯선 자기 자신을 발견해내는 능력이 가능하지 않다는 (한편으로는 그다지 심각할 것 없는) 절망을 껴안고 있다. 파티의 남자와 레베카를 제외하고 아만다가 만나기 위해 시도하는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인 말의 경우 역시 이것을 보여준다. 그가 훔쳐서 달아난 말에는 색색깔의 전구가 둘러쳐지고, 그것이 둘 사이의 관계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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